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격 格
격에 맞다 → 주제에 맞다 / 품이 맞다 / 그릇에 맞다
격이 낮다 → 주제가 낮다 / 품이 낮다 / 깜냥이 낮다
격이 떨어지다 → 주제가 떨어지다 / 품이 떨어지다 / 품새가 떨어지다
격에 어울리지 않게 화려하다 → 꼴에 어울리지 않게 눈부시다
쇠귀에 경 읽는 격이지 → 쇠귀에 경 읽는 셈이지 / 쇠귀에 경 읽는 꼴이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 엎친 데 덮친 셈으로 / 엎친 데 덮친듯이
대표자 격으로 모임에 참석하다 → 대표자로서 모임에 오다
그는 우리의 대장 격이다 → 그는 우리한테 대장이다 / 그는 우리 대장인 셈이다
‘격(格)’은 “1. 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수나 품위 2. 삼단 논법에서, 대소 두 전제에 공통으로 포함된 매개념의 위치에 따라 결정되는 형식 3. 문장 속에서 체언이나 체언 구실을 하는 말이 서술어에 대하여 가지는 자격 4. ‘셈’, ‘식’의 뜻을 나타내는 말 5. ‘자격’의 뜻을 나타내는 말 6. 화투나 윷놀이 따위에서 끗수를 세는 단위”를 가리킨다고 해요.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외마디 한자말일 수 있는데, 이모저모 살피면 ‘주제·주제꼴’이나 ‘그릇·깜냥’이나 ‘품·품새’나 ‘꼴·셈·노릇’으로 손볼 만하지 싶어요. “대표자 격” 같은 자리라면 ‘-로서’로 손볼 만하기도 해요. 2016.12.18.해.ㅅㄴㄹ
포기하시지. 격이 다르다는 걸 알란 말이야
→ 그만두시지. 주제가 다른 줄 알란 말이야
→ 그만두시지. 그릇이 다른 줄 알란 말이야
→ 손 떼시지. 높낮이가 다른 줄 알란 말이야
→ 두 손 드시지. 설 자리가 다른 줄 알란 말이야
《테라사와 다이수케/서현아 옮김-미스터 초밥왕 13》(학산문화사,2003) 221쪽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이게 또 무슨 일이야?
→ 엎친 데 덮친 꼴이라고 이게 또 무슨 일이야?
→ 엎친 데 덮친다고 이게 또 무슨 일이야?
→ 엎친 데 덮치듯이 이게 또 무슨 일이야?
《김용희-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샨티,2004) 95쪽
그야말로 마음은 콩밭에 있고 몸은 논에 있는 격이었다
→ 그야말로 마음은 콩밭에 있고 몸은 논에 있는 꼴이었다
→ 그야말로 마음은 콩밭에 있고 몸은 논에 있는 셈이었다
→ 그야말로 마음은 콩밭에 있고 몸은 논에 있는 노릇이었다
→ 그야말로 마음은 콩밭에 있고 몸은 논에 있다고 해야겠다
《민들레》 38호(2005.3∼4) 18쪽
울창한 숲 속에서 귀화식물의 대표 격인 망초나 개망초를 본 적이 없습니다
→ 우거진 숲에서 귀화식물 가운데 대표라 할 망초나 개망초를 본 적이 없습니다
→ 짙푸른 숲에서 귀화식물로 손꼽히는 망초나 개망초를 본 적이 없습니다
《유상준·박소영-풀꽃편지》(그물코,2013) 18쪽
내가 너처럼 바뀌길 바라는 거야? 격 없는 히피로?
→ 내가 너처럼 바뀌길 바라니? 허물없는 히피로?
→ 내가 너처럼 바뀌길 바라니? 바탕 없는 히피로?
→ 내가 너처럼 바뀌길 바라니? 생각 없는 히피로?
《신지아-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샨티,2014) 280쪽
‘두루거리상’은 여러 사람이 격을 차리지 않고 둘러앉아서 한데 먹게 차린 음식상
→ ‘두루거리상’은 여러 사람이 허물없이 둘러앉아서 한데 먹게 차린 밥상
→ ‘두루거리상’은 여러 사람이 홀가분하게 둘러앉아서 한데 먹게 차린 밥상
《정혜경-밥의 인문학》(따비,2015) 244쪽
넓디넓은 바다에 오줌 누기 격이니
→ 넓디넓은 바다에 오줌 누기 꼴이니
→ 넓디넓은 바다에 오줌 누는 셈이니
→ 넓디넓은 바다에 오줌 누는 노릇이니
《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하이타니 겐지로의 생각들》(양철북,2016) 30쪽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초대형 태풍 루시는
→ 엎친 데 덮친다고 아주 큰 태풍 루시는
→ 엎친 데 덮치듯이 무시무시한 태풍 루시는
《이종호-무당 거미》(북산,2016) 9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