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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100 Universe 1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매혹적인 천문학 이야기 ㅣ 과학의 100가지 발견
자일스 스패로 지음, 강태길 옮김 / 청아출판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읽기 삶읽기 288
해가 우리 은하를 도는 데에 2억 년 걸린다면
― 우주 100,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매혹적인 천문학 이야기 1
자일스 스패로 글
강태길 옮김
청아출판사 펴냄, 2016.12.10. 15000원
그리 멀지 않은 지난날까지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별을 보며 살았습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손으로 흙을 만질 적에는 누구나 별을 보며 살았어요. 십 리나 이십 리쯤 가뿐히 걸어다니던 무렵에는 언제나 별을 보며 살았어요. 새벽에 하루를 열고 저녁에 고요히 하루를 닫던 즈음에는 참말로 늘 별을 보며 살았지요.
천문학자나 과학자가 아니어도 누구라도 별을 보았어요. 우리는 별자리를 더듬으며 삶자리를 살폈어요. 우리는 별자리를 읽으며 이야기를 지었어요. 우리는 별 하나마다 마음을 담아 서로 아끼는 살림을 가꾸었어요.
우연치고는 놀랍게도, 갈릴레오가 중요한 발견들을 이뤘던 바로 그해에 요하네스 케플러는 ‘질서정연한 천구’라는 우주에 대한 오랜 이론을 산산조각 내 버렸다. 지동설의 이론적 근거를 확보하는 혁신적인 내용의 책을 출간한 것이다. (19쪽)
은하수는 밤하늘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다. 오늘날 우리는 이것이 우리 은하 평면에 있는 고밀도의 별 구름들로부터 형성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이 우리 은하가 많은 은하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은 채 100년도 되지 않았다. (40쪽)
어쩌면 너무 바쁜 나머지 별을 볼 틈이 없다고 할 오늘날입니다. 천문학자나 과학나 동호인이 아니라면 굳이 별을 볼 일이 없다고 여길 만한 요즈음입니다. 딱히 별을 살피지 않아도 손전화 기계 하나로 길을 잘 찾을 수 있습니다. 굳이 별자리를 읽지 않아도 우리 둘레에는 온갖 이야기가 많습니다. 별 이야기는 그야말로 ‘별나라’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별을 잊거나 잃는다고 할 만한 흐름에서 《우주 100,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매혹적인 천문학 이야기》(청아출판사,2016)를 읽어 봅니다. 지구에 머무는 삶이 아닌 우주를 바라보는 삶을 생각합니다. 지구에서도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 머물기보다, 지구 바깥으로 눈을 뻗어 온누리를 드넓게 생각해 봅니다.
최근 연구는 아인슈타인 이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1980년대 이후, 몇몇 우주론자들은 빛의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가졌다. 우주 초기의 빛의 속도가 지금보다 더 빨랐다는 사실은 우주의 현재 모습을 기술할 때 나타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주며, (63쪽)
만일 우주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됐다면, 우주가 ‘탄생’했다고 말할 수 있는 증거는 무엇인가? 아마도 그것은 계속 존재해 왔던 것은 아닐까? (72쪽)
해와 달이 있는 ‘우리 해누리(태양계)’는 ‘우리 별누리(은하)’ 가운데 아주 자그마한 모래알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 별누리는 수많은 별누리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이 별누리도 더 커다란 별누리 가운데 아주 작은 모래알처럼 깃들 뿐입니다.
얼핏 보기에 우리 둘레에 아주 작은 모래알이나 먼지 알갱이가 있어요. 그런데 이 모래알이나 먼지 알갱이에는 ‘먼지 알갱이를 바라보는 이’하고 똑같은 ‘지구 세계’가 있을 수 있어요.
우리가 우주를 바라보거나 생각할 적에는 ‘먼지 알갱이에 깃든 또 다른 지구’를 그릴 수 있어요. 여기에만 있는 지구가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먼지 알갱이에 깃든 지구를 그릴 수 있지요. 그리고 우리 지구도 먼지 알갱이 하나와 같아서 다른 어딘가에서는 우리 삶자리인 ‘지구’가 그저 먼지 알갱이 하나로 다루어질 수 있어요.
천문학자들은 어떻게 태양의 내부 구조를 조사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대답은 ‘태양에 귀를 기울임으로써’이다. 태양의 표면은 음파와 유사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진동하는데, 광구 주위로 퍼져 나가고 내부를 통과하는 이 파동의 성질은 그들이 지나간 물질의 성질을 밝혀 줄 수 있다. (127쪽)
화석은 지구 표면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되자마자 지구에 생명이 출현했음을 보여준다. (176쪽)
《우주 100》은 오늘날 과학기술로 지구 바깥을 살펴본 이야기를 백 가지로 간추려서 책 두 권으로 들려줍니다. 여느 사람들은 가까이하기 힘든 과학기술이라 할 테지만 이 같은 책 한 권으로도 우주 바깥을 가만히 그려 볼 수 있어요. 달을 새롭게 바라보고, 토성과 화성과 목성을 새롭게 바라봅니다. 소행성을 새롭게 바라보고 해와 해누리를 새롭게 바라봅니다.
멈춘 우주가 아니라 늘 움직이는 우주를 바라봅니다. 우리 몸이 살아남을 수 있는 나이로는 어림하기 어려울 테지만, 백만 해나 억만 해라는 숫자를 가늠해 보면서 지구와 해와 별 모두가 살아온 나날을 그려 봅니다. 지구에 첫 목숨붙이가 태어난 때를 꿈처럼 그리고, 지구 아닌 다른 별에 태어났을 목숨붙이도 꿈처럼 그려 보아요.
태양이 우리 은하를 한 번 공전하는 데에는 2억 년이 걸리지만, 궤도의 흔들림에 의해 태양계는 3천만 년마다 한 번씩 우리 은하 원반의 고밀도 평면을 지나간다. (230쪽)
세레스는 태양이 2.5천문단위 안으로 결코 들어온 적이 없는 천체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따뜻한데, 그 표면 온도는 섭씨 영하 35도에 이른다. 이 온도는 얼음의 표면이 승화되기에는 충분한 온도이다. (266쪽)
우리한테 따스한 볕을 베푸는 해가 우리 별누리를 한 바퀴 도는 데에는 햇수로 2억이 든다고 해요. 우리가 말하는 ‘해(햇수)’는 지구가 해를 한 바퀴 도는 날이에요. 지구는 해를 돌지만 해는 우리 별누리를 돌고, 우리 별누리는 또 더 큰 별누리를 도는데, 이 더 큰 별누리는 더욱 큰 별누리를 돌고 ……. 우리는 이 같은 ‘크기’를 얼마나 헤아릴 만할까요. 우리가 이 같은 별과 별누리를 헤아리는 마음을 품을 수 있다면 우리 삶을 어떻게 지을 만할까요.
너른 마음을 품으면서 너른 눈길이 된다면 우주뿐 아니라 지구와 마을을 한결 너그럽고 넉넉하며 넓게 품으면서 바라볼 만할까요. 너른 마음을 못 품거나 너른 눈길이 못 되는 탓에 자꾸 싸움과 다툼과 미움이 판치지는 않을까요.
달 밝은 밤에 달도 보고 달하고 얽힌 이야기도 나누면서 삶을 되새겨 보면 좋으리라 생각해요. 달과 별을 함께 누리고, 환한 해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삶일 때에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전깃불로 밝히는 도시 밤거리가 아닌, 별빛으로 눈부신 온누리 한마을이 되기를 빕니다. 2017.1.18.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