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도서관학교 숲노래 2017.4.22.)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우리 집이며 도서관이며 쑥은 쑥쑥 자랍니다. 이 쑥은 우리 땅을 살리는 구실을 하고, 우리 밥이 되어 줍니다. 우리가 먹으면 쑥밥이나 쑥지짐이나 쑥국이요, 다 먹지 않고 그대로 두면 흙으로 돌아가요. 쑥은 모조리 베거나 훑지 않습니다. 이듬해에 새로 솟도록 알맞게 누리고 알맞게 둡니다. 이 쑥이 돋을 수 있기에 아름다운 터전이 될 만합니다. 마을 할매는 우리 밭이나 도서관학교 마당으로 슬그머니 들어와서 이 쑥을 잔뜩 훑으려 합니다. 정작 할매 밭에는 쑥을 안 키우고 다른 땅에서 슬그머니 가져가려 합니다. 우리가 쑥을 오래도록 지켜본대서 이 쑥을 안 먹거나 안 쓰지 않아요. 입에 넣어야만 ‘쑥을 쓰는 일’이 아니에요. 쑥이 뿌리를 내리고 잎을 퍼뜨리도록 지켜볼 적에도 ‘쑥을 쓰는 일’입니다. 마을 할매는 ‘나눔’이라는 마음으로 쑥을 슬그머니 캐려 할까요? 우리 식구는 할매 밭에 슬그머니 들어가서 마늘이나 양파나 다른 푸성귀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할매 밭에 할매가 심거나 돌보는 것을 우리가 넘보지 않아요. 넘볼 까닭이 없고, 넘보아서도 안 됩니다. 우리 손길이나 마음이나 사랑이 닿는 곳이 아니니까요. “고작 쑥 갖고서” 시끄럽게 구는 몸짓이 아닙니다. “바로 이 작은 쑥 하나부터 이웃 삶터와 보금자리를 아낄 수 있는 마음”이 될 적에 집과 마을과 나라가 제대로 섭니다. 이웃집에 자라는 것은 쑥 한 포기라도 함부로 “거저 가져가려는”, 그러니까 ‘훔치려는’ 마음이 되어서는 아니 될 일입니다. 이웃집 것을 함부로 슬그머니 훔치는 몸짓을 떨칠 적에 비로소 나라일꾼(대통령)으로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 같은 대목을 슬기롭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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