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슈퍼 1 - 제6우주의 전사들
토리야마 아키라 지음, 토요타로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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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01


우주에서 하느님을 만난 손오공
― 드래곤볼 슈퍼 1
 토요타로 그림
 토리야마 아키라 글
 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펴냄, 2016.11.25. 5000원


  만화책 《드래곤볼》이 있습니다. 이 만화책은 제가 중학교를 다니던 1980년대 끝무렵에 한국에 처음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무렵부터 꽤 오랫동안 《드래곤볼》은 ‘청소년 유해도서’ 딱지를 받았습니다. 사람을 너무 쉽게 죽이고 죽는 대목이 나오고, 가시내를 놀리는 성희롱이나 성추행 모습이 곳곳에 나온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폭력’이나 ‘성범죄’ 같은 대목은 한국문학이나 한국영화에 꽤 흔히 나옵니다. 그렇다고 이런 한국문학이나 한국영화를 가리켜 ‘청소년유해문학’이나 ‘청소년유해영화’라고 묶지 않아요. 그저 ‘청소년은 아직 볼 수 없다’는 금만 긋지요.

  만화책 《드래곤볼》은 어떤 작품일까요? 이 만화책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툭하면 싸움박질을 하고, 툭하면 누가 누구를 죽이기만 하는 줄거리를 다루는 작품일까요? 그냥 ‘청소년유해도서’라는 사슬만 묶으면 될 만한 작품일까요?


“실은 계왕님이 계신 곳에 가서 수련하고 싶지만, 치치가 제대로 일해 돈을 벌라며 잔소리하니까.”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강할지도 모르겠다!” “하하하.” “우마왕 외할아버지네도 이젠 돈이 다 떨어졌대. 하지만 엄마가 아빠라면 더 잔뜩 벌 수 있는 일이 있댔어. 미스터 사탄처럼.” “난 이렇게 땡땡이치며 수련하는 게 좋아.” (14쪽)

“아빠, 그냥 받지 그래? 돈이 있으면 일도 할 필요 없고 엄마도 분명 계왕님네 가는 걸 허락해 줄걸?” “그런가? 그래도.” “오공 씨, 오천 군도 저렇게 말하는데.” “으, 으으음. 응, 알았어! 받을게!” (20쪽)


  《드래곤볼》을 보면, 주인공 ‘손오공’은 다른 별에서 지구로 보내진 ‘지구 파괴 임무를 받은 외계인 아기 전사’였어요. 이런 손오공은 지구에 아기로 떨어진 뒤에 훌륭하고 슬기로운 스승을 만나서 ‘나쁜 마음’을 말끔히 씻어내고 ‘착하며 고운 마음’을 새롭게 심어서 키워요. 외계인 아기 전사였던 손오공이지만, 훌륭하고 슬기로울 뿐 아니라 착하며 고운 스승을 만난 뒤로 스승한테서 이러한 마음을 고스란히 물려받지요.

  손오공은 ‘전사라는 피’를 물려받은 몸인 탓에 겨루기를 매우 즐깁니다. 다만 ‘스스로 새롭게 거듭나고 배우려는 무술 겨루기’를 할 뿐입니다. 손오공은 무술 자랑을 하지 않아요. 손오공은 폭력을 쓰지 않아요. 손오공은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하지 않아요. 언제나 착하면서 아름다운 길을 걸어요.

  이와 달리 손오공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이나 외계인은 ‘안 착한’ 데다가 ‘짓궂은 욕심’이 크고 작게 있어요. 손오공은 그야말로 티끌 하나조차 없는 맑은 마음으로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나려는 꿈’을 키우고, 이러한 마음을 마주한 다른 사람들이나 외계인은 그만 ‘손오공 마음씨’에 흠뻑 빠져들지요. 처음에는 손오공을 깔본 ‘베지터 왕자’조차 손오공한테서 끝끝내 ‘착한 마음씨’를 배워서 ‘나쁜 짓’에서 말끔히 손을 씻고 ‘뜻없는 파괴와 폭력’을 안 하는 멋진 전사로 거듭나기까지 하지요.


