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석
김경원 지음 / 푸른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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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노래하는 말 259



‘고등학생 시인’에서 ‘노래하는 시인’으로 거듭나기

―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석

 김경원 글

 푸른길 펴냄, 2016.10.7. 12000원



  시 한 줄은 노래와 같습니다. 시를 한 줄 쓰면서 마음에 흐르는 이야기를 살며시 풀어놓을 수 있습니다. 시름에 겨운 마음도, 응어리가 지는 마음도, 괴롭거나 슬프거나 고단한 마음도 시 한 줄로 풀어내면서 가늘게 한숨을 돌릴 수 있습니다. 즐거움이나 기쁨도 시 한 줄로 풀어내면서 새롭게 북돋울 수 있고요.


  글을 쓰는 분들은 ‘시’라는 이름을 붙이지만, 딱히 ‘글을 쓰는 살림’이 아닌 분들은 ‘노래’를 불러요. ‘입으로 읊는 시’라고 할 만한 노래를 부르면서 슬픔이나 기쁨을 다스립니다. 입으로 읊는 시 한 마디로 하루를 되새기고 스스로 기운을 북돋우기도 해요.


  대중노래이든 민중노래이든, 또는 옛노래이든 서양노래이든, 우리가 흔히 듣는 노래를 소릿가락이 아닌 노랫말을 종이에 가만히 적어 보면, 참말 모두 ‘시’로구나 싶습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가락을 붙여서 읊는 말’을 노래라고 할 만해요. 그러니 글을 안 쓰더라도 노래를 부르면서 하루를 열거나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살림을 꾸리는 모든 사람들은 늘 ‘시를 짓거나 누리듯이’ 살아간다고 할 만합니다.



연필 한 자루면 시 하나 / 뚝딱 만들어내는 세상 / 시 하나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 공감할 수 있는 세상 /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 차별이 없는 세상 (내가 꿈꾸는 세상)



  어느덧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교로 나아가는 김경원 님이 쓴 시를 그러모은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석》(푸른길,2016)을 읽습니다. 김경원 님은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거나 다독이거나 달래려고 시를 씁니다. 남한테 내보이려고 하는 시가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풀어놓는 시입니다.


  그런데 김경원 님이 쓴 시를 읽은 같은 학교 동무들이 좋아해 줍니다. 이 시는 학교 바깥으로도 조금씩 알려지면서 여러 이웃들 마음을 따사로이 달래 줍니다.



넘어지는 것은 아프지만 / 백 번이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을 / 배우기엔 딱 좋은 나이 (열여덟 살)



  고등학교를 다니며 쓴 시가 ‘잘 쓴 시’라면 학교 동무나 사회 이웃은 김경원 님 시를 그야말로 ‘잘 쓴 시’로 여겼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석》에 깃든 시는 ‘잘 쓴 시’가 아니라 ‘마음을 풀어놓은 노래 같은 이야기’인 터라 둘레에 환한 웃음이나 애틋한 눈물을 북돋우겠구나 싶어요.


  왜, 노래방 같은 곳에서도 그렇지요. 우리는 노래를 직업가수처럼 부를 수 있어야 하지 않아요. 이른바 박자 음정 모두 잘 맞추어야만 ‘노래를 부를’ 수 있지 않아요. 돼지 멱을 따는 소리이면 어떻게, 늦박자나 엇박자이면 어떤가요. 마음을 담아서 부를 수 있으면 될 노래예요. 즐겁거나 슬픈 마음을 달래려고 부르는 노래이면 돼요.


  시 한 줄도 이와 같아서, 마음을 풀어내려고 쓰는 시일 때에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마음을 풀어내기에 비로소 시요, 마음을 나누기에 참으로 시이며, 마음을 모아 서로 어깨동무하려는 사랑이기에 그야말로 시라고 느껴요. 



나에게 엄마란 / 정말 못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 하지만 아주 가끔은 / 엄마라는 그 이름을 / 불러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 가끔은 엄마의  품에 안기에 / 울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엄마에게)



  ‘잘 쓴 시’가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다만 ‘잘 부르는 노래’이기는 하되 ‘마음을 담지는 못하고 잘 부르기만 하는 노래’일 적에는 두 번 세 번 자꾸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잘 부르는 노래’로는 마음을 달래거나 북돋우지 못하거든요.


  마음을 담아서 부르는 노래이기에 두 번 세 번 자꾸 들으면서 마음을 달래거나 북돋아요. 잘 쓴 시가 아닌 마음을 담아서 쓰는 시이기에 두 번 세 번 자꾸 읽으면서 마음을 달래거나 북돋울 만합니다.



그동안 나만 아프지 않았나 / 그동안 나만 힘들지 않았나 / 싶었기에 // 미안해서 눈물이 납니다 / 내가 못다 한 이야기 / 내가 들어줄게 (못다 한 이야기)



  고등학생이던 김경원 님은 ‘반려동물 관리사’라는 길을 가 보고 싶다는 꿈을 품었답니다. 그렇지만 대학등록금이나 살림돈을 모을 수 없어서 이 꿈을 한동안 접어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이러다가 마침 뜻있는 분들이 김경원 님을 돕겠다면서 나서 주었고, 새로운 해에는 고등학생 아닌 대학생으로 한 걸음 나아간다고 합니다.


  김경원 님은 앞으로 내디딜 새로운 삶자리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시 한 줄로 적바림할 수 있을 테지요. 이제는 학교 울타리가 아닌 김경원 님 스스로 일구는 ‘내 작은 보금자리’에서 한결 홀가분하게 시 한 줄을 노래할 수 있을 테지요.


  마음을 열고 눈을 더 크게 뜨면서 시를 노래할 수 있기를 빕니다. 홀로 우뚝 설 수 있는 길에서 새로운 시를 길어올리기를 빌어요. 때때로 힘들거나 지칠 적에는 동무나 이웃 어깨에 살며시 기대어 쉬기도 하고, 남들이 두세 걸음을 걷든 말든 김경원 님은 스스로 반 걸음이나 반반 걸음이나 반반반 걸음만 걷더라도 즐겁고 씩씩하게 앞길을 나아가기를 빕니다.



세상에서 가장 값지고 아름답게 / 빛을 내는 보석은 / 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값진 보석)



  할 수 있어요. 누구나 노래를 할 수 있고, 누구나 시를 쓸 수 있어요. 온누리에 오직 하나 있는 보석이라면 바로 ‘우리 스스로’이니까요. 나한테는 네가 보석이요, 너한테는 내가 보석이니, 우리는 서로 보석이에요. 저마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멋진 시인이에요.


  우리 곁에 있는 모든 숨결을 사랑하는 따사로운 손길로 앞길을 즐거이 일구면서 거둘 씨앗 한 톨 같은 노래를 기다립니다. 2017.1.6.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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