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코우다이家 사람들 4 - SC Collection SC컬렉션 ㅣ 삼양출판사 SC컬렉션
모리모토 코즈에코 글.그림, 양여명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7년 1월
평점 :
만화책 즐겨읽기 694
생각을 읽어도 알지 못하는 생각
― 코우다이 家 사람들 4
모리모토 코즈에코 글·그림
양여명 옮김
삼양출판사 펴냄, 2017.1.20. 7000원
코앞에 마주한 사람이 머릿속으로 무엇을 생각하는지 읽을 수 있다고 해서, 이 사람 생각을 모두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여러 가지’는 그야말로 여러 가지일 테니까요. 이 여러 가운데에는 ‘생각’도 있으나, 아직 ‘생각으로 굳히지 못하고 망설이는 것’도 있어요.
어느 모로 본다면,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해서 ‘읽는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할 만해요. 책을 ‘본다’고 해서 누구나 책을 ‘읽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코헤이야말로 바쁘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무리해서 맞춰 주고 있잖아.” “무리하고 있지 않아. 오고 싶어서 온 거야. 그리고 만약 나중에 곤란해져도 내가 결정해서 한 일이니까, 곤란해져도 상관없어. 곤란하게 만들어도 돼.” (17쪽)
‘하지만 알맹이는 그 남자가 훨씬 어른일 테지. 왜냐하면 시게코 씨는 보기와는 다르게 실은 소심하고 의외로 혼자서 끙끙 고민하는 타입인 것 같으니까. 그런 사람이 택하는 사람은 분명히 엄청 착하고 포용력이 있고 강한 사람이야. 아마도.’ (26쪽)
《코우다이 家 사람들》(삼양출판사,2017) 넷째 권을 읽으면서 ‘본다·읽다’ 사이에 오가는 흐름을 헤아립니다. 얼핏 보기에는 ‘생각 읽기’를 하는 듯하지만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은 막상 들여다보더라도 못 읽거나 엉뚱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이나 영화나 그림이나 사진에서도 똑같아요. 글씨를 훑는다고 해서 읽기가 되지 않아요. 주루룩 흐르는 영화나 그림을 본대서 이 영화나 그림에 깃든 뜻을 읽지는 못합니다. 단추만 누르면 찰칵 하고 나오는 사진을 그저 바라본대서 이 사진마다 무슨 이야기가 있는가를 읽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미츠 오빤 알겠어?” “아니. 스스로도 모르는 거 아닐까? 망설이고 있는 거겠지.” “아마도 준도 망설이고 있는 거 아닐까?” (45쪽)
‘어, 어쩌지, 고기!’ ‘고기 어쩌지? 어머니!’ ‘어쩜 좋으니! 실수를 했어! 스키야키용 고기. 아끼지 말고 가장 비싼 걸로 살걸 그랬다!’ ‘양도 부족해요. 어머니가 아끼셔서 그래요!’ (83쪽)
‘어째서 우리 키에지? 아니, 딱히 의심하는 건 아니야. 우리 키에는 착하고 좋은 아이니까. 그 누가 우리 키에를 선택한다 해도 신기할 건 없어! 그렇지만 이 남자가 우리 키에의 진정한 장점을 알까?’ (86쪽)
읽을 수 있는 힘은 다릅니다. 보는 힘도 다르지요. 보기에 읽지는 못하는 얼거리하고 다르게, 보지 못하더라도 읽을 수 있다고 할 만해요. 《코우다이 家 사람들》에 나오는 꿈 많은 아가씨는 ‘보는 눈’은 아니나 ‘읽는 마음’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만화에 나오는 ‘머릿속 들여다보는 재주가 있는 사람들’ 가운데 젊은 셋은 들여다보기는 하더라도 ‘본 것에 깃든 뜻이나 이야기’까지는 제대로 못 짚어요.
어쩌면 이들은 너무 많이 보기 때문에 헤맬는지 모릅니다. 보고 싶지 않아도 자꾸자꾸 수많은 사람들 머릿속이 보이다 보니 그만 갈피를 못 잡고 헤맬는지 모르지요.
왜 그렇잖아요, 책을 지나치게 많이 보는 사람은 책 지식은 많아도 정작 ‘책으로 얻은 지식을 삶에서 살리지 못할’ 수 있어요. 책만 보느라 바쁘니까요.
“속은 강한 사람이에요. 아마도 저보다 훨씬요.” “그, 그래?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낙천적이고 재미있고 상냥한 일을 공상함으로써 많은 것들을 혼자 스스로 극복해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88쪽)
‘나의 정직한 마음. 그녀를 보고 싶어. 이야기가 하고 싶어. 줄곧 평생 함께 살아가고 싶어. 그것뿐이야. 그녀를 향한 진실되고 성실한 마음만 있다면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는 거야.’ (146쪽)
마음이 맞는 두 사람은 함께 바라보고 함께 느끼며 함께 사랑을 짓는 길을 가는 사람이지 싶습니다.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같은 자리에 있어도 엉뚱한 곳을 바라볼 뿐 아니라, 하나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되겠지요.
즐겁게 바라보며 즐겁게 읽을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따사로이 마주하면서 따사로이 생각을 나눌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머릿속을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북돋울 수 있습니다. 2017.4.18.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