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 마음별 그림책 3
패트릭 맥도넬 글.그림, 신현림 옮김 / 나는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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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31


‘아무것도 없는 것’을 선물하는 마음
―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
 패트릭 맥도넬 글·그림
 신현림 옮김
 나는별 펴냄, 2016.5.17. 11000원


  한 살 아기한테 “넌 무엇을 갖고 싶니?” 하고 물어보면, 한 살 아기는 뭐라고 대꾸할까요? 두 살 아기나 세 살 아이한테 똑같이 물어보면, 두 살 아기나 세 살 아이는 뭐라고 대꾸할까요? 네 살 아이하고 다섯 살 아이도 생각해 봅니다. 여섯 살 아이하고 일곱 살 아이도 생각해 보고요.

  나이를 좀 올려서 열다섯 살 푸름이는 무엇을 갖고 싶어 할까요? 스물다섯 살 젊은이는? 서른다섯이나 마흔다섯이 되면? 쉰다섯이나 예순다섯이 되면? 그리고 일흔다섯이나 여든다섯이 되면?


무치는 얼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어. (4쪽)


  우리는 돈이 적어서 가난하다고 여길 수 있어요. 돈이 적어서 살림이 힘들다고 여긴다면 아무래도 ‘돈이 좀 있으면’ 하고 바랄 만해요. 그러면 이 대목에서도 더 생각해 봐요. 죽음을 앞둔 분도 ‘돈이 좀 있으면’ 하고 바랄 만할까요? 사랑하는 사람하고 함께 살고 싶은 이는, ‘사랑’하고 ‘돈’ 사이에서 어디로 갈까요? 스스로 꿈꾸던 일을 하려는 사람한테도 ‘이루고 싶은 꿈’하고 ‘돈’ 사이에서 어디로 갈까요?


무치는 얼에게 아무것도 없는 것을 선물하기로 했어.
하지만 세상에는 너무 많은 것이 가득 차 있는데
아무것도 없는 것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14∼15쪽)

두지랑 친구들도 늘 이렇게 말해.
“할 게 아무것도 없어.”
무치가 보기엔,
다들 항상 뭔가를 하고 있는데도 말이야. (18∼19쪽)


  패트릭 맥도넬 님이 빚은 그림책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나는별,2016)를 읽어 봅니다. 이 그림책에는 고양이하고 개, 또는 개하고 고양이가 나와요. 저는 처음에는 고양이하고 개가 아니라 ‘개랑 개’이겠거니 하고 여겼어요. 그림책 막바지에 보니 ‘개랑 개’가 아니라 ‘고양이하고 개’였어요.

  곁에서 그림책을 함께 보던 두 아이는 “아버지는 몰랐어? 나는 고양이하고 개인 줄 알았는데.” “응, 나도.” 하고 말하더군요. 쑥스러웠지요. 아무튼, 고양이하고 개, 또는 개하고 고양이는 이웃집에 삽니다. 한집에 살지는 않아요. 어느 날 둘 가운데 하나가 다른 하나한테 선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무엇을 선물하면 기뻐할까 하고 이래저래 생각하지요.

  그런데 말이에요, 선물을 하고 싶은 쪽에서 머리가 아파요. 선물을 하고 싶은 동무한테는 ‘없는 것이 없다’고 느끼거든요. 어떤 아쉬움도 없이 넉넉하고 즐겁게 사는구나 하고 느껴요.


무치는 상자를 꺼내
아무것도 없는 것을 담았어. (32∼33쪽)


  이웃집에 사는 동무는 돈이 많지 않아요. 개나 고양이한테 돈이 있겠습니까. 이웃집에 사는 동무는 번쩍거리는 옷을 걸치지 않아요. 개나 고양이가 옷을 입을 일이 없겠지요. 이웃집에 사는 동무는 엄청나게 맛있거나 대단한 밥을 먹지 않아요. 그저 끼니에 맞추어 조금씩 밥을 먹을 뿐이에요. 게다가 이웃집에 사는 동무는 ‘놀잇감’을 한두 가지만 가졌지만 굳이 더 바라지 않아요.

  자, 좋아하는 동무한테 무엇을 선물할 만할까요? ‘없는 것이 없다’고 여기는 동무한테 무엇을 선물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서로 동무 사이라면, 우리는 서로서로 무엇을 선물할 적에 서로 기쁜 마음이 될 만할까요? 우리한테 더없이 사랑스러운 동무한테 우리가 무엇을 선물하면서 함께 웃을 만할까요? 그리고 우리는 동무한테서 어떤 선물을 받을 적에 흐뭇할까요?


“아무것도 없네.” 얼이 말했어.
“그래! 아무것도 없어…….” 무치가 대답했지.
“하지만 너랑 내가 있잖아.” (42∼44쪽)


  그림책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를 천천히 넘깁니다. 둘은 빈 상자를 주고받습니다. 빈 상자를 받은 이웃집 동무는 “아무것도 없네” 하고 말합니다. 이렇게 말하지만 서운한 티가 없습니다. 아무것도 없으니 아무것도 없다고 말할 뿐입니다. 이웃집 동무는 “나한테 없는 것이 없는데 뭘 선물하려 하니?” 하고 묻기도 했어요.

  빈 상자를 선물한 동무는 “아무것도 없는 것”을 선물하기로 했대요. 무엇을 주려고 하는 선물이 아니라, 우리 둘이 함께 있는 오늘 이곳을 누리려는 뜻이라고 덧붙여요.

  이제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기로 해요. 그림책도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어 보기로 해요. 한 살 아기한테 무엇을 선물하면 즐거울까요? 다섯 살 아이한테 무엇을 선물하면 기쁠까요? 스물다섯 살이나 쉰다섯 살이나 아흔다섯 살인 사람한테 무엇을 선물하면 아름다울까요?

  삶을 이루는 사랑을 생각해 ㅁ봅니다. 살림을 가꾸는 슬기로운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오늘 이곳에서 우리가 짓는 꿈을 그려 봅니다. 2017.5.2.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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