뒤죽박죽 전주마실
서울도서전에 가 보자는 생각을 아침에 굳혔고, 작은아이가 따라나서기로 합니다. 마침 고흥서 서울 가는 일요일 시외버스에 두 자리가 있어서 기쁘게 마실길에 나섭니다. 행사장을 뒤로 하고 삼성역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그만 거꾸로 가는 지하철을 탔기에 돌아갔고, 남부버스역에서는 한 시간 넘게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 했어요. 마음이 가는 대로 눈길이 닿아 만나는 이웃님이 있고, 생각을 짓는 대로 손길을 마주하는 동무님이 있습니다. 전주에서 묵는 길손집은 한옥으로 꾸몄다는 선간판 알림글과 달리 침대가 놓인 방입니다. 작은아이는 이 침대에서 자다가 배가 고프다며 일어나 김밥을 먹고서야 새근새근 잠드는데, 새벽 세 시 무렵 쿵 소리를 내며 굴러떨어집니다. 작은아이가 굴러떨어질 즈음 문득 눈을 떠서 어라 이 아이가 굴러떨어지려고 하네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으나 붙잡지는 못했어요. 작은아이는 침대에서 굴러떨어졌어도 눈을 감은 채 부시시 일어나고, 저는 아이 손을 잡고 침대에 다시 누입니다. 온통 뒤죽박죽 같으나 사뿐사뿐 즈려밟는 마실길입니다. 서울 가는 시외버스와 전주 가는 시외버스에서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지막 글손질을 했어요. 곧 아침을 맞이하면 느긋하게 움직이며 광주로 가는 시외버스에 오르려 해요. 수다꽃을 피우는 작은아이하고 광주까지 가는 길은 또 어떤 새로운 재미가 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2017.6.1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