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구하자 내 친구는 그림책
쓰쓰이요리코 / 한림출판사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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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12



“우리 동무하자. 네가 와서 참 기뻐.”

― 우리 친구하자

 쓰쓰이 요리코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편집부 옮김

 한림출판사 펴냄, 1994.10.25. 9500원



  작고 수수한 이야기를 다루는 그림책 《우리 친구하자》가 있습니다. 아이가 새로운 동무를 사귀는 이야기를 따사롭고 보드라이 다루지요. 이 그림책은 일본에서 1986년에 처음 나왔고, 한국말로는 1994년에 나옵니다. 어느덧 서른 해가 넘은 그림책이요, 한국말 판도 스무 해가 넘었지요.


  이 그림책은 언제나 새삼스레 되읽으면서 즐거운 마음을 북돋아 주는구나 하고 느껴요. 오래된 그림책이면서 오래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오랫동안 사랑받은 그림책이면서 앞으로도 오래도록 사랑받을 만하구나 싶은 이야기를 돌아볼 수 있어요.



아름이는 현관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우편물은 아무것도 와 있지 않았어요. 단지, 우편함 아래에 제비꽃 다발이 떨어져 있을 뿐이었어요. (6쪽)



  어느 날 멧기슭 마을로 집을 옮긴 ‘아름이’네 이야기가 흐릅니다. 새로운 마을로 옮긴 터라 아이한테는 모두 낯섭니다. 어른한테도 낯설 테지만 아이한테는 더더욱 낯설어요. 어른은 이래저래 좀 돌아다니거나 일을 하면서 곧 새 마을에 익숙할 테지만, 아이로서는 놀이동무가 하나도 없는데다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는지 하나도 몰라요.


  시무룩하게 혼자 짐을 꾸리는 아이는 무척 쓸쓸합니다. 새로 옮긴 집이니 어머니도 아버지도 매우 바빠요. 짐을 풀고 갈무리하느라 아이하고 놀 겨를을 내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문을 통통 두드리는 소리가 나요. 우체통에 뭔가 들어와서 떨어지는 소리가 나요. 어머니는 우리 집 주소를 아직 아무도 모를 테니 우체부가 아니리라 여깁니다. 아이는 대문으로 달려가서 우체통을 살핍니다. 바깥에 아무도 없지만 제비꽃이 들어와요. 이튿날에는 민들레가 들어와요.



아름이는 현관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우편함에는 우편물 대신 민들레꽃 세 송이가 끼워져 있었어요. 그 민들레꽃을 가만히 쥐고 아름이는 문을 열었어요. 큰 길가에는 역시 모르는 사람들만 걸어가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12쪽)



  누구일까요? 누가 우체통에 살그마니 뭔가 넣을까요?


  집에서 혼자 노는 아이는 재미없고 따분하지만 한 가지 일로 설렙니다. 설마 오늘도 뭔가 우체통에 들어올까? 오늘도 누가 찾아와서 우체통에 뭘 넣으려나? 집에서 혼자 놀다가 자꾸 대문을 바라봅니다. 우체통이 달싹거리는 소리가 나기를 기다려요.


  사흘째 되는 날, 우체통으로 편지가 옵니다. 봉투에 아무것도 안 적힌 편지예요. 이날도 얼른 문을 열지만 아무도 안 보입니다. 감쪽같아요. 누가 이렇게 감쪽같이 우체통에 뭔가 넣고 사라질까요?



달려가 보니 우편함에는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봉투에는 아무것도 써 있지 않았어요. 봉투 안의 편지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단 세 줄이 써 있었습니다. “우리 친구하자. 네가 와서 너무 기뻐.” (18쪽)



  편지에는 “우리 친구하자”라는 글이 적혔대요. 아하, 놀이동무를 사귀고픈 어느 아이가 그동안 선물을 보냈군요. 말 없이 마음을, 백 마디 말보다 한결 짙은 마음을, 서로 아끼려는 따사로운 마음을, 넌지시 우체통에 넣어서 보냈네요.


  그림책 《우리 친구하자》에 나오는 아름이는 나흘째 되어서야 비로소 그 마을 아이를 만납니다. 어쩌면 그 마을 아이도 그곳에 새로 옮긴 지 얼마 안 되었을 수 있어요. 그 아이도 어머니랑 아버지가 너무 바쁜 탓에 함께 놀 동무가 없을는지 몰라요. 낯선 마을에서 낯선 아이들한테 선뜻 다가서지 못하다가, 저처럼 낯선 마을에 옮겨 온 또래를 만나서 무척 반가웠을 수 있어요.


  기쁜 마음을 살며시 누르면서 제비꽃을 민들레를 편지를 종이인형을 몰래 우체통에 넣었을 테지요. 빨리 놀이동무가 되어 신나게 웃음꽃을 피우고 싶지만, 부끄럽기도 하고 멋쩍기도 해서 말 없이 마음만 보냈을 테지요.


  참말 우리는 서로 마음으로 만나서 동무가 됩니다. 서로 아끼는 마음이 어우러지기에 동무가 됩니다. 따사롭게 보듬는 손길을 서로 포개어 동무로 지내요. “서로 동무가 되려는 마음”이기에 넉넉하면서 포근합니다. 서로 동무가 되려는 마음으로 다가서기에 빙그레 웃습니다. 온누리 아이들이 이 넉넉하면서 포근한 마음을 어른이 되어서도 고이 간직할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마음으로 서로 아끼는 마음이 두고두고 흐를 수 있기를 빌어요. 서른 해 뒤에도, 삼백 해 뒤에도, 삼천 해 뒤에도, 아이들이 서로 아끼는 동무로 사귈 수 있으면 좋겠어요. 2017.1.16.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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