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실길에 읽는 책 2017.5.1.


전주 마을책방 〈책방 같이〉에서 장만한 그림책 가운데 《새내기 유령》을 기차에서 꼼꼼히 되읽는다. 〈책방 같이〉에서 이 그림책을 다 읽고서 장만하기도 했지만, 다시 차근차근 읽어 보기로 한다. 전주서 순천으로 가는 기찻길은 아이들이 까르르 웃고 골마루를 달리는 소리로 북새통이다. 우리 집 두 아이가 저 아이들만 한 나이에 저렇게 웃고 노래하며 달리기를 참 좋아했다. 그때에도 느끼고 요즈음도 느끼는데, 아이들은 스스로 두 다리로 설 수 있고 달릴 수 있다는 기쁨을 터뜨리려고 이렇게 기차에서 신나게 달리고 싶다. 흔히들 기차에서 아이들이 얌전히 있도록 해야 한다고만 억누르는데, 아예 ‘어린이 놀이칸’을 기차에 마련해 볼 만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마구 뒹굴거나 달리는 ‘놀이칸’이 아니라, 기차에서는 기차라는 탈거리에 알맞게 즐거이 몸을 쓸 수 있는 놀이칸이 있으면 좋으리라 본다. 생각해 보라. 어른들은 기차에서 맥주도 마시고 노래방도 누린다. 어른들은 기차에서 어른 나름대로 쉬거나 놀 것이 있다. 아이들한테는 뭐가 있나? 아이들은 과자나 빵보다도 ‘뛰놀기’가 가장 좋다. 아이한테는 놀이가 밥이다. 그러면 버스나 기차가 아이들을 헤아려서 ‘몸을 쓰며 놀 만한 자리’를 헤아려야 맞겠지. 이렇게 하면 조용히 기차여행을 하고픈 어른은 조용히 다닐 수 있을 테고. 그림책 《새내기 유령》을 읽으며 ‘일·놀이’를 새삼스레 헤아려 본다. 갓 유령이 된 넋은 ‘주어진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몰라서 망설이는데, 기쁘게 받아들이는 아름다움으로 나아가면 되는구나 하고 깨달으며 환하게 웃는다. 일이란, 놀이란, 바로 이러한 결일 테지.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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