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낸시 (스티커 포함)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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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693



쥐마을에서는 ‘아기 고양이’를 받아들일까?

― 고양이 낸시

 엘렌 심 글·그림

 북폴리오 펴냄, 2015.2.17. 15000원



  고양이만 사는 마을에 ‘아기 쥐’가 깃들어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요? 거꾸로 쥐만 사는 마을에 ‘아기 고양이’가 깃들어 같이 살아갈 수 있을까요?


  터무니없는 말을 묻는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꼭 터무니없는 말만은 아닙니다. 고양이랑 쥐, 또는 쥐랑 고양이, 이렇게 둘 사이가 아닌 ‘남·북녘’을 놓고도 생각할 수 있어요. ‘한국 노동자·이주 노동자’를 놓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이·어른’이라든지 ‘가시내·사내’를 놓고도 생각할 수 있어요.


  자, 고양이마을에 어느 날 어느 집 문 앞에 아기 쥐가 바구니에 담긴 채 놓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거꾸로 쥐마을에 어느 날 어느 집 문 앞에 아기 고양이가 바구니에 담긴 채 놓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추워요. 아기가 추워해.” “그러네. 데리고 들어가야겠다. 그렇지?” (14쪽)


“여러분, 더거 씨가 며칠 전에 아기 고양이를 주웠습니다.” “그럼 어서 멀리 내보내쇼!” “하지만, 쫓아내기엔 너무나 어린 동물입니다.” (41쪽)


“아아, 짐을 싸야겠네요. 솔직히 이해해 줄 것이라곤 생각 안 했어요.” “우리 잠시만 기다려 보자고. 내가 여기서 오래 살아 봤는데, 우리 마을 쥐들이 꽤 착했던 것 같거든.” (46쪽)



  엘렌 심 님이 빚은 만화책 《고양이 낸시》는 쥐마을에 어느 날 덩그러니 놓인 아기 고양이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제껏 딱히 대단하거나 남다른 일이 없던 조용한 어느 쥐마을 어느 집 문 앞에 아기 고양이가 바구니에 놓여요. 쥐마을 어느 집 아저씨와 아이는 이 아기 고양이를 보지요. 아이는 이 아기 고양이가 쥐인 줄 아직 모르나, 아저씨는 아기 고양이를 보자마자 고양이인 줄 알아챕니다.


  이때에 아이는 “아기가 추워해” 하고 말해요. 아저씨(아이 아버지)는 어쩔 줄 몰라서 망설이는데, 고양이인 줄 모르는 아이는 ‘아기’라는 대목만 보고는 얼른 ‘우리 집’으로 들여서 따뜻하게 품어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꼬리를 가졌구나!” “정말?” “우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106쪽)


“낸시 데려갈 거면 한 명 놓고 가. 우리 공주님 놀이 해야 해!” (114쪽)


“낸시는 (연극에서) 무슨 역이 하고 싶니?” “난, 해님, 할래요.” (139쪽)



  만화책 《고양이 낸시》는 만화책이기 때문에 참으로 만화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삶을 돌아보면 《고양이 낸시》에 흐르는 만화스러운 이야기를 어렵잖이 마주할 수 있어요. 여린 이웃을 살피고 아픈 동무를 헤아리는 아이들이 있어요. 힘없는 이웃을 아끼고 고단한 동무를 보듬는 어른들도 있지요.


  여리거나 아프더라도 고개를 홱 돌리는 아이나 어른이 있을 수 있어요. 힘없거나 고단하더라도 모르는 척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말이에요, 우리 삶터가 오늘 여기까지 흐르는 동안 더 많은 사람들이 여린 이웃을 아끼고 아픈 동무를 보살피는 살림이었으리라 하고 생각합니다. 밥 한 술을 나누면서 서로 도울 줄 아는 마음을 키워 왔지 싶어요.


  아기 적부터 같이 살던 개랑 고양이는 한집에서 함께 아끼면서 살곤 합니다. 새와 악어는 처음에 같은 자리에서 깨어나서 서로 아끼는 동무가 될 수 있어요. 우리는 꼭 먹이사슬이라는 얼거리로만 바라보아야 하지 않습니다. 같은 목숨이나 이웃 숨결이라는 눈으로 바라볼 수 있어요.



