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표 새 도감 한눈에 알아보는 우리 생물 3
최순규 지음 / 자연과생태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책 읽기 112



‘살코기 아닌 이웃’인 새를 사랑하는 길

― 화살표 새 도감

 최순규 글·사진

 자연과생태 펴냄, 2016.12.12. 22000원



  아무리 도시가 커지더라도 우리 곁에 있는 새가 있습니다. 도시가 너무 커진 탓에 삶터를 몽땅 빼앗길 뿐 아니라 목숨까지 잃은 새가 있습니다. 하늘을 날며 바람을 가르는 새를 바라보던 사람들은 몸소 날아오르지는 못하더라도 비행기라는 기계를 만들어서 새처럼 마음껏 이리저리 다니기도 합니다. 우리가 새를 보지 못하거나 알지 못했다면 하늘을 나는 꿈도 못 꾸었으리라 느껴요.


  최순규 님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서 빚은 《화살표 새 도감》(자연과생태,2016)을 보면서 아직 우리 곁에 새가 이렇게 많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비록 열 해쯤 앞서하고 대면 크게 줄었고, 스무 해쯤 앞서하고 대면 대단히 줄었으며, 서른 해나 마흔 해쯤하고 대면 엄청나게 줄어든 새일 텐데, 작으면서 야무진 《화살표 새 도감》에 나오는 새는 제법 많다고 할 만해요. 더욱이 이 도감은 ‘우리 눈앞에 살짝 나타났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새를 한결 쉽게 잘 알아보도록 화살표로 콕콕 짚으면서 알려주기도 합니다.



예전에 황새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번식하던 텃새였으나 인구 증가와 산업화로 인해 습지가 부족해지면서 절멸했고, 지금은 아무르 강 유역 중국 북동부에서 번식하고 겨울철새로 날아와 천수만, 영암호, 남해안 일대에서 보인다. (30쪽)


(매 무리는) 높은 곳이나 공중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급강하해 땅 위에 있는 설치류, 새, 곤충 등을 잡아먹는다. 대부분 살아 있는 먹이를 사냥하며, 다리가 약해 빠르게 먹이를 죽이지 못하면 자신이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먹이의 목을 물어뜯어 순식간에 죽인다 … 매 무리도 대부분 먹이사슬 최상위에 위치해 환경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그래서 대부분 멸종위기에 몰려 법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42쪽)



  《화살표 새 도감》은 먼저 ‘물새’하고 ‘산새’를 가릅니다. 물을 좋아해서 물가에서 먹이를 찾는 새랑, 숲을 좋아해서 숲(산)에 깃드는 새를 나누어요. 이 나눔법을 보니 고개를 끄덕일 만합니다. 참말로 새는 물가나 바닷가처럼 ‘물이 있는 곳’에서 사는 새가 한 갈래요, 숲에 깃들어 나무에 둥지를 짓고서 먹이를 찾는 새가 다른 한 갈래라고 할 만합니다.


  물새 갈래에서는 다시 아비·논병아리·가마우지·기러기·갈매기·백로·저어새·물떼새·도요새·황새·두루미·뜸부기·물총새·물까마귀·할미새·종다리로 가르며, 이 갈래에서도 조금 더 잘게 가르기도 합니다.


  산새 갈래에서는 수리·매·올빼미·꿩·까마귀·비둘기·두견이·딱따구리·직박구리·지빠귀·찌르레기·때까치·파랑새·후투티·쏙독새·팔색조·여새·제비·칼새·개개비·솔딱새·박새·동박새·오목눈이·동고비·되새·참새·멧새로 가르며, 이 갈래에서도 찬찬히 더 가르기도 해요.



(올빼미 무리는) 첫째날개깃 끝은 다른 새와 달리 아주 미세하게 갈라졌으며 이 부분으로 공기의 흐름을 제어해 비행할 때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한다. 눈도 다른 새와 달리 얼굴 정면에 있어 사물을 보다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44쪽)


(꿩 무리는) 대부분 수컷 하나에 여러 암컷이 모여서 번식하고 보통 알을 12개 정도 낳아 암컷이 품는다. 부화한 새끼는 깃털이 있으며 바로 걸을 수 있어 둥지에 머물지 않고 어미를 따라다닌다. 씨앗이나 열매, 곤충 등을 먹지만 주로 식물성을 먹기 때문에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는 소화가 덜 된 배설물을 다시 먹는 경우도 있다 … 꿩의 평균 수명은 27년 정도로 알려졌다. (46쪽)



  여러 갈래로 나눈 이름만 보아도 새를 살피기에 훨씬 수월하구나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여러 갈래로 나눈 이름에서 ‘사람들한테 익숙하거나 흔하구나’ 싶은 이름이 꽤 많지 싶어요. 비록 오늘날에는 바닷가나 냇가나 숲으로 찾아가지 않으면 보기 어려운 새일지라도, 숱한 새는 이 지구에서 알뜰살뜰 살림을 짓는다고 할 만합니다.


