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은 책 2017.1.13.
막내고모한테 책을 부치러 읍내로 간다. 작은아버지 셋 고모 넷 이렇게 여러 살붙이가 있고, 어릴 적에는 이분들 모두 퍽 자주 보았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가끔 얼굴을 뵙기도 어려웠다. 이분들 가운데 막내고모하고는 전화로도 꽤 자주 인사를 올렸다. 이러다가 내가 인천을 떠나 서울하고 충주를 오가며 책일을 하는 동안 그만 연락이 끊어졌는데, 열 몇 해 만에 ‘내가 쓴 책’이 징검돌이 되어 다시 전화가 이어졌다. 책을 부치는 김에 모과차도 두 통을 함께 부쳐 본다. 좋아해 주실는지, 고모네 손녀들도 맛나게 마실는지는 모르겠다.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가는 길에 《글쓰기 어떻게 시작할까》를 읽는다. ‘스토리닷’이라는 작은 출판사를 꾸리는 대표님이 손수 쓴 책이다. 깔끔하면서 부드럽게, 차분하면서 살갑게 글길을 여미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멋진 글이 아닌 즐거운 글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북돋우는 이쁜 책이네 싶다. 읍내에서 바깥일을 마치고 아이들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8시간에 끝내는 기초영어 미드천사, 왕초보 패턴》을 읽는다. 참말로 풋내기와 새내기한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네 싶으면서도 한 가지는 아쉽다. 무엇인가 하면 영어를 알려주려고 어쩔 수 없이 ‘직역 한글’을 쓰는데, 한국말 얼거리하고는 참으로 안 맞는 직역 한글을 ‘한국말’로 가다듬는 줄거리는 없다. 요새는 글쟁이조차 “나의 엄마”처럼 글을 쓴다지만, ‘나의·너의’를 비롯한 번역 말투를 그대로 쓰면서 영어를 가르친다면, 이 얼거리에서 거듭나지 못한다면, 영어는 배우더라도 한국말은 잃어버리지 않을는지.
(숲노래/최종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