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손집하고 보금자리



  길손집에서 묵으며 여관하고 어떻게 다른가를 어젯밤에 곁님하고 얘기하다가 한 가지를 미처 나누지 못하고 곯아떨어졌습니다. 이 한 가지를 얘기하지 못했네 하는 생각이 들며 꿈나라를 헤매는데, 아닌 게 아니라 꿈에서까지 ‘아, 이 얘기를 했어야 하는데 못하고 자네’ 하는 생각을 꿈에서 누구한테 말하더군요. 꿈나라를 누비다가 허허 웃었습니다. 그러니까 자면서 웃었다는 뜻입니다. 길손집은 여러모로 좋은데 꼭 한 가지가 아주 아쉬웠어요. 한 방에 함께 묵거나 이웃 방에 묵는 이웃 길손이 내는 소리가 꽤 크게 들려요. 이러다 보니 길손집에서 움직일 적에 ‘집에서도 이렇게 하지만’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걸었고, 쉬거나 잘 적에 노랫소리를 켤 수 없어요. 서울에서 볼일을 보고 길손집에서 묵고 전철하고 시외버스를 타고 시내를 걷고 하는 내내 소리통을 귀에 꽂고 다니느라 귀가 얼얼했습니다. 시골 보금자리로 돌아와서는 집에서 마음껏 노래를 들을 수 있으니 매우 홀가분하면서 기뻐요. 괜히 보금자리가 아니에요. 2016.12.16.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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