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은 책 2017.4.4.
아침에 솔(부추)을 훑는다. 큰아이더러 솔을 훑어 달라 하고는 아침을 짓는다. 묵이랑 솔을 간장으로 버무려 본다. 즐겁게 아침을 지어서 함께 먹는다. 기지개를 켜고 평상에 앉는다. 봄이 무르익으면서 처마 밑에 그늘이 차츰 길게 드리운다. 여름이 되면 처마 밑은 시원한 그늘이 되겠지. 앵두꽃하고 들딸기꽃 냄새를 맡으면서 《수포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책을 읽어 본다. ‘수포자’라니, 이게 뭔 말이래, 하면서 읽어 보니 ‘수학 포기자’를 줄였다고 한다. 이런 말이 있었구나. 학교 수학교육이 왜 엉터리인가를 하나하나 짚고, 수학이 얼마나 재미나고 아름다운데 어떻게 교과서는 이다지도 바보스러운가를 꼼꼼히 다룬다. 이 책 《수포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는 수학교육뿐 아니라 다른 교육도 오늘날 제도권에서는 즐거움이나 새로움하고는 동떨어진 채 마치 기계를 짜맞추듯이 굴러가기만 한다는 대목을 다루기도 한다. 글쓴이가 묻는 한 마디가 찡하게 울린다. 학생이 아니라 교사가 잘못이요, 엉터리 교과서를 그대로 시험점수에 맞추어 우격다짐으로 집어넣는 교사가 바뀌어야 한다고 밝힌다. 글쓴이는 ‘셰익스피어’를 왜 학생한테 가르치고 느낌을 쓰도록 하느냐고 묻는다. 셰익스피어를 한국 논술 시험처럼 이리 자르고 저리 붙인다면 매우 재미없겠지. 시를 시로 안 가르치고 입시 지식으로 다루면 그야말로 문학이나 국어 수업이 재미없을 테지. 오늘날 수학교육은 마치 이런 재미없는 길을 곧이곧대로 갈 뿐이라고 한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