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당에서 읽은 책 2017.2.28.
따뜻하다. 따뜻하다. 더욱이 아침 열한 시가 지나가면 제법 덥다. 바야흐로 봄이로구나. 평상에 큰아이랑 나란히 앉아서 함께 만화책을 읽는다. 큰아이는 《우주소년 아톰》을 읽고, 나는 《신과 함께》 신화편을 읽는다. 봄볕을 쬐며 만화책을 읽다가, 방바닥에 새로 깔 평상을 짠다. 사진틀을 짜고 난 뒤에 힘이 붙어 평상까지 짜 보기로 한다. 우리 시골집이 처음 지은 대로 흙집이기만 했다면 굳이 나무로 바닥을 댈 생각을 안 할 테지만, 새마을운동 바람과 함께 구들을 들어내고 시멘트로 바닥을 댄 터라 어떻게 할까 하고 여러 해 생각을 한 끝에 방바닥이나 부엌바닥에 평상을 짜서 깔려 한다. 빨랫대는 대나무로 짜 보려고 도서관학교 한쪽에 길게 드리운 대밭에서 대나무를 벤다. 굵고 큰 대나무는 내가 어깨에 지고, 작고 가는 대나무는 아이들이 든다. 나는 빨랫대로 삼을 만한 길이로 대나무를 잘라서 벽에 기대어 둔다. 물기를 말려야 하니까. 아이들은 작은 톱으로 이리저리 켜고 자르고 맞추면서 논다. 손을 쉬려고 다시 평상에 앉는다. 사진책 《변모하는 서울》을 찬찬히 넘긴다. 한치규 님이 1960∼80년대에 찍은 사진이 2010년대를 훌쩍 넘어서야 빛을 보는데, 《한씨네 삼남매》하고 《분단 이후》랑 함께 《변모하는 서울》로 세 권이 한짝을 이룬다. 《분단 이후》는 지난해에 장만했고 《변모하는 서울》은 올해에 비로소 장만한다. 사진이 포근하다. 마치 봄볕처럼 포근한 사진이다. 1960∼70년대 서울 시내 사진을 보니 신호등이 거의 안 보인다. 사람하고 자동차가 한길에 알맞게 섞여 흐른다. 이러할 때에 좀 사람이 살 만한 도시일 테지.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