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마리 찾는 글쓰기



  사람들은 저마다 제 나름대로 실마리를 찾으려고 글을 쓴다. 스스로 생각하는 만큼 실마리를 풀기 마련이다. 스스로 헤아리는 대로 실마리를 맺는다. 누구는 하나부터 열까지 샅샅이 살피며 글을 쓴다. 누구는 하나만 살짝 붙잡아서 글을 쓴다. 누구는 하나조차 붙잡지 않지만 아무렇지 않게 글을 쓴다. 누구는 하나부터 백이나 천이나 만까지 가누면서 글을 쓴다. 그런데 더 나은 글은 딱히 없다. 겨우 하나조차 헤아리지 않으면서 쓰는 글이라고 해서 나쁘지는 않다. 이러한 글을 쓰는 이로서는 바로 이만큼이 그이 스스로 찾으려는 실마리일 뿐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매우 모자라 보이나, 그이로서는 이만큼조차 대단히 크거나 많을 수 있다. 하루에 책을 열 권쯤 읽어내는 사람 눈으로는 하루에 한 쪽조차 가까스로 읽어내는 사람이 ‘너무 적거나 얕아’ 보일 수 있겠지. 하루에 두 권 읽는 사람 눈으로는 하루에 한 권 읽는 사람도 ‘적거나 얕아’ 보일 수 있고. 그렇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제 실마리를 찾을 뿐이다. 석 달을 걸려 작은 바지 한 벌을 뜨개하는 사람이 있고, 사흘 만에 뜨개옷 한 벌을 짓는 사람이 있다. 더 나은 사람도, 덜 나은 사람도 없다. 우리는 그저 제 깜냥껏 즐거이 실마리를 찾으면 될 뿐이다. 다만 한 가지는 있다. 실마리를 찾고 싶으면 늘 스스로 묻고 늘 스스로 돌아보아야 하며 늘 스스로 새롭게 배울 수 있어야 한다. 2017.3.30.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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