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2.27.


3월부터 포항 달팽이 책방에서 사진잔치를 한다. 사진틀을 3월 4일에 가져가려 하고, 먼저 사진책을 보내려고 읍내 우체국에 간다. 16쪽짜리 작은 사진책을 열일곱 권 꾸려 보았다. 작은 전시장에서 작게 하는 사진잔치라서 벽 세 군데에 사진틀을 셋 붙이고 진열대랑 걸상을 놓아 작은 사진책을 주루룩 놓으면 재미있으리라 생각한다. 읍내로 가는 길에 《풀꽃단상》을 읽는다. 이해인 수녀님이 풀꽃하고 한마음이 되어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책이다. 시집이라고 생각하여 장만했는데 시집이 아니네 싶어 살짝 놀랐다. 책을 주문하면서 어떤 책인지 제대로 안 살폈구나. 수수하고 단출하게 흐르는 글이 살갑다. 마치 손님이나 벗님을 앞에 두고 속삭이듯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흐른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읍내 한켠 900살 가까이 된 느티나무 쉼터로 간다. 고흥군청에서는 이 느티나무한테 바짝 붙여 정자를 세웠는데, 이 정자를 세운다면서 900살 가까운 커다란 느티나무 굵다란 줄기를 꽤 많이 베었다. 다른 고장에서라면 도무지 있을 수 없는 행정이 고흥에서 일어났다. 잘린 나무줄기 하나조차 수백 해에 이르는데 어떻게 함부로 베어냈을까. 더욱이 정자가 선 뒤 정자는 읍내 할아버지 술자리가 되었다. 이때부터 우리 식구는 읍내 느티나무 가까이에는 얼씬을 안 했다. 이러다가 달포쯤 앞서 정자에서 불이 났나 보다. 할아버지들이 이곳에서 술담배를 하다가 불씨가 번졌을까. 모르는 노릇이다. 다만 정자에서 불이 난 뒤로는 정자에 ‘출입금지’ 띠가 드리웠고, 이때부터 읍내 할아버지들은 아무도 이곳에 안 모이고, 이곳에서 술담배를 하는 할아버지를 한 사람도 못 만난다. 이리하여 우리는 다시 이곳 느티나무 곁에서 다리쉼을 한다. 두 아이는 나무를 껴안기도 하고 타기도 하면서 논다. 나는 이동안 《야생 동물은 왜 사라졌을까?》를 읽는다. 집에서 밥을 하며 반쯤 읽었고, 아이들이 노는 동안 끝까지 읽는다. 들짐승 삶터를 밀어내면서 나라마다 도시가 커지는데, 도시가 커지는 동안 우리 삶이 나아졌는지 뒷걸음쳤는지 헤아려 본다. 커다란 도시에 모이는 사람들은 즐거울까? 사람 곁에 있던 이웃 짐승이 하나둘 사라지는 동안 사람살이는 얼마나 나아지거나 좋아졌을까?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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