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쇄를 찍자 1
마츠다 나오코 지음, 주원일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89



책이란 ‘작품 + 상품 + 마음’일 뿐일까?

― 중쇄를 찍자! 1

 마츠다 나오코 글·그림

 주원일 옮김

 애니북스 펴냄, 2015.8.19. 8500원



  책은 수많은 사람 손을 거쳐서 태어납니다. 책뿐이 아닙니다. 연필 한 자루도 수많은 사람 손을 거쳐서 태어나요. 종이 한 장이나 젓가락 한 벌도 수많은 사람 손을 거쳐서 태어납니다.


  우리가 적은 돈을 들여서 장만할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수많은 사람 손을 거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 모두는 바로 숲에서 태어나요.


  이러한 얼거리를 알 적하고 모를 적에는 책을 읽는 매무새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얼거리를 헤아릴 적하고 헤아리지 않을 적에는 살림을 가꾸는 몸짓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전 담당 편집자이면서도 선생님께 아무런 상담도 요청받지 못했습니다. 편집자 실격입니다.” “미안하지만, 자네들이랑 상의하려는 생각 같은 건 해 본 적도 없어. 편집자한테 의지하다가 사라져 간 작가를 질리도록 봐 왔으니까.” (71쪽)


‘그저 글씨가 늘어서 있을 뿐인데, 어째서 나는 우는 걸까. 어째서 가슴속에 스며드는 걸까.’ (97쪽)



  마츠다 나오코 님이 빚은 만화책 《중쇄를 찍자!》(애니북스,2015) 첫째 권을 읽습니다. 이 만화책에는 만화책이나 만화잡지를 내는 출판사에 갓 들어간 젊은이가 나옵니다. 이 젊은이는 만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책이 어떠한 얼거리로 태어나서 우리 손에 쥘 수 있는가를 아직 모릅니다. 그저 씩씩하게 발로 뛰고 몸으로 부딪히면 되리라 생각해요.


  《중쇄를 찍자!》는 아직 책마을을 모르는 젊은이가 책마을을 하나씩 알아 가면서 배우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책마을을 이루는 수많은 사람을 처음으로 마주하면서 나와 너 사이를 잇는 책 한 권을 어떻게 짓고 엮고 마무르고 나누고 팔고 읽을 적에 즐거울까 하는 이야기를 다루지요.



“쿠로사와, 너도 앞으로 새 연재를 맡게 될 테니 말해 두겠는데, 팔리는 책을 만들어라! 만든 다음에는 죽을 힘을 다해서 팔아!” (123쪽)


“저쪽 철도 코너에도 비치할 수는 없을까요? 평소에 만화를 안 읽으시는 분도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음, 어려울 거예요. 철도 매대에서 만화가 팔리더라도 매출은 만화로 잡혀서요. 저쪽 담당자한테는 아무런 이득이 없거든요.” “제가 교섭해 볼게요!” (158쪽)



  다만 어디에 있든 우리는 저마다 먹고살아야 하고, 책마을에서도 책을 팔아서 먹고살아야 하는 만큼, 이 만화책 《중쇄를 찍자!》를 보면 곳곳에서 ‘팔릴 만한 책’이나 ‘돈이 될 만한 책’ 이야기가 튀어나옵니다. 만화잡지에 작품을 싣는 만화가를 마주하며 작품을 받아 잡지를 잇는 얼거리가 이 만화책에서 큰 줄거리를 이루기에, ‘널리 사랑받을 만한 작품’이라는 테두리도 도드라지게 다루곤 해요.


  이는 함부로 보아넘길 대목이 아닙니다. 팔리지 않을 만한 책을 찍어서 팔 수야 없어요. 그러나 이 대목은 좀 곰곰이 짚을 노릇이지 싶어요. 《중쇄를 찍자!》는 대량생산 대량소비라는 틀에 맞추어 돌아가는 줄거리에 맞추다 보니, 책이라고 하는 종이꾸러미가 깃든 숨결을 바라보는 눈썰미가 살짝 얕습니다. 아무래도 책이라고 하는 숨결을 더 깊거나 넓게 헤아리는 손길은 살짝 얕아요.



“이번에 처음으로 알았어요. 제가 손에 쥐는 단행본은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도착한다는 걸요. ‘작품’이자 ‘상품’이고 ‘마음’이라는 사실을요. 정말로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205쪽)



  만화책 하나가, 또는 책 하나가, 모든 갈래나 모든 줄거리를 다루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모든 줄거리나 갈래를 짚을 수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하나는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책이란 무엇일까요? 《중쇄를 찍자!》 1권 끝자락에 이르러 비로소 책이란 ‘작품 + 상품 + 마음’이라고 적는데, 이 생각은 틀리지 않을 테지만, 무엇인가 빠지지 않았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해 봅니다. 이 세 가지로 그칠 만할까요, 아니면 더 깊거나 너른 이야기가 있을까요.


  책을 말할 적에 ‘작품’이 맨 먼저이고, 다음이 ‘상품’일까요? 이 대목도 생각해 볼 만하지요.


  재미나게 그리고 많이 팔리되 가슴을 적실 수 있으면 만화책이나 만화잡지로 넉넉할는지, 또 인문책도 이만 한 대목에서 ‘멈추면’ 좋을는지 생각할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책마을 이야기를 다룬다는 테두리에서 《중쇄를 찍자!》는 뜻있다고 할 만한데, 그림결이 너무 많이 엉성하기도 하고, 줄거리나 짜임새도 꽤 많이 엉성해서 아쉽습니다. 2017.3.1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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