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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통이 트인다 - 녹색 당신의 한 수
황윤 외 지음 / 포도밭출판사 / 2015년 12월
평점 :
책읽기 삶읽기 287
대통령 자리는 권력자 아닌 심부름꾼
― 숨통이 트인다
황윤, 이계삼, 김주은, 구자상, 신지예, 김은희, 남우근, 이유진, 장서연, 하승수, 한재각 글
포도밭 펴냄, 2015.12.21. 1만 원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야 합니다. 대통령 자리에 있는 사람을 아직 끌어내리지 않았습니다만, 이녁은 그동안 여러 사람과 저지른 숱한 말썽거리만으로도 더는 대통령 구실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서면 이 자리에서 대통령으로서 일할 수 있도록 꽤 많은 일삯을 받는다 하고, 경호원이라든지 연금이라든지 집이라든지 어마어마하게 받는다고 해요. 작은 일을 하는 자리가 아니니 엄청난 권리와 이익을 받는 대통령일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권리와 이익을 ‘일한 보람’으로 누리려 하지 않는다면 그만 ‘권력’으로 치닫습니다. 심부름꾼 대통령이 아닌 권력자 대통령이 되려 할 적에는 숱한 말썽거리를 일으키는 얼룩진 모습이 되고 맙니다.
기득권을 가진 정치세력들은 투표율이 낮아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고정표를 많이 가진 쪽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10쪽)
이 불공정한 현상에 대해 제가 침묵할 수 없는 것은, 침묵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동의의 표현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30쪽)
녹색당에서 ‘녹색 정책’을 밝힌 《숨통이 트인다》(포도밭 펴냄)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지난 2015년에 나왔습니다. 녹색당은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회의원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자리에 후보를 내놓을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녹색 정책’ 그러니까 ‘이 나라를 푸르게 가꾸려는 슬기로운 마음’을 내놓을 뿐 아니라 몸소 삶으로 옮기는 이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랍니다.
‘살림살이를 푸르게 가꾸려는 슬기로운 마음’은 대통령뿐 아니라 장관이나 시장이나 군수 같은 벼슬아치도, 여느 공무원도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느 자리에 있는 여느 회사원이나 여느 살림꾼도 ‘살림살이를 푸르게 가꾸려는 슬기로운 마음’으로 살아야 할 테고요.
대통령을 비롯한 몇몇 사람만 슬기로워야 하지 않아요. 우리 누구나 슬기로울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스스로 슬기로울 적에 대통령이 되어 보겠노라 나서는 사람들이 엉뚱한 짓을 일삼지 않아요. 우리 스스로 슬기로울 적에는 어떤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서더라도 말썽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우리가 지켜보거나 다스릴 수 있어요.
제게 새로운 의문이 조금씩 자라났습니다. 그것은 “도대체 오늘날 한국의 학교교육이 학생들의 삶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62쪽)
어둠을 저주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한 자루 촛불을 켜는 일입니다. 캄캄한 밤길에 주저앉은 이가 더듬어 길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거대한 조명탑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한 자루 촛불이면 넉넉합니다. (80쪽)
대통령 자리에 선 사람이 스스로 심부름꾼이라 생각한다면 뜬금없는 독재 미화 역사교과서를 함부로 밀어붙이지 않으리라 봅니다. 대통령 자리에 선 사람이 스스로 권력자라고 여긴다면 바보스러운 막개발을 일삼으면서 뒷돈을 챙기는 어리석은 짓을 자꾸 일으킬 테고요.
탄핵 심판을 앞둔 사람은 심부름꾼 노릇을 했을까요, 아니면 권력자 노릇을 했을까요? 새로운 대통령 자리에 들어서겠노라 밝히는 이들은 심부름꾼이 될 마음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권력자로 떵떵거리고 싶은 마음일까요?
