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 원 오른 달걀 한 판



  닭이 수천만 마리가 죽어 나간다는 이야기를 듣기 앞서 달걀 한 판을 사 놓았는데, 이 달걀 한 판을 보름 남짓 먹었어요. 네 식구가 달걀을 먹으면 한 끼에 넉 알을 써요. 그러니 보름 즈음 달걀을 거의 안 먹은 셈이에요. 국을 끓이며 가끔 달걀을 풀었어요. 이러다가 달걀찜을 할 뚝배기를 하나 새로 장만했어요. 뚝배기로 달걀찜을 하면 한결 맛나리라 여겼어요. 면소재지에 아이들하고 자전거를 달린 김에 가게에서 달걀 한 판을 사는데 8500원을 치러요. 지난달에 달걀 한 판을 살 적에는 5500원이었으니 삼천 원이 올랐네요. 달걀 한 판 값으로 갑자기 삼천 원이 뛴 셈이니 비싸다고 하면 비쌀 테지만, 달걀 한 판에 구천 원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리 비싸다고는 여기지 않아요. 닭이 우리한테 베푼 알을 돈이 아닌 고마운 숨결로 헤아린다면 진작에 이만 한 값으로 받아도 되었다고 느껴요.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달걀을 너무 값싸게 너무 많이 사다가 먹은 탓에 ‘공장 축산’이 되었고, 이 흐름이 하루아침에 크게 말썽이 되어 수천만 마리에 이르는 닭이 슬프게 죽음길로 가고야 말았지 싶어요. 더 많이 먹는 밥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즐겁고 알맞게 먹는 밥으로 거듭나야지 싶습니다. 2017.1.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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