  웬만한 새는 이름이 ‘한국말(토박이말)’이에요. 그만큼 새는 한겨레하고 오래도록 이웃으로 지내면서 어우러진 숨결이라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곁에서 늘 지켜보며 옛사람 나름대로 재미나고 사랑스레 이름을 붙여 주었으리라 느껴요. 이처럼 붙인 이름이 오래도록 사람들 입에서 입을 타고 흐르면서 오늘날까지 이었으리라 생각해요.


  나중에 새 학자가 붙인 이름도 있을 텐데, ‘나그네새’나 ‘철새’나 ‘텃새’나 ‘길잃은새’ 같은 이름을 헤아려 보면 이 나라에서 새를 얼마나 곁에 두고서 살피는가 하는 대목을 엿볼 수 있기도 해요. 철을 살피는 철새요, 텃밭이나 텃논처럼 새 나름대로 저희 삶터를 한곳에 뿌리내리는 모습으로 텃새라 이름을 붙였으니, 그만큼 새는 한겨레하고 가까운 사이라 할 만해요.



(뻐꾸기 무리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자신의 새끼를 키우게 하는 습성(탁란)으로 유명하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이 무리의 40% 정도만 이런 습성이 있다 … 뻐꾸기 무리가 큰 소리를 내니 보기 쉬울 것 같으나 울창한 숲 속에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개체를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번식기 이후에는 소리 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 더욱 보기 어렵다. (52쪽)


제비는 양 극지방과 대양의 작은 섬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번식하며,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등의 난대와 열대 지역에서 겨울을 난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남부 지역에서도 월동개체가 확인되었다. 제비는 인가 주변에 살면서 번식했던 둥지를 이듬해에 다시 찾아오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시 돌아오는 비율이 10% 이내로 높지 않다. (64쪽)



  닭도 새입니다만, 요즈음은 닭이 새라고 하는 대목을 거의 잊고 살지 싶습니다. 꿩과에 드는 새인 닭일 테지만, 이제는 닭을 거의 닭우리에 가두어 알하고 살점을 얻는 고기로 여기거든요. 더구나 집에서 닭을 치는 일은 거의 사라졌고, 으레 가게에서 사다 먹기만 하지요. 오늘날 우리는 닭고기나 닭알(달걀)을 엄청나게 먹는데, 너무 커지고 만 ‘공장 축산’은 조류독감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새한테서 새다움을 빼앗은 탓에 사람들한테 무서운 병이 생기는 셈이라고 할까요. ‘산 목숨’을 아주 좁다란 우리에 가두어 햇빛조차 못 쬐도록 하면서 알하고 살점을 더 많이 뽑아내도록 닦달을 한 탓에 새(닭)한테도 사람한테도 끔찍한 일이 벌어지지 싶어요.


  이 때문에 ‘공장 축산’으로 기르는 닭도 난데없이 죽어야 하지만, 물가나 숲에서 조용히 사는 새도 피해를 입습니다. 예부터 사람이 새를 비롯한 수많은 들짐승이나 멧짐승하고 어깨동무를 하던 얼거리를 그만 깨뜨린 나머지, 사람도 새도 고단한 살림이 되지 싶어요.


  도시를 짓더라도 조금 더 작게 지을 수 있고, 발전소나 공장도 더 크기를 줄이면서 깨끗한 시설로 바꿀 수 있습니다. 닭우리를 크게 짓더라도 닭이 조금 더 ‘나은’ 터전에서 자라도록 바꿀 수 있어요. ‘생산·소비·경제’라는 이름을 벗고서 ‘삶·어울림·마을’이라는 이름을 생각해 본다면, 사람한테도 새한테도 아름다운 터전으로 거듭날 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어른들이 《화살표 새 도감》 같은 상냥한 책 한 권을 손에 쥐고서 아이들하고 ‘우리 곁에 있는 아름다운 새’를 살펴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먹이(알과 고기)가 되는 것’이 아닌 ‘사람하고 지구에서 함께 사는 이웃’으로 새를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2016.12.25.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