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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먹는 법 -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 ㅣ 땅콩문고
김이경 지음 / 유유 / 2015년 8월
평점 :
책읽기 삶읽기 295
‘모른다’는 말을 뚝 그치려고 읽는 책
― 책 먹는 법: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
김이경 글
유유 펴냄, 2015.8.24. 1만 원
‘책을 왜 읽는가?’ 하고 묻는다면, 저는 ‘배우려고’라는 짤막한 말을 하겠습니다. 배우려는 뜻에서 책을 읽는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하고 그림책을 함께 읽을 적에도 아이에 앞서 어른인 나 스스로 새롭게 배우려고 합니다. 재미난 만화책을 읽는다고 할 적에도 심심풀이라고 느끼지 않아요. 이 책 하나가 나한테 가르치는 이야기가 있기에 즐겁게 읽어요.
인문책만 우리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모든 책은 저마다 다른 사람들 살림살이를 우리한테 넌지시 가르치는구나 하고 느껴요.
‘왜 시골에서 사는가?’ 하고 물을 적에도, 저는 ‘배우려고’라는 짤막한 말을 합니다. 물이 맑고 바람이 깨끗한 시골이기에 시골에 산달 수 있습니다만, 이보다 시골에서 시골살이랑 시골살림을 배우려는 뜻이 한결 짙어요.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되새기면서, 앞으로 걸어갈 길을 꿈꾸고, 오늘 걷는 길을 마주하려는 뜻에서 늘 하루를 새롭게 배워요.
어릴 적, 학교에서 돌아온 제가 안방에서 국어 교과서 같은 걸 큰소리로 읽으면, 안방 옆의 낮고 어둑한 부엌에서 일하시던 어머니는 아주 가끔 “참 잘 읽는구나!” 혼잣말처럼 감탄하시곤 했습니다. (9쪽)
제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책을 읽었을 때 제게는 간절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첫 물음은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였습니다. (13쪽)
김이경 님이 쓴 《책 먹는 법》(유유,2015)을 읽습니다. 이 책을 읽는 뜻도 매한가지입니다. ‘배우려고’ 읽어요. 저는 한 해에 적게 읽으면 천 권 즈음 읽고, 넉넉하게 읽으면 이천 권 즈음 읽기도 하는데, 책을 아무리 많이 읽건 말건 새로 배울 만한 이야기를 느끼기에 새삼스레 이 책도 들추고 저 책도 들춥니다. 이 책에서는 이 책을 쓴 분이 즐겁게 걸어가며 지은 살림을 보면서 배워요. 저 책에서는 저 책을 쓴 분이 기쁘게 사랑하며 지은 삶을 보면서 배우고요.
책을 읽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좀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부족한 지식과 모자란 경험을 채우고 자신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요량이 있기에 책을 읽고 배우는 것이지요. (29쪽)
저는 독자에게는 오독하지 않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의 권위에 짓눌리지 않는 자유로운 독서는 지지하지만 이런 적극적인 독해와 무관한 오독은 마ㄸ당히 피해야 합니다. (41쪽)
《책 먹는 법》을 쓴 김이경 님은 ‘책을 왜 읽는가?’ 하고 스스로 물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김이경 님은 이 물음에 먼저 “좀더 나은 인간이 되”려는 뜻이라고 밝힙니다. 이러면서 ‘자유로워지는 길’을 찾으려고 책을 손에 쥐었다고 해요.
아마 책에서는 ‘자유로 가는 길’을 환하게 밝히거나 보여주지 않았으리라 느껴요. 책을 읽는 동안 김이경 님 스스로 이 대목을 넌지시 깨닫거나 시나브로 알아챘으리라 느껴요. 나 아닌 남이 걸어온 길이 고스란히 드러난 책을 읽는 동안 내 마음을 한결 단단히 추스르고 한껏 새롭게 가다듬자는 마음이 되었으리라 느낍니다.
내가 얼마나 모자란가 하고 책을 읽는 내내 헤아리기에, 책을 덮고 나서 이 모자란 모습을 채우고 가꾸며 북돋우려고 땀을 흘릴 만하지 싶어요. 좋은 거울이 되는 책이요, 즐거운 길동무가 되는 책이지 싶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이런 배움의 일부이며, 자신의 무지를 일깨워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생각, 다른 지식, 다른 믿음이 불러일으키는 의심과 두려움을 ‘틀렸다’고 치부하거나 눈을 감고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똑바로 바라봄으로써 오히려 더 큰 세계 안에서 평화를 이루기 위해 독서를 하는 것이지요. (65쪽)
책을 읽으면서 내 어리석음을 깨닫는다면, 이러면서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만한 슬기를 곱씹는다면, 나 아닌 남을 널리 아우르거나 껴안는다면, 참말 우리는 얼마나 멋진 사람이 될 만할까요? 책을 읽고 나서 다른 사람들 생각과 꿈과 사랑을 새롭게 마주하면서 아끼는 숨결이 된다면, 참으로 우리는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 될 만할까요?
시샘하는 마음에서는 책을 못 읽어요. 아니, 시샘하는 마음에서는 아무것도 못 배워요. 고개를 숙이면서 새로 배우려 하기에 책을 읽어요. 배우자고, 삶을 짓자고, 익히자고, 살림을 짓자고, 이렇게 스스로 되뇔 적에 비로소 책을 읽을 만하지 싶습니다.
흔히들 노는 게 재미있다고 하지만 정말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는 건 몰랐던 것을 아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80쪽)
문학은 인간의 조건에 대한 통찰력, 세계를 다르게 보는 눈,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는 힘을 키워 줍니다. 그리고 그 힘은 문학이 사람을 읽는 눈을 길러 주는 데에서 나옵니다. 나를 읽고 너를 읽고 우리와 그들의 세상을 읽으면서, 각자의 삶과 그 삶들이 한데 어울려 만드는 이 세상을 더 깊고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요. (139쪽)
《책 먹는 법》이라고 하는 자그마한 책은, 참으로 “책 먹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마음을 알뜰살뜰 일구도록 책을 먹자고 이야기합니다. 이제껏 몰랐던 것을 느끼면서 배우자고 이야기합니다. 너와 내가 서로 얼크러지는 이 땅을 더 깊고 너른 터로 가꾸는 길에 한 손을 보탤 만한 꿈을 짓는 마음으로 책을 읽자고 이야기합니다.
나는 나한테 새로운 책 한 권을 선물합니다. 나는 나한테 오래된 책 한 권을 선물합니다. 새로운 책에서는 새로운 삶을 배우며 읽습니다. 오래된 책에서는 오래된 살림을 배우며 읽어요.
구속 수감된 옛 대통령한테 책 한 권 부치고 싶습니다. ‘모른다’는 말을 일삼은 그분은 참말 ‘모르실’ 테니, 이제부터 ‘알고’ 느껴서 ‘배우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잘잘못을 떠나서 이웃을 사랑하고 이 땅을 아낄 줄 아는 마음을 작은 책 한 권을 곁에 놓으면서 차분하고 조용히 새롭게 배우면 좋겠습니다. 2017.3.31.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책이야기/책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