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리으리한 개집 그림책이 참 좋아 38
유설화 글.그림 / 책읽는곰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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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개는 돈을 모아 집을 크게 지었는데

― 으리으리한 개집

 유설화 글·그림

 책읽는곰 펴냄, 2017.1.17. 12000원



  강아지는 “새끼 개”입니다. 이제 막 태어나서 어린 개는 몸이 작아요. 작은 목숨인 강아지라서 귀엽다면, 크기가 작아서 귀여울까요, 아니면 조그마한 것이 볼볼 기는 모습이 앙증맞아서 귀여울까요.


  강아지를 귀엽게 여기다가 커다란 개로 자라면 못마땅해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요. 몸집이 작은 강아지를 볼 적에는 귀엽지만, 덩치가 크고 밥을 많이 먹으면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요. 어릴 적에는 더없이 귀여움을 받으나, 다 자란 뒤에는 아무 귀여움을 못 받던 개는 어느 날 외딴 곳에 버려지기도 한답니다.


  외딴 곳에 버려진 개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지요. 귀여워하고 밥을 주던 사람이 사라지니, 아늑한 보금자리가 없어지니, 더욱이 낯선 곳에서 먹이를 스스로 찾아야 하니, 그야말로 미칠 노릇이 되리라 느껴요.



월월 씨는 아주아주 귀여운 강아지였어요. 가족들은 월월 씨를 보자마자 한눈에 반했어요. 서로 안아 보려고 안달복달이었지요. (2쪽)



  유설화 님이 빚은 그림책 《으리으리한 개집》(책읽는곰,2017)은 ‘버림받은 개’가 어떤 마음이 되는가를 그립니다. 갓 태어났을 적에는 귀여움을 한몸에 받다가 어느새 귀여움을 하나도 못 받는 개를 그려요.


  개가 이와 같다면 사람은 어떠할까요? 갓 태어난 아기는 “서로 안아 보려고 안달복달”할 만큼 귀여울 수 있어요. 그러면 이 아기가 자라서 어린이가 되고 어른이 되면? 아기일 적에만 귀엽고 차츰 클수록 밥을 많이 먹고 덩치가 커지니 징그럽거나 싫을까요.



월월 씨는 이를 악물고 살길을 찾았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새벽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말이에요. 월월 씨가 안 먹고 안 입고 안 쓰고 한 푼 두 푼 모은 돈이, 어느덧 큰돈이 되었어요. ‘근사한 집을 지어 혼자 살겠어, 아무도 날 버리지 못하게!’ (8∼9쪽)



  그림책에 나오는 ‘버림받은 개’는 버림받은 생채기 때문에 미쳐 죽을 노릇입니다. 사람이 매우 싫습니다. 그렇지만 죽을 수 없습니다. 이를 악물고 살아남기로 합니다. 더구나 이 버림받은 개는 꿈을 하나 키워요. ‘버림받지 않도록’ 그럴싸한 집을 지어서 살겠노라는 꿈을 키워요. 알뜰히 일하고 살뜰히 모아서 참말로 으리으리한 집을 짓는대요.



건이네 엄마 아빠는 일이 몹시 바쁠 때면, 월월 씨에게 불쑥불쑥 아이들을 맡기곤 했어요. 월월 씨는 늘 마지못한 척 맡아 주었고요. 하지만 월월 씨도 아이들이랑 함께 있는 게 싫지 않았어요. 밥도 더 맛있고, 책도 더 재미있고, 잠도 더 잘 왔지요. 그럴수록 걱정도 커졌어요. ‘언젠가 떠날 사람들한테 정붙이면 안 되는데…….’ (22∼23쪽)



  집 한 채 으리으리하게 지은 개는 즐거울까요? 어느 모로 보면 즐거워요. 드디어 꿈을 이루었거든요. 으리으리한 집을 지어서 집임자가 되니 더는 쫓겨날 일도 버림받을 일도 없습니다. 으리으리한 집에서 홀로 마음껏 살 수 있어요.


  그런데 이 개는, 이제 ‘커다란 집을 거느린 임자’가 된 개는 마음 한쪽이 쓸쓸하답니다. 곁에 아무도 없기 때문이에요. 이리하여 커다란 집 한 층에 삯을 놓기로 하면서 ‘사람 식구’를 받아들입니다. 사람 식구를 이룬 두 어른은 여러모로 바빠서 아이들을 돌볼 틈을 못 냅니다. ‘사람 아이’를 키우는 ‘사람 어른’은 으레 ‘집임자인 개’한테 아이들을 맡기고 바깥일만 본다고 해요.



“아빠가 회사를 옮기게 돼서 이사 가야 할 것 같아.” 건이 아빠 목소리가 들렸어요. “개 아저씨도 같이 가요?” 건이가 물었어요. “월월 씨네 집은 여긴데, 가긴 어딜 가.” 건이 엄마가 고개를 가로저었어요. “안 돼요! 아저씨도 우리 가족이란 말이에요!” 건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26쪽)



  그림책은 개를 주인공으로 다룹니다만, 가만히 보면 사람인 우리들은 ‘다 자란 개’를 버리기만 하는 몸짓이 아니지 싶습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우리들은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아이들 곁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는 일에서 자꾸 멀어지지 싶습니다. 그림책에서도 다루지만, 적잖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집 바깥을 나돌기만 하면서 ‘돈을 버는 일’에만 매달려요. 아이를 스스로 맡아서 알뜰히 가르치고 살뜰히 보살피는 사랑은 ‘남한테’ 맡기곤 합니다.


  그림책 《으리으리한 개집》을 살피면, ‘큰집 거느리는 개’한테 마음을 붙인 아이들은 어머니 아버지가 다른 데로 옮기기를 안 바랍니다. 아이들 어머니랑 아버지는 ‘아버지가 회사를 옮기’니 다른 데로 떠나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 이때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틀림없이 아이들 어머니랑 아버지는 ‘다른 집으로 옮기’더라도 회사하고 집만 가까울 뿐, 정작 두 어머니랑 아버지가 ‘아이들하고 어울릴 틈’은 예전하고 비슷하리라 봅니다.


  ‘사람인 어머니 아버지’는 회사를 접고서 아이들 곁으로 갈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좋은 개’는 으리으리한 집을 버리고 아이들을 따라가면 될까요? 무엇을 잡고, 무엇을 보며, 어떤 살림을 지을 적에 함께 즐거울 만할까요?


  한 번 버림받은 적이 있는 개는 온몸으로 배운 한 가지가 있습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모아서 집을 으리으리하게 지어도, 이 집에서 오순도순 지낼 ‘누군가’ 있을 적에 비로소 기쁜 삶이 되는 줄 배웠어요. ‘사람 어른’은 이 대목을 언제쯤 배울 수 있을는지요. 2017.2.1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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