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고 그린 책 - 2020 볼로냐 라가치 상 COMICS Early Reader 대상 수상작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47
리니에르스 지음, 김영주 옮김 / 책속물고기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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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66



누구나 할 수 있는 글쓰기·책짓기

― 내가 쓰고 그린 책

 리니에르스 글·그림

 김영주 옮김

 책속물고기 펴냄, 2017.3.6. 11000원



  아이들은 늘 무언가 새로 짓습니다. 풀밭에 앉아서 풀을 뽑아 가락지를 엮기도 하고, 풀피리를 불려고도 합니다. 밭 귀퉁이에서 놀다가 흙을 호미로 콕콕 찍고는 흙떡이나 흙만두를 빚기도 합니다. 봄꽃 한 송이를 꺾어서 귓등에 꽂는다든지 책상맡에 살그마니 놓기도 합니다. 어버이나 둘레 어른이 들려준 노래를 따라하기도 하지만, 노랫말이나 노랫가락이 생각나지 않아 이리저리 새롭게 짜맞추어 부르기도 해요. 또는 아이 나름대로 아예 새로운 노래를 부르기도 합니다.



“우와, 신난다! 엄마가 색연필을 선물로 주셨어. 예쁜 무지개 조각을 가진 기분이 드는걸. 아주 멋진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어!” (3쪽)



  무엇이든 새로 짓는 아이들은 이렇게 새로 짓는 솜씨를 누구한테서 배웠을까요? 아직 글을 몰라도 종알종알 ‘꿈나라 이야기’를 지어서 들려주기도 합니다. 어쩌면 어른한테는 안 보이는 도깨비나 요정이나 괴물을 두 눈으로 보고 나서 이야기를 들려줄는지 모르지요.


  리니에르스 님이 빚은 《내가 쓰고 그린 책》(책속물고기,2017)은 아이들이 저마다 꿈나라 이야기를 짓는 모습을 찬찬히 보여줍니다. 책에 나오는 아이는 고양이랑 둘이서 노는데, 이 아이는 고양이하고 말을 섞어요. 고양이는 아이가 하는 말을 알아듣고, 아이는 고양이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요.


  이 아이는 고양이 말만 알아들을까요? 어쩌면 구름이나 꽃하고도 말을 섞지는 않을까요? 연필이나 지우개하고도 말을 섞을는지 모르지요.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야 이야기가 재밌어진다니까. 기대해!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야.” (13∼14쪽)



  아이는 마침 어머니한테서 새 색연필을 선물로 받습니다. 이 새로운 색연필로 무엇을 하며 놀면 재미날까 하고 생각하다가 책을 써 보기로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쓰고 그린 책입니다. 다른 데에서 본 얘기가 아닌 아이 나름대로 새롭게 지은 이야기로 빚는 책이에요.


  아이 곁에 앉은 고양이는 아이가 짓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아이는 새 이야기를 한 장씩 슥슥 그리면서 고양이한테 이것은 이거요 저것은 저거라고 말을 해 줍니다. 앞으로 벌어질 이야기를 미리 알려주기도 하고, 고빗사위에서는 짠 하고 놀래킬 만한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해요.



“뒷이야기가 궁금하니까 빨리 그려야겠어. 난 ‘우아’라고 말하는 게 제일 좋더라.” (41∼43쪽)



  아이가 손수 쓰고 그려서 빚는 이야기책에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깃듭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다른 아이(이면서 아이 스스로일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눈빛이 파랗고 머리카락이 빨간 아이가 ‘아이가 쓴 책’에서 주인공이 되어 여러 가지 모험을 합니다.


  아이가 쓴 책에 나오는 아이는 씩씩합니다. 두려움을 모르고 여린 이웃을 돕는 따사로운 마음을 보여줍니다. 아이 곁에 앉은 고양이는 아이가 그리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이런 이야기를 부드럽고 따사로이 그리는 모습이 반갑습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고양이는 아이가 빚은 이야기를 맨 먼저 보고 들으며 즐기는 첫 손님, 그러니까 첫 독자라고 할 만해요.



“내가 쓰고 그린 책 완성! 우리 함께 출판사에 가 볼까?” (70쪽)



  새로 선물받은 색연필로 새롭게 이야기를 짓습니다. 새로 선물받는 공책이 있어도 새롭게 이야기를 지을 만합니다. 새롭게 선물받은 책이 있을 적에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신나게 새로운 이야기를 꿈꿀 만할 테지요.


  글을 잘 써서 작가가 될 수 있고, 그림을 잘 그려서 작가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이 책 《내가 쓰고 그린 책》에 나오는 아이처럼, 스스로 즐겁게 이야기를 빚을 줄 알기에 작가가 될 만해요.


  출판사에서 멋스럽게 찍어 주지 않아도 책이에요. 아이 나름대로 종이를 손수 실로 꿰매어도 책이지요. 어머니나 아버지가 살뜰히 여미어 주어도 책입니다. 이때에는 온누리에 꼭 한 권만 있는 책이 태어나요.


  그나저나 책에 나오는 이 아이는 이야기를 마무리지은 뒤에 출판사에 마실을 간대요. 자, 이 아이가 빚은 ‘깊은 밤 머리 셋 괴물 이야기’ 책은 출판사에서 받아들여 줄까요? 아이는 고양이하고 출판사에 다녀온 뒤에는 무엇을 배우고 또 어떤 이야기를 새로 지을까요? 2017.3.22.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책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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