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 - 망설이지 않고, 기죽지 않고, 지지 않는 불량 페미니스트의 대화 기술
니콜 슈타우딩거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읽기 삶읽기 284



“장롱에 가두었다가 퇴근해서 꺼내줄 겁니다”

― 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

 니콜 슈타우딩거 글

 장혜경 옮김

 갈매나무 펴냄, 2016.12.20. 14000원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와 달리 사람들 앞에서 말을 못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럭저럭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 테고, 썩 말을 못하는 사람이 있을 테지요. 말을 잘한다는 사람이라면 굳이 《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갈매나무,2016) 같은 책을 안 읽어도 되지 싶어요. 이 책 《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는 사람들 앞에서 말이 서툰 사람들한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제부터는 그만 참고, 말을 좀 해 보자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요. 이제 마음은 그만 다치고, 뾰족한 말도 그만 듣자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니 ‘말을 잘하는 사람’이여, 괜히 이 책을 집지 말기를 바랍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한테는 ‘뭐야? 아무것도 아니잖아?’라든지 ‘훗. 대수롭지도 않구만!’ 할 만할 수 있을 테지요. 그러나 ‘말을 못하는 사람’으로서는 바로 그 ‘아무것이 아닌 것’ 때문에 마음이 걸려서 말을 못해요. 바로 그 ‘대수롭지 않은 금’을 넘어서지 못하기에 사람들 앞에서 쩔쩔매고요.



아니카를 가만히 살펴보자. 그녀는 과연 자신을 사랑할까?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으며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을까? … 하지만 사실 우리는 사회가 정한 역할 모델에 우리를 맞추며 살아야 ‘옳다’고 생각한다. (14, 15쪽)


여성 여러분, 들었는가? 이 현실의 불평등을 제거할 책임은 우리에게도, 아니 그 누구보다 바로 우리에게 있다. (35쪽)



  어느 모로 본다면 ‘말을 잘하는 사람’도 이 책 《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말을 잘하는 그대’가 말을 너무 잘하는 나머지 그만 그대 둘레에 있는 다른 사람은 ‘말을 못할’ 수 있거든요. ‘말을 잘하는 그대’가 바로 이웃이나 동무가 ‘말을 못하게’ 꽁꽁 틀어막는 ‘바로 그 사람’일 수 있어요. 게다가 ‘말을 너무나 잘하는 그대’는 그대 둘레에 있는 사람들 마음에 못을 박는 말을 너무 손쉽게 내뱉을 수 있을 테고요.


  우리는 이 한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돌아가신 전우익 님은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말씀을 남겼는데요, ‘혼자만 잘 말하면 무슨 재민겨’로 살짝 돌려 볼 수 있어요. 다시 말해서 ‘말을 잘하는 그대’는 부디 그 잘하는 말을 좀 줄이거나 멈추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말을 못하는 우리’가 부디 말을 할 틈을 내도록 멈추어 줄 수 있어야지요. 말을 못하는 사람이 머뭇거리느라 1분이든 5분이든 10분이든 쩔쩔매더라도 부디 ‘10분이고 20분이고 입을 다물고 기다릴’ 수 있어 주기를 바라요.



방패를 들어 날아온 공격을 튕겨내라. ‘튕겨낸다.’ 말은 쉽다.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내가 나를 보호하지 못하면 온갖 불쾌한 말들이 거침없이 날아와 우리의 머리에 박힌다. 그럼 스트레스가 쌓인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렇다. 생각을 할 수가 없다. (62쪽)


노래가 끝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모두가 그를 사랑했다. 그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을 멋지다고 생각하며, 그의 그런 생각이 그의 몸짓에서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77쪽)



  《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를 쓴 독일사람 니콜 슈타우딩거 님은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한테 ‘내가 나를 사랑할 때라야 비로소 말문을 씩씩하게 튼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성을 내거나 부아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 말고, 이제부터 한 가지씩 ‘우리 마음을 스스로 바꾸는 길’에 온힘을 쏟자고 힘주어 말해요.


  회사에서 웃사람이나 동료가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모습을 보이더라도, 이런 모습에 휘둘리지 말자고 얘기합니다. 시어머니가 나를 잡아먹으려고 으르렁거리더라도, 덫에 사로잡히지 말자고 얘기합니다. 옛날부터 나를 괴롭히는 이웃이나 동무가 있다면 그들이 나를 또 괴롭히려 하더라도 ‘튕겨내기’나 ‘받아치기’를 하자고 얘기해요.


