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서 나온 코끼리 그림책이 참 좋아 37
황 K 글.그림 / 책읽는곰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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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10



꽃마음으로 꽃끼리를 만난 꽃아이

― 꽃에서 나온 코끼리

 황K 글·그림

 책읽는곰 펴냄, 2016.12.15. 12000원



  우리는 어떤 일을 날마다 치를까요?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하루를 맞이하지는 않을까요? 늘 똑같은 하루라고 여기기에 쳇바퀴를 도는 삶으로 흘러갈는지 모릅니다. 늘 새로운 하루라고 여기기에 ‘날마다 똑같은 일을 하는 몸’이지만 활짝 웃거나 노래하는 삶이 될는지 몰라요.


  참으로 그렇거든요. 늘 똑같은 일을 하는데, 어느 한 사람은 노상 풀죽은 얼굴이요, 어느 한 사람은 싱글벙글하는 얼굴이에요. 늘 다른 일을 하는데, 어느 한 사람은 힘들다 하고, 어느 한 사람은 재미있다 해요.


  언제나 똑같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쳇바퀴라기보다 우리 스스로 똑같은 생각, 아니 틀에 박힌 생각에서 못 벗어나는 탓에 쳇바퀴일 수 있어요. 언제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 우리 스스로 새롭게 생각을 지피면서 열린 마음이 된다면 늘 새로우며 아름다운 삶이 될 수 있지 싶어요.



동물원에서 봤던 코끼리랑 똑같다. 어쩌면 이렇게 작을까? 꽃 속에서 사는 걸까? 나를 빤히 쳐다본다. 내가 하나도 안 무서운가 보다. (8쪽)



  황K 님이 빚은 그림책 《꽃에서 나온 코끼리》(책읽는곰,2016)을 아이들하고 함께 읽으면서 바로 이 ‘생각으로 짓는 하루’를 떠올려 봅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어느 날 꽃을 지켜봅니다. 이 아이는 사내예요. 사내라고 하면 으레 공을 차거나 게임을 좋아한다고 여길는지 모르는데요, 이 아이는 그렇지 않아요. 모든 사내가 공차기를 좋아해야 할 까닭은 없어요.


  아이는 꽃을 가만히 지켜봅니다. 꽃이 참 곱거든요. 그런데 꽃에서 길다란 뭔가 나오더니 코끼리가 나타나요. 어라? 작은 꽃에서 코끼리가? 이게 말이 되나?


  아이는 믿기지 않지만 제 두 눈으로 코앞에서 지켜보았으니 안 믿을 수 없어요. 더구나 꽃에서 나온 코끼리는 아이 손바닥에서 아이를 가만히 마주보아요.



코끼리가 기다란 코로 풀을 돌돌 말아 입에 쏙 넣는다. 민들레도 먹고, 엉겅퀴도 먹고, 강아지풀도 먹는다.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잘도 먹는다. (17쪽)



  꽃에서 나온 코끼리는 하루 내내 아이하고 놉니다. 아이는 하루 내내 오직 코끼리를 바라봅니다. 들에서도 학교에서도 내내 코끼리를 바라보아요. 학교에서 다른 공부는 마음에 안 들어와요. 오직 코끼리만 마음에 들어와요. 아마 아이는 이날 내내 ‘학교 수업은 하나도 못 들었’을 테지요. 학교에서 담임 교사는 이 아이가 ‘수업을 안 듣고 딴짓만 한다’면서 여러 차례 꾸중을 했을 수 있어요.


  그러고 보면 학교에서 ‘딴짓’을 하는 아이가 으레 있어요. 교사가 아무리 큰소리로 칠판을 두들겨도 못 듣는 아이가 꼭 있어요. 교사가 큰소리로 칠판을 두들기다 못해 아이 곁으로 다가와서 쳐다보아도 못 알아채요. 이러다가 교사가 지휘봉이나 출석부나 분필지우개나 교과서 따위로 머리통을 때려야 깜짝 놀라요.


  교사(어른)로서는 아이가 딴짓을 한다는 생각일 텐데, 아이는 달라요. 학교에서 딴짓을 하는 아이는 어쩌면 《꽃에서 나온 코끼리》에 나오는 아이처럼 다른 무엇하고 놀았을 수 있어요. 그림책 아이는 ‘꽃에서 나온 코끼리’하고 놀았다면, 학교에서 딴짓을 하던 아이는 ‘다른 어떤 멋진 놀이동무’가 나타나서 그 놀이동무하고 어울리는 데에 온마음을 쏟았을 만합니다.



“내 이름은 한별이야. 너는 …… 꽃에서 나왔으니까 꽃끼리라고 부를게.” 코끼리가 내 코를 간질였다. 코끝에서 꽃향기가 솔솔 풍겼다. (35쪽)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코끼리는 제 보금자리인 꽃으로 돌아가고 싶은 눈치입니다. 아이는 서운합니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돌려요. 아이한테 보금자리인 집이 있어 집으로 돌아가듯, 코끼리한테도 코끼리 보금자리인 꽃으로 돌아가야 하는 줄 알아요.


  아이는 제 이름 ‘한별’을 코끼리한테 알려주어요. 코끼리한테 ‘꽃끼리’라는 이름을 지어 줍니다. 꽃끼리는 조용히 꽃송이 품으로 깃듭니다. 꽃송이 품으로 깃든 코끼리는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아이는 노을을 바라보면서 콧노래를 부르는 몸짓으로 집으로 돌아가요.


  자, 이 아이 한별이는 이튿날에도 꽃끼리를 만날까요? 아이는 앞으로도 학교에서 수업보다 꽃끼리하고 노는 하루를 더 좋아할까요?


  모르는 일이지요. 그나저나 어른들은 아이가 ‘딴짓’을 하거나 ‘딴청’을 피운다고 섣불리 여기지 말아야지 싶어요. 아이는 어른이 모르는 다른 곳에 마음이 날아가서 새로운 놀이를 누릴 수 있거든요. 즐거운 생각으로 짓는 즐거운 놀이를 누리는 아이가 곁에 있다면 부드럽게 다가가서 나즈막한 목소리로 물어보셔요, “얘야, 누구하고 노는데 그렇게 밝게 웃니?” 하고요. 2017.1.12.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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