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밥하면서 읽는 책 2017.4.19.


어제 남은 밥으로 아침에 볶음밥을 하기로 한다. 어제 못한 깍두기를 오늘 하기로 한다. 이러면서 김치찌개를 끓여 놓으려 한다. 밥냄비에 먼저 불을 올린다. 볶을 것을 채썰기를 해 놓고, 냄비 하나에 누런쌀가루를 붓는다. 누런쌀가루를 담은 냄비에 물을 붓고 불판을 달군다. 오늘 밥은 모시밥을 하고, 오늘 볶음밥은 쑥볶음밥으로 할 생각이다. 얼른 마당에서 모시 한 줌을 훑고, 쑥도 한 줌을 뜯는다. 불판을 달구는 동안 밥냄비가 먼저 끓기에 모시를 부리나케 썰어서 밥냄비에 넣고 고루 섞는다. 불판이 잘 달구어졌으니 지지직 볶는다. 작은아이가 풀쑤기를 거든다. 쌀가루가 눋지 않도록 주걱으로 저어 주기만 해도 얼마나 큰 손길인가. “이거 얼마나 저어야 해? 뜨거워.” “불을 올렸으니 뜨겁지. 한 십오 분쯤?” “엑? 그렇게나?” “그동안 늘 아버지가 혼자 이걸 다 했어. 저어 주기만 해 주라.” 당근 감자 배추 호박 버섯 양파에서 노릇노릇 빛이 날 즈음 쑥을 썰어서 넣는다. 소금을 살짝 뿌리고 밥냄비를 끈 뒤 김치찌개를 끓일 냄비를 올린다. 쑥이 숨이 죽어 고루 섞일 즈음 달걀 두 알을 깨서 신나게 더 섞는다. 이러고 나서 비로소 밥을 얹어 볶는다. 볶음밥이 다 되어 아이들더러 스스로 떠서 먹으라 하고는 김치찌개를 돌아보면서 풀쑤기를 잇는다. 김치찌개가 다 되고도 풀은 더 쑤어야 한다. 무 네 뿌리를 썬다. 풀은 그만 쑤고 식힌다. 노래를 들으며 칼질을 한다. 비로소 무를 다 썰고 소금을 뿌려 재우고서야 기지개를 켠다. 부엌일을 마치고서야 《친구와 헤어져도》를 편다. 마흔 쪽짜리 그림책이어도 밥을 하는 틈을 내어 읽지 못하네. 밥을 다 하고 나서야 읽는다. 무릎을 쉬고 허리를 토닥인다. 《친구와 헤어져도》에 나오는 두 아이는 소꿉동무인데 그만 아주 멀리 떨어져야 했단다. 두 아이는 가슴에 구멍이 크게 뚫리지만 이 구멍을 스스로 천천히 메운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자리에서 들뜸과 두려움이 갈마들다가 무엇보다 ‘반가운 기쁨’이 가장 커서 이제 두 아이 가슴에는 새로운 마음이 자란단다. 잘 빚은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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