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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생태놀이 (합본) ㅣ 사계절 생태놀이
붉나무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05년 7월
평점 :
새로운 놀이가 깨어나기를
[내 사랑 1000권] 8. 붉나무 《사계절 생태놀이》
요즈음은 그네를 찾기 어렵습니다. 참말 그네를 찾기 어렵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 살던 마을에는 놀이터에 높이가 육 미터가 넘는 길다란 그네가 있었어요. 우리 마을놀이터에 있던 높다란 그네를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못 보았는데요, 이 높다란 그네를 타면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 때로는 가슴이 벌렁벌렁하면서 아찔하지요.
요즈음 찾기 어렵던 그네를 읍내 작은 아파트에 딸린 놀이터에서 찾았습니다. 우체국을 다녀오려고 읍내마실을 할 적에 아이들이 따라나서면 가끔 이 작은 놀이터에 가서 작은 그네를 탑니다. 아이들이 그네뛰기가 얼마나 재미난가를 느끼도록 해 주고 싶어서 함께 그네를 타면서 가르쳐 주지요.
제가 어릴 적에는 그네를 타려면 줄을 서서 기다렸어요. 으레 삼십 분을 기다리고, 때로는 두 시간 남짓 가볍게 기다려요. 그네타기를 기다리는 동안 동무들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다른 놀이를 합니다. 이 놀이를 하려고 기다리면서 저 놀이를 한달까요. 어느 날은 그네를 몹시 타고 싶어서 아주 이른 새벽에 집에서 몰래 나와 머리카락이 땀으로 흠뻑 젖을 때까지 탄 적이 있어요.
놀잇감이 있어도 놀지만, 놀잇감이 없어도 놀아요. 동무가 있어도 놀지만, 동무가 없어도 놀아요. 이런 놀이 이야기를 살뜰히 갈무리한 《사계절 생태놀이》는 더없이 반가우면서 멋진 책이라고 느껴요. 다만 이 책이 놀이를 담은 마지막 책이 되지 않으면 좋겠어요. 오늘날 어른이 된 분들이 어릴 적에 실컷 누린 놀이를 담아낸 살뜰한 책이면서, 오늘날 아이들이 앞으로 새로운 놀이를 한껏 지어내어 새로운 ‘놀이책’을 써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난날에는 모든 어린이 머리나 마음에 온갖 놀이가 춤을 추었어요. 지난날에는 놀이책이 없어도 끝없이 새로운 놀이를 즐겼어요. 오늘날에는 퍽 많은 어린이가 놀이책이 없으면 놀이를 모르기 일쑤예요. 누가 가르쳐야 놀지 않는데요. 누가 알려줘야 놀이가 되지 않는데요 누가 보여줘야 놀이를 알지 않는데요. 오래된 놀이를 북돋우면서 새로운 놀이가 깨어나기를 빕니다. 2017.6.16.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