“아니, 도대체가, 밖에 애들이랑 노는 저 커다란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낸시요.” “낸시.” “낸시다.” “아니, 이름 말고요!” “더거 씨네 딸?” “우리 아들 친구?” “귀여워.” (157∼158쪽)


“고양이의 위험성?” “네. 마을 쥐들이 모르는 것 같으니 뭐라고 말 좀 해 주세요.” “헥터, 괜찮을 거다.” “아버지! 이 책에도! 저 책에도! 모든 책에서 고양이는 위험하다고 되어 있단 말이에요! 특히 이 책에는…….” “흠.” “아버지?” “그랬지, 헥터 너는 어렸을 때부터 너무 가까이서 책을 보곤 했었지.” (173∼175쪽)



  《고양이 낸시》에 나오는 쥐마을에서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에는 ‘고양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돋습니다. 이와 달리 쥐마을 아이들은 처음에는 ‘고양이’를 모르기 때문에 고양이라고 해서 두려워하지 않아요. 그저 함께 지내는 동무로 삼습니다.


  어릴 적부터 고양이 낸시를 동무로 삼은 쥐마을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에도 낸시를 그저 ‘동무 낸시’로 여깁니다. ‘고양이 낸시’ 아닌 ‘동무 낸시’예요.


  쥐마을을 떠나 여행을 오랫동안 하다가 돌아온 어른 쥐 헥터는 ‘고양이 한 마리’가 고향마을에 있는 모습을 보고는 벌벌 떱니다. 쥐마을 어른들이 모두 머리가 돌았다고 여기지요. 어떻게 고양이를 버젓이 쥐마을에 두느냐고 따져요.


  이 어른 쥐 헥터 마음을 모를 수 없습니다. 쥐 헥터는 어릴 적부터 고양이는 무섭다고 배웠으니까요. 지식으로 길들었으니까요.



“낸시가 위험해. 책방에서 들었는데, 헥터 형이 낸시가 고양이라고, 고양이라서, 나쁘다고 마을 쥐들에게 말하겠다고 했어. 그러면 낸시는 마을에서 쫓겨나고 말 거야. 그러니까, 우리가 지켜 줘야 해. 낸시는 우리 친구잖아.” (188∼189쪽)


“헥터 형.” “응?” “형, 있잖아요.” “응.” “낸시 너무 미워하지 말아 줘요. 낸시는 지미의 소중한 동생이에요.” “응.” (218∼219쪽)



  서로 이웃이기에 함께 지내며 아낄 수 있습니다. 서로 이웃이라는 마음을 나누기에 기쁨을 함께하며 웃을 수 있어요. 서로 동무이기에 같이 노래하며 춤출 수 있어요. 서로 동무라는 마음을 주고받으니 까르르 웃고 노래하는 즐거움으로 한껏 흐드러질 만해요.


  렇지만 서로 이웃이라고 여기지 못하면 싸워요. 서로 이웃이 아니니 싸우지요. 내 몫이랑 네 몫을 가릅니다. 내 자리랑 네 자리를 갈라요. 서로 동무라고 느끼지 않기에 다툽니다. 서로 동무가 아닌 터라 전쟁무기를 자꾸 만듭니다. 서로 동무라면 핵무기를 만들 생각을 할까요? 서로 동무인 둘 사이에 국경을 가르거나 군대를 둘 생각을 할까요?



“낸시야, 아빠가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 우선 말하기 전에 아빠는 정말 낸시를 사랑한단다!” “응, 나두!” “음, 그러니까, 낸시는 사실 아주 조금 특별하단다. 아주 조금 달라. 하지만 그게 절대 나쁜 것이 아니란다! 낸시는 말이야, 낸시는 그러니까, 조금, 아빠나 마을 쥐랑 다른, 그러니까.” “낸시 알아. 낸시는 고양이야.” “무, 뭐?” “낸시는 고양이야.” “어, 음!” “친구들과 조금 다르지만, 괜찮아!” “으, 응, 그럼 그럼!” (242∼244쪽)



  만화책 《고양이 낸시》는 쥐마을 아이들이 서로 슬기롭게 마음을 나누면서 낸시랑 동무로 지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여기에 어른들이 아이들을 따사로이 아끼며 함께 사랑을 짓는 이야기를 보탭니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어른은 어른 나름대로, 서로서로 마을을 사랑으로 짓는 기쁜 마음을 북돋우려고 해요.


  두려움을 떨치기에 이웃이 되고 동무가 됩니다. 미워하지 않고 싫어하지 않으니 금을 긋지 않으며 손을 맞잡아요. 좋아하는 마음을 키우면서 어느덧 사랑으로 거듭나니 따사로운 기운이 흐릅니다. 밝은 봄바람을 함께 누립니다. 싱그러운 봄볕을 함께 쬡니다. 2017.3.1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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