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는 두사람 4
요시다 사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75



‘일 안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 일하지 않는 두 사람 4

 요시다 사토루 글·그림

 문기업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6.3.31. 5000원



  만화책 《일하지 않는 두 사람》(대원씨아이,2016)에는 틀림없이 ‘일하지 않는’ 두 사람이 나옵니다. 그러나 나는 이 만화책을 보면서 참말 두 사람이 ‘일을 안 하는가?’ 하고 헤아려 보면서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이 두 사람은 틀림없이 ‘일’을 합니다. 사회에서 보기에 ‘노동생산성’이 없다고 여길 수 있거나, 경제로 보기에 ‘경제성장률’에 이바지하지 않는다고 여길 수 있을 뿐이에요.


  문득 두 사람하고 ‘기본소득’을 나란히 놓아 봅니다. 집 바깥으로 좀처럼 안 나가면서 돈벌이를 안 하는 이들한테 ‘기본소득’이란 무엇이 될까요? 생산성하고 성장률에 이바지를 못하는 이들한테는 기본소득이 없어도 될까요? 이들처럼 집에서만 맴돌 적에 기본소득을 주면 더 ‘사회에서 돈을 버는 일을 안 하려’ 든다고 여길 만할까요??



“만두라. 딱 하나에만 고추냉이 넣어서 러시안 룰렛 만두를 만들까?” “그게 뭐야. 재미있을 것 같아. 아빠가 먹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14쪽)


“단번에 당첨이라니. 아빤 정말 굉장해. 으호우아! 고추냉이는 한 개에만 넣는다고 했잖아?” (26쪽)



  만화책 《일하지 않는 두 사람》에는 두 가지 덫이 나옵니다. 두 사람은 틀림없이 생산성이나 성장률하고는 동떨어지게 살지만 둘레 여러 사람한테 이바지를 해요. 먼저 두 사람 아버지한테 이바지를 합니다. 두 사람 아버지는 이녁 딸아들이 집에서 ‘즐겁게 서로 아끼며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느긋하게 회사에서 일을 합니다. 두 사람 아버지한테는 따로 걱정이 없어요.


  두 사람하고 이웃인 분한테도 이바지를 해요. 혼자 살면서 한 주 내내 거의 회사일에 얽매인 이웃집 아가씨는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면서 짜증이 쌓입니다. 이러던 어느 날 이웃집 두 사람을 보고는 ‘어쩜 저리 바보스러운 남매일까?’ 하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저 바보스러운 남매가 저렇게 밝게 웃으며 노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마음이 놓인다’고 해요. 그때부터 잠을 무척 잘 자고, 회사에서도 일을 더 잘할 뿐 아니라, 이웃집 두 남매한테 다가가서 ‘아끼고 싶은 두 동생’하고 같이 어울려 놀기도 합니다. 그때까지 이웃집 아가씨는 일요일에도 ‘무엇을 하며 어떻게 쉬거나 놀아야 하는가’를 몰랐으나, 이웃집 남매한테서 ‘느긋하게 노는 삶’을 배워요.



“재미있는 영화보다 쓰레기 같은 영화를 봐야 나중에 할 얘깃거리가 더 많아지잖아? 그러니까 이거 빌려.” “뭐? 그냥 평범하게 재미있는 걸 보고 싶다고.” (37쪽)


“잠을 편히 자게 해 준다는 상품도 써 봤지만 전부 별로 효과가 없더라고요.” “그러면 오히려 꼭 자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잖아.” “앗.” “나도 잠을 잘 못 자는 편이거든. 그 기분 아주 잘 알아.” (43쪽)



  그렇지만 ‘일하지 않는 두 사람’을 안 좋게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두 사람 어머니입니다. 늘 츄리닝만 입는 두 사람을 노려보지요. 누구보다 딸아이를 째려봅니다. 딸아이가 어떻게 시집을 가려나 늘 걱정해요.


  어느 모로는 걱정스러울 테지요. 날마다 나이는 먹지, 따로 일자리를 찾지는 않지, 그렇다고 무엇을 새로 배우려고는 않으니, 걱정할 만합니다. 이러면서 두 아이 어머니는 아이들한테 늘 ‘부아가 난 모습’으로 마주합니다.


  가만히 살피면 우리 사회에서도 ‘일하지 않는 사람’을 이처럼 ‘부아가 난 모습’으로 마주할 수 있어요. 왜 너는 뼈빠지게 일을 안 하느냐고 말이지요. 그리고 우리는 ‘일하지 않는 사람’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왜 모든 사람이 똑같이 회사에 나가서 똑같은 돈을 벌어야 하는가?’ 하고 말이에요.



