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4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199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69



넌 귀신이 무섭구나

― 백귀야행 4

 이마 이치코 글·그림

 서미경 옮김

 시공사 펴냄, 1999.5.24. 5000원



  아이들은 어릴 적에 아무것도 무섭지 않습니다. 아주 깜깜한 곳에 있든 아주 조용한 곳에 있든 아이들은 무엇이나 즐겁고 새롭게 누려요. 이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무서움’을 배우기 때문에 무섭다고 느낍니다. 이를테면, 어른이 무엇을 보고 무서워하니 ‘아, 저럴 때에 무서워해야 하는구나’ 하고 배우지요. 어른이 무엇을 보고 싫거나 안 좋다고 말하면 ‘아, 저런 것은 싫거나 안 좋아해야 하네’ 하고 배워요.



“리쓰! 보면 안 된다 보니까 따라오는 거야.” “보이는걸 어떡해.” “무서워하면 안 된다. 무서워하니까 따라오는 거야.” “무서운걸 어떡해.” (7쪽)


“인간 따위 무섭지 않아. 진짜 무서운 것은…….” (12쪽)



  만화책 《백귀야행》 넷째 권을 읽습니다. 너덧 살 어린 리쓰가 할아버지하고 나들이를 가면서 마주치는 ‘귀신’이나 ‘요괴’를 무서워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할아버지는 리쓰더러 무서움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줍니다. 무서워하는 마음이 있으니 무서울 뿐이라고 알려주지요.


  그런데 어린 리쓰는 이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해요. 벌써 다른 어른한테서 ‘무서움’을 배워서 몸에 붙인 탓입니다. 삶을 배우기 앞서 무서움을 배웠고, 사랑을 알기 앞서 무서움에 익숙해졌거든요.



“나는 어렸을 때 겁쟁이여서 그런 녀석들을 무서워했지만, 너무나 쉽게 안주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는 사람의 마음이 정말로 무서운 거야.” (63쪽)


“네가 외로운 것은 언제까지나 그런 곳에 혼자 있기 때문이야. 이젠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돌아가. 벚꽃은 매년 피고 있는데도, 너는 자신의 외로움만 생각해서 보려 하지 않았어.” (65쪽)



  스스로 무서워하기에 무섭듯이, 스스로 외로워하니까 외롭습니다. 그러면 달리 생각해 볼 수 있을 테지요. 스스로 즐겁기에 즐겁습니다. 스스로 웃기에 웃음꽃이에요. 스스로 노래하기에 노래잔치이지요. 스스로 춤을 추기에 춤꾼이에요.


  학원을 다니거나 전문가한테서 배워야 노래나 춤을 잘하지 않습니다. 작가한테서 배워야 글을 쓸 수 있지 않습니다. 화가한테서 배워야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습니다. 사진가한테서 배워야 사진을 잘 찍지 않습니다.



“아아, 그것은 당신에게 드릴게요. 당신의 손을 거쳤으니 그건 이미 당신의 것입니다.” (73쪽)


‘그것을 부처님 말씀이라고 믿다니, 하지만 그 낙천적이고 순수한 마음이 깃든 꽃이라면 정말로 아름다운 무엇인가가 태어날지도 모르겠다.’ (116쪽)



  맑은 마음에서 맑게 흐르는 노래가 태어납니다. 맑게 다스릴 줄 아는 마음에서 맑게 살림을 짓는 손길이 태어납니다. 이 마음은 바로 우리 스스로 빚습니다. 남이 빚어 주지 않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다른 사람들은 여러 모습을 보여줄 뿐이에요. 우리 둘레에서 우리한테 보여주는 모습 가운데 ‘내가 배워서 내 삶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모습’은 언제나 우리 스스로 골라요.


  무서움을 배우니 무섭고, 두려움을 배우니 두려워요. 기쁨을 배우니 기쁘고, 넉넉함을 배우니 넉넉하지요. 귀신이 무섭다면 ‘귀신은 무서워’라고 하는 마음을 배웠기 때문이에요. 귀신이나 요괴는 사람하고 다른 테두리에서 살아가는 다른 넋이라는 대목을 배울 수 있다면, 우리는 귀신이나 요괴를 꽃이나 풀이나 나무나 돌이나 모래나 바람이나 구름처럼 ‘그저 우리하고 조금 다른 자리에서 다르게 사는 이웃’으로 받아들이며 살 수 있어요. 2017.1.7.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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