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3.20.


아주 오랜만에 네 식구가 읍내마실을 한다. 곁님까지 읍내마실을 마지막으로 한 때는 지난해 언제였는 지 가물가물하기도 하다. 아무튼 넷이 읍내마실을 나가는 길에 책을 두 권 챙겼다. 한 권은 《책 먹는 법》이고, 다른 한 권은 시집 《슬픈 희망》이다. 마을 어귀에서 읍내로 갈 적에는 시집부터 읽는다. 마을 핼매가 읍내에 내다 팔려는 시금치 보퉁이 가운데 하나를 들어서 버스에 실었다. 비가 오는 날씨인데, 둘째가 일곱 살이다 보니, 이제 둘째한테는 말만 해도 잘 알아서 움직여 준다. 아이를 안지 않아도 되고, 아이 우산을 아이가 챙길 수 있으며,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 요리조리 잘 움직이는 살림이 얼마나 홀가분한지. 아이를 도맡아 돌보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마음을 모르리라. 두 아이를 돌보며 열 해를 살아오는 동안 밥을 하고 씻기고 재우고 입히고 가르치고 …… 나날이 자라는 모습이 어느 모로 보나 이쁘기 그지없다. 아, 그래 사회에서는 흔히 ‘미운 일곱 살’이라 하는데, 왜 ‘미운 일곱 살’이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이들은 다섯 살에도 일곱 살에도 아홉 살도 늘 이쁘지 않나? 그나저나 시집 《슬픈 희망》은 더없이 슬프면서 희망이라는 사랑을 붙잡으려고 하는 아픈 이야기가 내내 흐른다. 김기홍 시인은 요즘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실까? 이렇게 ‘사랑스러운 땀방울’을 시로 애틋하게 그릴 줄 아는 이녁은 어디에서 어떤 꿈을 길어올리는 하루를 지으시려나?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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