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시외버스에서 읽은 책 2017.6.11.


인천하고 서울에서 바깥일을 마친다. 드디어 고흥집으로 돌아간다. 고흥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림책을 여러 권 장만했다. 아이들한테 선물할 그림책이기도 하지만, 나부터 스스로 생각을 새롭게 살찌우는 마음밥으로 삼을 그림책이기도 하다. 먼저 《잃어버린 단어를 찾아 주는 꼬마 마법사》를 펼친다. 어쩜, 이야기가 참으로 따스하네. 할머니가 잃어버리는 말하고 아이가 새롭게 받아들이는 말을 이렇게 상냥하게 엮어서 보여줄 수 있네. 《매호의 옷감》을 펼친다. 물들이기하고 베짜기를 두고서 고구려 옛살림을 살뜰히 다룬다. 이런 이야기를 남녀 사이 사랑으로 섞은 대목은 살짝 아쉽다. 사랑을 남녀 사이 이야기에서 벗어나 더 너른 사랑으로 그릴 수 있을 텐데, 이 대목을 짚는 한국 그림책은 아직 드물지 싶다. 《꽁꽁꽁》은 꽤 익살스럽다. 도시에서 회사원으로 일하는 숱한 아버지 모습을 살가이 담아내면서 이를 냉장고랑 빗대는 모습도 꽤 좋다. 다만 이 이야기에서 한 걸음 더 재미를 얹어 보았다면 어떠했을까. 뭔가 한끗이 아쉽다. 좋은 그림책이라고 생각하기에 한끗이 아쉬운 대목을 더 느낀다. 《노란 장미》를 읽으며, 이러한 그림책을 빚는 사람들 가슴에 흐르는 꿈이나 사랑은 참 싱그럽구나 하고 생각한다. 줄거리를 놓고 본다면 《노란 장미》하고 비슷한 책이 제법 있다. 퍽 흔하다 싶은 줄거리를 놓고서 이야기를 해사하고 지었고, 해사한 이야기 사이사이에 아이들이 선물을 어떻게 바라볼 만한가를 깊이 알아차리도록 이끌어 준다. 《모리는 새것만 좋아해!》도 흔한 이야깃감을 다루지만, 이야기 흐름은 흔하지 않다. 작은 데를 찬찬히 짚으면서 재미나게 살린다. 재미나게 살리는 이야기에 한결 깊고 넉넉히 생각날개를 펼치도록 발판을 마련해 둔다. 여러 가지 그림책을 장만하고 읽고 새로 장만하고 거듭 읽으며 돌아본다. 이 그림책은 아이를 비롯해서 아이랑 손을 맞잡고 살림을 짓는 어버이 누구한테나 기쁨을 베풀지 싶다. 온누리 모든 아름다운 그림책은 아이다운 맑은 마음을 아끼려는 뜻으로 짓지 싶다. 한국 그림책은 이 대목을 조금 더 살피면 좋겠다. 아이 눈높이에만 맞추는 그림책을 넘어서, 아이다운 맑은 마음을 아끼면서 북돋우는 숨결을 그림책에 담아 주기를 빈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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