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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야샤 3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90
살리느냐 살리지 않느냐
― 이누야샤 3
타카하시 루미코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02.3.25. 4500원
살릴 수 있다면 살리는 길이 사람이 사는 길인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살릴 수 있기에 살린다기보다, 함께 살아가려고 하는 마음이기에 사람으로서 사는 하루인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내가 이곳에서 살아가듯이 너도 이곳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뜻을 품고서 서로 손을 맞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삶인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이봐. 그럼 비켜.” “그것도 안 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를 영주님을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어. 아니, 이게 영주님이 아니라도, 나는 사람이 죽는 것은 싫어!” (68∼69쪽)
“이 사혼의 구슬 조각으로 요력을 키우려 했던 거냐?” “그런 것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나는 강해! 다만.” (181쪽)
《이누야샤》에 나오는 이들은 사람이든 요괴이든 모두 ‘살아’갑니다. 살려고 하지요. 죽으려고 하는 이는 없어요. 사혼 구슬을 거머쥐려고 하는 이도 살아가려는 마음입니다. 사혼 구슬하고 동떨어진 자리에서도 그저 살아가려는 마음이에요. 사혼 구슬을 거머쥐어 매우 큰 힘을 쓰고 싶은 이도, 이 사혼 구슬을 지켜서 궂은 티끌을 씻어내려고 하는 이도, 모두 살아가려는 마음입니다.
“곧 돌아온다고 했잖아!” “사혼의 구슬은 어쩌려고!” “비켜. 내일부터 시험이란 말야. 난 중3이야. 고교 입시를 앞두고 있다고. 이대로 가면 출석일수도 모자라고.” (85쪽)
“이누야샤 님, 왠지 기운이 없으시군요.” “시끄러.” ‘카고메가 늦네. 괴롭힐 상대가 없으니 힘이 안 나.’ (106쪽)
무엇을 손에 거머쥐기에 더 세지 않습니다. 무엇을 손에 못 거머쥐기에 덜 세지 않습니다. 사혼 구슬이든 칼이든 활이든, 손에 무엇이 있어야 더 센 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았기에 아무 힘이 없지 않아요.
사람도 요괴도 마음에서 힘이 솟습니다. 사람이든 요괴이든, 또 풀이든 꽃이든 나무이든 언제나 마음에서 힘을 스스로 길어올립니다.
스스로 따사로운 마음이 되기에 따사로이 힘을 씁니다. 스스로 차가운 마음이 되기에 차갑게 힘을 써요. 어느 쪽이든 힘입니다. 어느 힘이든 스스로 쓰려고 하는 마음이니 그와 같은 힘이 우리한테 찾아와요.
이누야샤는 카고메하고 함께 지내면서 ‘힘’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키웁니다. 그동안 주먹힘만 있으면 된다고 여겼으나, 주먹힘으로는 깰 수 없거나 지킬 수 없는 삶을 천천히 배웁니다. 스스로 따사롭지 못한 채 차가운 힘만 잔뜩 거머쥘 적에는 스스로 조금도 안 기쁜 줄 배우지요.
“고마워라. 어느 시대에나 사악한 혼은 있는 법이지.” (116쪽)
“수백 년 전, 사혼의 구슬 조각이 박힌 참나무로 만든 가면이지. 그 후 몸을 갖고 싶어서 사람을 계속 잡아먹어 왔지만, 사람의 몸은 쉽게 망가져 버리더군. 좋은 몸을 만들려면, 사혼의 구슬을 더 많이 모아야 해. 그러니까, 네가 가진 구슬을 내놔라.” (150쪽)
배우면서 한 걸음을 걷습니다. 배우면서 하루를 새로 맞이합니다. 배우는 마음으로 따스한 사랑을 깨닫고, 오늘도 모레도 새롭게 배울 수 있는 나날이로구나 하고 느끼면서 비로소 즐거이 웃음을 짓는 길을 찾아냅니다.
이 얼거리를 배우지 못한다면? 이 얼거리를 배우지 못한다면 사랑이 없는 채 차디차거나 메마른 모습으로 이곳저곳 떠돌지요. 사랑이 없으니 아무 마음이 없어요. 사랑을 배우지 못할 적에는 굶주린 배를 온갖 먹을거리로 채우고 또 채워도 그저 배고프다는 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해요. 2017.5.7.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