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실길 읽는 책 2017.3.16.
서울에서 하룻밤 묵고서 인천으로 가려는데 신도림역에서 한참 헤맸다. 인천 가는 전철을 어디에서 타야 할는지 못 찾고 이리 갔다가 저리 갔다가 했다. 지난날에 그토록 이 전철을 수없이 탔는데, 여러 달 만에 한 번 타는 얼거리로 몇 해가 지나니 이제는 인천 가는 전철을 갈아타는 자리조차 못 찾네. 오랫동안 아무렇지 않게 익숙하던 길이 이제는 그야말로 아무렇지 않게 낯설고 만다. 짐가방을 메고 들고 땀을 쏟으며 헉헉거리다가 가까스로 인천 가는 전철을 탄다. 가방을 내려놓고 땀을 훔친다. 숨을 가늘게 고른 뒤에 《알루미늄의 역사》를 펼친다. 오늘날 사회에서 더없이 모순덩어리가 된 쇠붙이 가운데 하나인 알루미늄이라고 한다. 알루미늄은 유럽과 미국을 가로지르는 엄청난 싸움판에서 전쟁무기 짓는 데에 한창 쓰였는데, 전쟁이 끝난 뒤에 알루미늄 공장은 돈벌이가 사라졌단다. 이때부터 알루미늄 공장과 정부는 알루미늄 공장이 문을 안 닫게 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고, ‘알루미늄 깡통 산업’을 온힘으로 북돋았단다. 전철은 어느덧 달리고 달려 도원역에 선다. 도원역에서 내리는데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잔뜩 내린다. 전철 타고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대단히 많구나. 몰랐네. 나는 초·중·고등학교 내내 걸어서 학교를 오갔기에 이런 줄 하나도 몰랐다. 나는 사십 분이나 한 시간 길은 언제나 걸었을 뿐 버스도 전철도 안 타고 살았다. 인천 배다리에 닿아서 오늘 만날 분을 기다리는 동안 《문방구 왈츠》라는 만화책을 편다. 재미나다. ‘문방구’ 요정이 나와서 ‘문방구를 다루는 사람 임자’가 어떤 마음인가를 읽는 대목이 여러모로 뜻깊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