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없는 사진말

23. 멋부리다가



  사진이 사진다움을 잃는 까닭을 손꼽아 본다면 아무래도 ‘멋부리기’를 첫째로 들 만하다고 본다. 멋을 부리려 하기 때문에 사진이 사진다움을 잃는다. 멋을 부리려 하는 탓에 이름은 사진이되 속은 빈 겉치레로 끝나기 일쑤이다.


  거꾸로 말해 본다면, 사진이 사진다우려면 멋을 안 부리면 된다. 사진이 사진으로서 제구실을 하자면 멋을 살피지 않으면 된다. 멋내지 않을 때에 사진이 되고, 멋스럽지 않으려고 하면 오래오래 즐길 사진으로 남으리라 본다.


  속을 가꾸는 사람은 멋을 부리지 않는다. 속을 가꾸는 사람은 그저 속을 가꿀 뿐이다. 속을 가꾸는 아름다운 사람을 보고는 “참 멋있구나” 하고 느낄 만한데, 멋은 겉을 꾸미려 할 적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멋을 부리지 않기 때문에 멋있는 삶이 되고, 겉멋에 휘둘리지 않기 때문에 멋스러운 살림이 된다.


  글멋을 부리면 어떤 글이 나올까? 그림멋을 부리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보기 좋게 꾸민대서 멋이 되지 않는다.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한테서 저절로 스미거나 풍기거나 퍼지는 아름다움이기에 멋이다. 기쁘게 웃는 사람한테서 그저 수수하면서 정갈하게 흐르거나 피어나는 아름다움이기에 멋이다.


  그저 쓰면 글이 되고, 그저 찍으면 사진이 된다. 어떤 삶을 담으려 하는가를 생각하면서 저마다 스스로 마음에 씨앗을 심는 손길이 될 적에 연필로 글을 쓰고 사진기로 사진을 찍는다. 삶을 사랑하기에 삶을 사랑하는 글이나 사진이 태어난다. 손수 짓는 살림이기에 스스로 고운 글이나 사진을 낳는다.


  더 빼어난 장비가 없어도 사진을 찍는 까닭을 생각하면 된다. 더 오래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사진을 찍는 모습을 헤아리면 된다. 이름난 누구한테서 배우지 않아도 사진을 찍는 숨결을 살피면 된다.


  사진은 늘 오늘 여기에 그대로 있다. 늘 오늘 여기에 그대로 있는 사진을 찬찬히 바라보면서 사랑할 수 있으면 된다. 멋부리지 않는 손길로, 멋내지 않는 마음으로, 멋스럽게 꾸미려고 하지 않는 넋으로, 그예 스스로 사진이 되면 언제나 사진이다. 2017.1.3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비평/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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