권력자 아닌 심부름꾼으로서 대통령 일을 맡으려 한다면 입시지옥 학교교육을 그대로 놓아 둘 수 없습니다. 참말로 심부름꾼인 대통령 일을 맡으려 한다면 시멘트로 때려짓고 때려부수는 짓이 아닌, 손수 밭을 일굴 줄 알면서 살림짓기를 즐기는 하루를 보내리라 생각합니다. 책상맡이 아닌 너른 마당에서 일하고 크고작은 마을에서 이웃을 헤아리면서 일하겠지요.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1인당 국민소득의 증가라는 표현으로 제시되고 있는 ‘경제성장’이 아닙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한들, 정작 소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소득이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120쪽)
《숨통이 트인다》라는 책에서 밝히기도 하는데, 우리는 이제 경제성장이나 국민소득 같은 숫자놀이는 내려놓아야지 싶습니다. 권력하고 권위를 모두 내려놓으면서 어깨동무를 하는 숨결로 거듭나야지 싶어요. 위에서 아래로 시키는 일이 아니라, 한자리에서 함께 일하고 함께 쉬며 함께 놀고 함께 노래하며 함께 웃을 수 있는 살림으로 나아가야지 싶습니다.
한줌뿐인 재벌이 거머쥔 돈으로 줄잡는 국민소득이 아닌, 사람들 누구나 꿈을 꾸고 키우면서 살림을 짓도록 북돋우는 기본소득으로 나아갈 적에 시나브로 평등하고 평화를 이루리라 느껴요. 작은 마을자치로 나아가고, 작은 마을살림을 보아야지 싶어요. 순위와 경쟁을 걷어내고 차근차근 걸어가면서 서로 돕는 길을 열어야지 싶습니다.
국내 주택의 평균 수명은 약 27년으로 미국 72년, 프랑스 80년, 일본 54년에 비해 매우 짧습니다. 주거 공급율이 100%가 넘은 지금까지도 부동산신화, 아파트 불패신화는 아직도 사람들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166쪽)
아파트를 때려짓는다고 해서 집 없는 사람이 집을 누리지 않습니다. 보금자리를 가꾸어 아이들이 물려받을 수 있도록 할 적에 집 문제는 저절로 풀립니다. 막개발을 한판 벌여 일자리를 만들려고 한들, 이런 일자리는 곧 사라져요. 작은 보금자리에서 누구나 손수 나무를 심고 밭을 돌볼 수 있다면, 또 먹을거리뿐 아니라 전기를 자급하는 얼거리가 집집마다 마을마다 튼튼히 서도록 한다면, 우리가 바라볼 앞길은 ‘돈을 더 벌어야 하는 일자리’가 아니라 ‘스스로 꿈을 지어서 이루는 살림자리’로 바뀔 만합니다.
그러니까 새롭게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이라면 ‘일자리 만들기·부동산 잡기·입시지옥 바꾸기’가 아니라 ‘보금자리 가꾸기·살림짓기·슬기롭게 가르치고 배우기’를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이어야지 싶습니다. 돈을 들여서 하는 정책이 아닌 마음을 들여서 스스로 바꾸어 나가는 길을 열어야지요. 이러면서 세금이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도록 다스려 기본소득을 마련해야 할 테고요.
우리에게는 더 많은 개발, 더 많은 파괴가 아니라 더 많은 녹색이 필요합니다. 기본소득은 녹색 미래로 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111쪽)
얼마 앞서 ‘유치원 운영비 횡령’ 이야기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만, 어린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나라에서는 어린이집에 꽤 큰 돈을 육아보조금을 줍’니다. 왜 이렇게 할까요? 참다운 육아복지 정책이라면 ‘어린이집’이 아닌 ‘아이 어버이’한테 육아보조금을 바로 주어야 맞습니다. 아이 어버이 스스로 그 돈으로 유치원에 보낼는지, 아니면 아이하고 집에서 여러 체험놀이를 할는지, 아이하고 여행을 다니며 삶을 더 돌아보도록 할는지, 책을 사서 읽히든지, 이렇게 하도록 해야 옳을 뿐 아니라, ‘유치원 운영비 횡령’ 따위가 생길 수 없어요.
부디 ‘대통령이 되려고 대통령 선거에 나오는 사람’은 사라지기를 빕니다. 대통령이 아닌 심부름꾼이 되려고 이 길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하려는 심부름꾼이 되려는 뜻이 아니라면, 제발 ‘권력자 대통령 욕심’은 고이 접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2017.2.24.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