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2.9.
서재도서관 이야기책을 도서관 지킴이 이웃님한테 보내려고 읍내에 가기로 한다. 어젯밤에는 잠을 잘못 잤는지, 아니면 아이들이 걸린 감기를 내가 고스란히 떠맡았는지, 새벽부터 콧물이 흘렀다. 끙끙거리면서 아이들한테 아침을 차려 주었고, 나는 밥을 거르며 봉투에 주소와 이름을 적는다. 오늘은 서른일곱 통을 쓴다. 빨래를 마치고 마당에 넌 뒤 혼자 군내버스를 탄다. 오늘쯤 아이들은 몸이 다 나을 듯하니 찬바람이 제법 부는 오늘은 집에서 쉬도록 한다. 읍내로 가는 길에 오늘 따라 버스 일꾼이 매우 거칠게 몰아 속이 부글거린다. 곧은 길조차 곧게 달리지 않고 이리저리 춤을 춘다. 으째 이러나? 책을 읽다가 덮는다. 하마터면 버스에서 게울 뻔했다. 우체국에 들르고 가게에 들르는데, 오늘 만나는 사람들(우체국 사람들, 가게 사람들)마다 “오늘은 애들이 없네요? 바람 많이 불던데 집에 있나 봐요?” 하고 물으신다. 마을로 돌아오는 군내버스에서까지 ‘오늘은 혼자인 아버지’를 알아본다. 마을로 돌아오는 군내버스는 다른 분이 몰면서 부드럽게 달린다. 히유. 한숨 돌린다. 만화책 《순백의 소리》 열넷째 권은 샤미센 경연에서 드디어 ‘네 사람이 네 가지 빛으로 켜는 노래’가 어느 만큼 무르익는다. 참으로 그렇지. 더 높은 노래도, 덜 높은 노래도 없다. 다 다르게 가슴을 적시는 노래일 뿐이다. 시집 《노끈》은 책이름에 붙인 ‘노끈’이라는 말처럼 끈으로 잇닿은 삶과 사람 이야기가 나즈막하게 흐른다. 오늘 하루 찬바람을 꽤 많이 먹으면서 괴롭다. 가을에 담가둔 생강술을 한 잔 마시고 드러눕는다. 아이들이 감기 걸리면 반 잔씩 주려고 담근 약술인 생강술인데 나도 한 잔을 마시네.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