“자, 빨리 되게나. 초사이어인 갓인가 뭔가로.” “초사이어인 갓? 그게 뭐야?” “못 된단 말이야?” “이게 내 최종 형태야. 이걸 뛰어넘는 변신은 없어.” “이런.” “칫, 기대가 어긋났군.” (35쪽)

“아버지의 기가 느껴지지 않아.” “신이 된 증거다. 우리로서는 신이 내뿜는 기를 느낄 수 없으니까.” …… “어떻지? 갓이 된 소감은?” “깜짝 놀랐어.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 (57∼58쪽)


  저는 《드래곤볼》이라는 만화책이나 만화영화에 폭력스럽거나 성추행 대목이 좀 지나치게 나온다고 느끼면서도 이 줄거리가 아닌 다른 줄거리를 엿봅니다. 어린이나 푸름이는 아직 이 만화책을 볼 만하지 않습니다만, 스무 살을 넘은 어른이라면, 이 만화책에서 흐르는 새로운 고갱이를 짚으면서 생각을 새로 가꾸는 길잡이책으로 읽을 만하리라 생각해요.

  맑은 마음을 다스리면서, 이 맑은 마음에 즐겁고 새로운 꿈을 심고, 이 즐겁고 새로운 꿈을 꾸준하게 가꾸면서, 스스로 날개돋이를 하는 몸짓을 손오공이라고 하는 ‘착한 전사’한테서 들여다본다고 할 만합니다.

  손오공은 지구를 살렸어도 영웅 자리에 안 서요. 손오공은 지구를 지켜내었어도 돈 한 푼조차 안 바랍니다. 손오공은 이녁 아이를 낳고 나서 ‘착하며 씩씩한 마음’을 키워야 한다고 늘 이야기해요. 손자한테도 이 마음을 고스란히 물려주고요. 그리고 손오공 스스로 말뿐 아니라 몸으로 이를 모두 해내기에 손오공네 아이나 손오공네 이웃은 이 마음을 살뜰히 아끼거나 섬겨요.

  만화가 토리야마 아키라 님은 《드래곤볼》을 《드래곤볼 Z》로도 이었으나 더 그리지는 않았습니다. 만화로 손오공 이야기를 더 그리지는 않으나, 이야기를 새로 지으며, 이 새로운 이야기에 후배 만화가 토요타로 님이 그림을 그립니다. 《드래곤볼 슈퍼》(서울문화사,2016)라는 새로운 손오공 이야기가 태어나요.


“미안, 비루스 님. 초사이어인 갓의 힘이 내게 말하고 있어. 위로, 더 위로 갈 수 있다고!” (67쪽)

“그때까지 더 실력을 쌓아놓게나. 그렇지, 마지막으로 좋은 걸 가르쳐 주마. 이 세계는 제7우주다. 난 제7우주의 파괴신이지. 우주는 전부 12개 존재해. 훨씬 굉장한 놈도 있을 거라는 생각 안 드나?” “!” “참고로 여기 위스는 내 수행원이기도 하지만 스승이기도 하다. 물론 나보다 강하지.” (70쪽)


  《드래곤볼 슈퍼》에서는 앞선 《드래곤볼》에서 ‘초사이어인’이 되고 나서 ‘초사이어인 2’하고 ‘초사이어인 3’까지 된 손오공이, 이 ‘사이어인을 넘어선 초사이어인’을 셋째 자리에서 머무르지 않고 ‘초사이어인 갓’이 된 이야기를 다룹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초인 1·2·3’을 한 걸음씩 내딛은 뒤에 ‘사람 하느님’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사람으로서 갈 수 있는 모든 벽을 뛰어넘었다는 뜻이에요. 스스로 ‘하느님·신·God’이 되지요.

  그런데요, ‘하느님’이 된 손오공은 처음에는 ‘하느님 빨강(초사이어인 갓 레드)’이 되다가, 다음에는 ‘하느님 파랑(초사이어인 갓 블루)’이 되어요. 하느님이 되었는데에도 ‘이 하느님이 된 자리’에 머물지 않아요. 틀림없이 또다른 자리가 있으리라 여기면서 한 걸음 거듭나려고 힘써요. 새롭게 넘어서는 길로 꾸준하게, 즐겁게, 씩씩하게 거듭나요.


“골든 프리저에게 이겼다고 우쭐해져 있진 않나요?” 실은 얼마 전, 한때 우주를 뒤흔들었던 공포의 제왕 프리저가 부활해 지구를 습격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러나 오공과 베지터는 비루스와의 만남 이후 위스의 밑에서 수련을 쌓아 ‘갓’마저도 뛰어넘는 ‘초사이어인 블루’로까지 진화해 있었다. (83쪽)

“참고로 전 위스와 남매 사이랍니다. 저희는 제 실력이 조금 더 위일까요?” “와아, 어떡하지? 우리보다 강한 녀석이 잔뜩 있나 봐!” “왜 기뻐하는 거야?” (87쪽)


  얼핏 보자면 터무니없는 만화입니다. 사람이 무슨 하느님이 되느냐고 따질 만합니다. 만화이니까 이런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그린다고도 여길 수 있어요. 그렇지만 손오공은 스스로 ‘벽’을 세우지 않아요. 저보다 힘이 센 누가 틀림없이 있으리라 여기면서 몸을 갈고닦아요. 마음도 함께 갈고닦지요.