  아마 이쯤에서 으레 이런 말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말이 쉽지? 그걸 누가 몰라? 다 알지만 막상 말이 안 나오는걸?’ 네, 그렇습니다. 참말로 말이 쉬워요. 게다가 그 자리에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도록 창피하거나 짜증이 샘솟고 난 뒤, 집으로 돌아와서야 비로소 ‘아차, 그때 이렇게 대꾸해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떠오를 수 있어요.



아이들은 깨끗한 집안이나 완벽하게 단장한 엄마를 기억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기억하는 것은 함께 책을 읽고 놀이를 하거나 산에 오른 시간, 바로 그 경험이다. (88쪽)


페트라는 물론이고 그 누구도 시어머니를 바꿀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시어머니의 행동에 화를 내거나 아니면 화를 내지 않기로 결심하는 것뿐이다. 시어머니는 여전할 것이다. 다만 페트라가 스스로 변하겠다고 선택할 수 있다. (115쪽)



  그런데 말입니다, 왜 ‘뾰족한 말’로 공격을 받을 적마다 그 자리에서 곧장 대꾸를 못했나 하고 돌아보면요, 나 스스로 차분하거나 느긋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싶어요. 어떤 뾰족한 말을 듣더라도 스스로 차분하다면 즐겁게 맞받아치거나 가볍게 튕겨 주었을 텐데, ‘저 녀석이 또 뾰족한 말로 나를 괴롭히네?’ 하는 생각에 빠지면서 성이나 부아나 짜증을 먼저 지피는 탓에, 어떤 말을 해야 할는지 까맣게 잊는구나 싶어요.


  그래서 《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를 쓴 분이 ‘무엇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내내 되풀이하는 마음을 고개를 끄덕이면서 받아들입니다. 차분해야지요. 이러면서 느긋해야지요.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어야지요.


  이 책에도 나옵니다만, 늘 뾰족한 말을 내뱉는 이가 우리 집에 찾아와서 ‘이 집은 청소도 안 하나? 뭐 이렇게 지저분해? 이게 사람 사는 곳이야?’ 따위로 말한다면, 이 말에 발끈하거나 욱하기보다는 딴 말을 꺼낼 수 있어요. 또는 ‘그런데 놀랍지요? 사람 사는 곳 같지도 않은 지저분한 곳에서 아이들이 병치레 없이 얼마나 튼튼하게 뛰놀며 신나게 웃는지 몰라요.’ 하고 대꾸할 수 있어요. 뾰족한 말을 들었대서 곧장 ‘나 말야 쟤 말 때문에 마음이 아파’ 하고 여기지 말고, 뾰족한 말은 이 뾰족한 말을 꺼낸 이한테 고스란히 돌려주면 되는구나 싶어요.



용기는 당신 혼자서 끌어내야 한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조금씩 용기를 내어 선을 긋는다면 언젠가는 지금보다 훨씬 큰 용기를 내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211쪽)



  글쓴이는 이 책에서 익살스러운 보기말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아이를 둔 아주머니가 어느 회사에서 면접을 하는데 면접관이 ‘출근하면 애들은 어떻게 하느냐’ 하고 물으면 “(아이는) 장롱에 가두었다가 퇴근해서 꺼내줄 겁니다.” 하고 대꾸해 줄 수 있대요. 면접관한테 이렇게 대꾸하면 면접에서 떨어질 수 있을는지 몰라요. 그러나 아이를 돌보아 주는 시설이 없거나 아이를 헤아리는 복지가 없는 곳에 그냥 들어간다면 누구보다 바로 우리가 힘들 테지요. 회사는 ‘아이가 장롱게 갇히지 않도’록 육아시설 갖추거나 육아수당을 제대로 줄 수 있어야 옳을 테고요.


  글쓴이는 재택근무를 하는 아이 어머니인 여성을 못마땅해 하거나 싫어하는 동료들이 ‘집에 가서 쇼파에 누워 빈둥거릴 테지?’ 하고 빈정거릴 적에 “맞아. 일등으로 (집에) 가서 소파에 누워 하루 종일 텔레비전 보면서 빈둥거릴 거야. 생각만 해도 신나네. 다들 한번 해 봐.” 하고 대꾸해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빈정거리는 회사 동료한테 이렇게 말하면 그들이 더 빈정거리거나 괴롭힐는지 모르지요. 그러나 바보스레 내뱉는 뾰족한 말은 우리 마음에 담지 말고 바로 그들한테 돌려주어야지 싶어요.


  용기를 내자는 말, 스스로 기운을 내자는 말, 스스로 씩씩하게 살자는 말, 내가 나를 지키고 내가 나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을 다시금 곱씹습니다. 2017.1.9.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 번역이 살짝 아쉬워 9점을 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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