“토요일에는 회사에 나가는 날이 많고, 쉬는 날에도 집에서 미처 하지 못한 회사 일을 하거나 해. 그리고 청소나 빨래를 하면 하루가 끝나 버리는, 그런 느낌?” “와아, 힘드시겠네요.” ‘윽. 놀라고 있어.’ “그런 날은 쉬는 날이라고 안 해요. 일을 하는데 청소랑 빨래까지 해야 하다니.” (67쪽)



  기본소득은 이 대목을 건드린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쳇바퀴처럼 돌아가지 않는 사회를 이루는 바탕인 기본소득이라고 생각해요.


  아니, ‘일하지 않는 사람한테 왜 기본소득을 줘야 해?’ 하고 여길 수 있지만, 만화책에 나오는 두 사람은 ‘또 다른 일’을 합니다. 돈을 안 벌지만 ‘아주 다른 일’을 해요.


  어떤 일을 하느냐 하면, 남매 가운데 오빠는 늘 ‘아버지 도시락’을 싸 줍니다. 오빠는 밥짓는 솜씨가 좋아서 으레 밥살림을 맡습니다. 만두도 잘 빚지요. 더욱이 동생이 이 일 저 일 안 하려 할 적에 어떻게 달래거나 다독여서 함께 일을 할 수 있는가를 잘 알아요. 억지로 동생을 이끌지 않아요. 부드러우면서 재미난 놀이를 떠올려서 함께 만두를 빚고 함께 청소를 하며 함께 살림을 돕습니다.


  이 두 남매한테 기본소득이 주어진다면 두 남매는 또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이를테면 두 남매는 텃밭짓기를 할 수 있어요. 기본소득으로 상자텃밭을 마련하고 씨앗을 장만하겠지요. 이러면서 푸성귀쯤 집에서 손수 지어서 먹을 수 있습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상자텃밭을 지어 푸성귀를 얻는 일은 ‘생산성·성장률’하고는 잇닿지 않을 테지만 몇 가지로 보람이 있어요. 먼저 두 사람은 즐겁게 ‘일’을 하지요. 두 사람 집안에서는 더 좋은 밥을 먹을 수 있지요. 이러면서 두 사람은 살림돈을 한결 아낄 태고, 살림돈을 아낄 뿐 아니라 아침저녁으로 더 오붓하게 밥을 지어 먹을 만해요.



“처음에는 솔직히 조금 화가 났죠. 왜냐하면 나는 이렇게 외롭고 엄마는 매일 늦게까지 일하는데, 두 사람은 항상 집에 있으면서 즐거운 듯 실실 웃고 있었으니까요. 아마 부러웠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106쪽)



  모든 사람이 공무원이 될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될 수 없습니다. 더욱이 모든 사람이 공무원 공부를 할 수 없고, 모든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다며 나설 수 없어요. 그렇지요?


  누군가 버스를 몰아야 하고, 누군가 흙을 지어야 합니다. 누군가 밥을 지어야 하고, 누군가 옷을 지어야 해요. 누군가 청소를 해야 하고, 누군가 아이를 낳아 돌보아야 하며, 누군가 책도 쓰고 신문도 내야 하겠지요.


  여기에 하나를 더 생각해 볼 노릇이에요. 어린이나 푸름이는 학교에서 입시공부만 하면 될까요? 어린이나 푸름이는 안 놀고 공부만 하면 될까요? 어른으로서도 생각해 보아야지요. 어른은 그냥 돈만 버는 일로 온삶을 바치면 될까요? 집에서 식구들하고 오붓하고 어우러지면서 ‘노는 즐거움’은 안 누려도 될까요?


  기본소득이란 ‘일을 더 즐겁고 재미나게 하도록’ 이끄는 작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한결 느긋하게 일하고, 삶에서 더 보람을 찾도록 이끄는 작은 제도이겠지요. 돈으로 사다가 먹거나 쓰는 얼거리를 줄이고, 손수 집에서 짓고 가꾸는 기쁨과 아름다움을 찾도록 이끄는 작은 제도가 되기도 할 테고요.



“왜 갑자기 얼굴이 어두워지고 그러니?” “왜냐면 엄마가 좋은 거라고 말하는 것 중에 진짜로 좋은 물건은 하나도 없었거든.” (119쪽)



  만화책 《일하지 않는 두 사람》에는 정치도 사회도 경제도 흐르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삶과 살림, 여기에 기본소득과 복지나 사회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돕는 자그마한 눈길이 흐르기도 합니다. ‘일하지 않는다’하고 ‘일한다’가 서로 어떻게 맞물리는가를 슬기롭게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이 나라에서 정작 ‘일하지 않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이 나라에서 ‘일해야 하는 자리’에 섰으나, 막상 ‘일을 안 하는 바람’에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힌 사람은 누구일까요? 탄핵심판을 기다리는 분한테 여쭙고 싶습니다. 새로 대통령 자리에 서고 싶으신 분들한테도 여쭙고 싶습니다. 2017.2.10.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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