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씨, 안녕하세요?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53
강하연 글.그림 / 봄봄출판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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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13



바다에 어른거리를 햇살을 누리는 쥐가오리

― 물고기 씨, 안녕하세요?

 강하연 글·그림

 봄봄 펴냄, 2016.7.27. 12000원



  알록달록 어여쁜 물고기가 잔뜩 나오는 그림책 《물고기 씨, 안녕하세요?》(봄봄,2016)를 읽으며 생각에 잠깁니다. 왜냐하면 이 그림책을 보면 물고기는 ‘사람이 맛나게 즐기는 먹을거리’가 아닌 ‘사람하고 이 지구라는 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어여쁜 이웃’이라는 대목이 도드라지거든요.


  가만히 보면 그렇지요. 우리는 물고기를 “먹는 물고기”하고 “안 먹는 물고기”로 가르지 않나요? 냇물이나 바닷물에서 낚는 물고기하고 따로 길러서 “먹는 물고기”로 바라보곤 해요. 여기에 어항에 놓고서 기르는 “귀염둥이 물고기”가 있어요. 어느 모로 본다면 “사람한테 먹이가 될 물고기”가 아니라 “사람 곁에서 사람하고 다른 삶을 짓는 물고기”는 좀처럼 못 보거나 지나치지 싶습니다.



[파자마 카디날피쉬] 우리는 늘 산호 곁에서 살아요. 산과 나무가 있어야 사람 살기가 좋듯이 우리에게는 산호초가 그렇답니다.



  바다에 산호초가 없으면 삶터를 잃으면서 목숨을 함께 잃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바닷물고기는 바닷속이 예나 이제나 한결같이 깨끗하면서 아름다운 터전이 되기를 바라지 싶습니다. 바닷물이 더러워지면 물고기는 목숨을 빼앗겨요. 바닷물에 쓰레기가 쌓이면 물고기는 살기 괴로워요. 사람도 집 곁에 핵발전소가 있거나 커다란 공장이 있으면 숨조차 쉬기 어려워요.


  사람만 좋자며 바다를 마구 더럽힌다면 바닷물고기는 그만 살 자리도 깃들 자리도 머물 자리도 없어요. 이때에 사람은 어떻게 될까요? 물고기가 사라진 바다가 뭍을 둘러싼다면 사람살이는 어떻게 될까요.


  물고기를 “먹는 물고기”로만 바라본다고 하더라도 더러워진 바다에서는 물고기가 씨가 마를 테지요. 그러면 “물고기를 더는 못 먹”습니다. 바다가 더러워지거나 망가지면 바다를 밭으로 삼아 고기를 낚거나 조개를 캐는 이들은 일자리랑 일터를 모두 빼앗깁니다. 이뿐 아니라 도시에서 물고기나 갯것을 즐기는 사람도 ‘먹을거리가 줄거나 사라’져요.



[노랑씬벵이] 물고기지만 걷는 게 좋아. 절대로 헤엄을 못 쳐서가 아니야. 이마에 날린 낚싯대로 느긋하게 낚시도 하지. 느리면 좀 어때? 먹을 때는 아주 빠르다고.

[혹돔] 우리 아빠는 힘이 아주 세요. 또 잘생겼죠. 혹돔은 아빠처럼 혹이 커야 미남이에요. 나도 크면 아빠처럼 멋진 혹돔이 될 거예요.



  물고기로는 깨끗한 삶터를 누리고 싶습니다. 싱그러운 물살을 누리고, 아기자기하면서 어여쁜 바닷속을 즐기며, 햇살이 반짝반짝 어른거리는 터전을 누리고 싶어요. 사람으로서도 깨끗한 바다에서 고기를 낚기에 좋지요. 깨끗한 바다여야 갯것을 캐며 김을 거둘 수 있어요. “먹는 물고기”도 “귀염둥이 물고기”도 “살아가는 물고기”도 모두 깨끗한 바다를 바라요. 이와 함께 우리 사람도 깨끗한 바다를 바랄 수밖에 없어요.



[청새치] 넓은 바다는 내 놀이터야. 빠르게 내달리다가 물 밖으로 솟아오르면 기분 끝내줘. 태양과 인사하는 거야.

[쥐가오리] 느긋한 파도와 왈츠를 춰. 수면에 어른거리는 햇살이 참 예뻐. 언제까지나 이렇게 평온한 바다에서 헤엄치고 싶어.



  바다에 어른거리를 햇살을 누리는 쥐가오리를 떠올려 봅니다. 느긋하게 바다춤을 즐긴다는 쥐가오리를 헤아려 봅니다. 넓은 바다를 놀이터로 삼는다는 청새치를 그려 봅니다. 빠르게 내달리듯이 헤엄치다가 물 밖으로 불쑥 솟아오르며 기뻐하는 청새치를 생각해 봅니다.


  그림책 《물고기 씨, 안녕하세요?》는 물고기를 ‘물고기 씨’하고 불러요. 깍듯이 손을 내밉니다. 우리는 서로 이웃이 될 수 있고, 우리는 함께 동무로 지낼 수 있어요. 한동아리로 살림을 짓는 이 땅이에요. 한마을 살림을 가꾸는 지구라는 별이에요.


  조금 더 넓게 둘레를 바라보기를 바라요. 조금 더 깊에 이 터를 살펴보면 좋겠어요. 물고기 씨한테 손을 내밀고, 물고기 님하고 손을 맞잡으며, 물고기 이웃하고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숨결이 되면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2017.1.22.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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