  손오공은 텔레포트를 하는 외계인을 만난 뒤에는 텔레포트도 배워요. 손오공한테는 가장 힘이 센 사람(전사)이 되려는 뜻이 아니라 ‘스스로 어디까지 거듭나서 새로운 사람이 되어 볼 수 있을까’ 하는 뜻이 있어요. 멈추려 하지 않아요. 고이려 하지 않아요. 늘 새로 배우려 해요.

  다른 사람이나 외계인은 ‘우리가 어떻게 하늘을 날아?’ 하고 여기지만, ‘와! 하늘을 나니 멋지네! 네가 하늘을 날면 나도 하늘을 날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부딪히고 또 부딪히면서 끝내 ‘하늘 날기’를 해내요. 장풍이라고도 할 만한 ‘에네르기파’를 쏟아내는 솜씨도 누가 이런 솜씨를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나서 ‘와! 훌륭하네! 나도 배워서 저 솜씨를 써 보고 싶어!’ 하는 티없는 꿈으로 훈련과 훈련과 훈련을 자꾸자꾸 거듭해서 ‘내 것’으로 삼지요.

  초사이어인이 될 적에도, 초사이어인 3이 될 적에도, 초사이어인 갓이 될 적에도, 그리고 초사이어인 갓 블루가 될 적에도 늘 이 마음이에요. 이렇게 스스로 벽이 없이 거듭날 수 있구나 하고 깨달으면서 또 새로운 자리는 어떤 모습이 될까 하고 부푼 마음이 되어요. 부푼 마음으로 부푼 길을 걷고, 부푼 길을 걷다가 어느새 신나는 하느님이 되지요.


“샴파 님은 제6우주에서 오셨답니다. 이 제6우주와 제7우주는 매우 흡사한 쌍둥이 같은 관계죠. 세상 만물에는 대개 곁면과 이면, 다시 말해 한 쌍을 맺는 존재가 있게 마련입니다. 예를 들면, 제1우주와는 제12우주, 제2우주와는 제11우주, 서로 더해 13을 이루는 숫자의 우주끼리 한 쌍을 맺고 있어요.” “모, 몰랐어.” (91쪽)

“샴파 님, 찾았습니다. 저희 제6우주에도 지구가 있네요.” “뭐? 정말 그곳에도 지구가 있단 말이야?” “하지만 우리 쪽 지구는 안타깝게도 과거에 어리석은 분쟁을 일으켜 인류가 멸망해 버린 듯하네요.” “뭣이!” “하하핫, 안됐구나, 샴파! 그쪽엔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지구인이 이제 없군!” “가능한 이야기야. 우리 쪽 지구도 몇 번이나 위기에 몰렸으니까! 베지터도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었고.” (91∼92쪽)


  저는 만화책 《드래곤볼 슈퍼》라는 작품을 이런 테두리에서 이웃님한테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벽을 세우지 않는다면 우리는 누구나 제자리에 고이거나 멈추지 않고서 우리 뜻이나 꿈을 모두 이룰 만하리라 느껴요. 우리가 스스로 새롭게 태어나려는 꿈을 마음에 품는다면, 반드시 언젠가 이 꿈을 아름다이 이룰 만하리라 느낍니다.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해 봅니다. 해 보자는 마음으로 하고 또 하며 거듭거듭 합니다. 거듭거듭 하고 보니 어느새 ‘되어’요. 해 보니 됩니다. 해 보니까 참말로 되어요.

  꿈을 꾸기에 꿈을 이루는 손오공이라고 할까요. 뜻을 품으니 뜻대로 이루는 손오공이라고 할 만할까요.

  만화책 《드래곤볼 슈퍼》는 지구를 넘어 우주와 은하를 아우르는 더 너른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제 우주에서 더 놀라운 솜씨를 보여주는 엄청난 ‘하느님(신)’을 ‘잔뜩’ 만나서 신나게 한판 붙으며 ‘시간이라는 틀’까지 훌쩍 뛰어넘는 더 씩씩한 사람이 되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멈추지 않는 꿈, 새롭게 짓는 꿈, 하나하나 스스로 짓는 꿈, 이러한 꿈이 가득한 만화책 한 권을 새삼스레 바라봅니다. 2017.5.25.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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