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여러모로 꽤 고마운 사람이지 싶습니다. 사드 미사일 값 1조 원을 한국이 내라고 떳떳하게 말하거든요. 가만히 돌아보셔요. 한국 정부는 여태까지 미국 무기를 한국에 두면서 어마어마한 돈을 미국한테 냈어요. 주한미군한테 들어가는 돈도 해마다 엄청나지요. 그런데 여태 이런 이야기를 대놓고 한 미국 대통령이 없어요. 아마 웬만한 한국사람은 주한미군한테 들어가는 돈이 ‘미국 주머니’가 아닌 ‘한국 주머니’에서 나오는 줄 모르고 살았지 싶어요. 더욱이 한국에서 정치지도자와 여야 정당은 이 대목을 사람들한테 꽁꽁 감췄어요. 한국이 미국한테 해마다 얼마나 많은 돈을 퍼주어야 하는가를 떳떳하게 제대로 밝힌 일이 없습니다. 이렇게 꽁꽁 감춰진 이야기를 진보 지식인과 진보 정당만 캐내어 밝혔어요. 이런 흐름이 오래 이어지면서 ‘한미동맹’ 같은 말을 단단히 믿은 분이 많을 텐데,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이런 단단한 믿음을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뜨려 준 셈이지요. 자, 사드 미사일 값만 치르면 될까요? 아니지요. 주한미군 주둔비도 치러야 하지요. 이밖에 온갖 돈을 치러야 할 테고요. 미국 무기를 어마어마한 돈을 해마다 치러야 한국이 ‘안전한 나라’가 될까요, 아니면 그 어마어마한 돈이 한국에서 돌고 돌도록 할 적에 한국이 ‘튼튼한 나라’가 될까요? 한국은 식량자급률이 대단히 낮습니다. 미국이며 중국이며 칠레이며 베트남이며 브라질이며 온갖 다른 나라에서 하루만 ‘식량 수출’을 끊으면 한국은 휘청거립니다. 전쟁무기가 없대서 굶어죽지 않아요. 전쟁무기는 잔뜩 있으면서 굶어죽으면 뭣 하겠습니까. 전쟁무기 잔뜩 갖추고, 핵무기를 만든다며 아웅거리는 북녘을 보셔요. 남녘은 북녘을 손가락질할 만한 주제가 못 됩니다. 북녘은 북녘대로 오랫동안 멍청한 짓을 해대고, 남녘은 남녘대로 오래도록 멍청한 짓을 해댔어요. 정 전쟁무기가 있어야겠다고 여긴다면, 먼저 식량자급률이 100%가 되도록 해야지요. 한국에서 스스로 제 먹을거리를 지어서 먹을 수 있고 나서야 뭔가 다른 길을 열 수 있지, 스스로 먹고살지도 못하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제 껍데기가 아닌 속살을 바라볼 때입니다. 사람들을 굶기고 전쟁무기만 갖추려 하는 정치지도자나 정당은 이 전쟁무기로 사람들을 짓밟는 독재를 부리는 짓하고 똑같습니다. 전쟁무기만 잔뜩 있는 곳에는 평화도 없으나 민주나 복지도 없고, 온갖 불평등과 차별과 비정규직만 있어요. 1조 원을 시골에 풀어 보셔요. 시골에 사는 사람한테 1조 원을 골고루 줘 보셔요. 그러면 시골사람은 이제 농약 비료 안 쓰는 아름다운 농사를 지을 테고, 도시에서 아주 빠르게 시골로 들어가서 흙 만지며 즐겁게 살겠노라는 물결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2017.4.29.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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