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는 두사람 1
요시다 사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60



돈 버는 일 아니어도 ‘기쁨’일 수 있어요

― 일하지 않는 두 사람 1

 요시다 사토루 글·그림

 대원씨아이 펴냄, 2015.9.30. 5000원



  돈을 버는 길은 여러 가지예요. 먼저, 스스로 장사를 해서 돈을 벌 수 있어요. 장사도 가게를 마련하는 가게장사가 있고, 길에 물건을 늘어놓는 길장사가 있어요. 요새는 인터넷으로 사고파는 누리장사(인터넷장사)도 있어요. 그리고, 어느 일터를 오가면서 돈을 벌 수 있어요. 이른바 회사원이나 공무원이나 노동자가 되는 길이에요. 어느 일터를 다니더라도 일감이 있을 적에만 드나들 수 있지요. 이밖에, 장사를 안 하고 일터를 안 다니더라도 저마다 솜씨있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돈을 벌 수 있어요.


  돈을 버는 길은 여러 갈래입니다. 회사원이 아니어도 장사꾼이 아니어도 돈은 얼마든지 벌어요. 그러니 아이들이 어떤 일거리를 찾아서 돈을 벌더라도 어버이로서는 걱정을 안 해도 돼요. 아이 스스로 가장 좋아할 뿐 아니라 기쁘게 사랑할 만한 일거리를 찾도록 북돋우면 되지 싶습니다.


  《일하지 않는 두 사람》(대원씨아이,2015)이라는 만화책이 있습니다. 한 권 두 권 꾸준히 나오며 다섯 권을 넘기는 작품인데요, 책이름처럼 “일하지 않는 두 사람”이 나옵니다. 이들은 어느 갈래로도 ‘돈을 버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밖에 나가기 싫다. 하아.” “야, 너. 이제 잠만 자면 되는데, 운세고 뭐고가 어디 있어?” “그것도 그렇네.” (7쪽)


“무슨 일 하려고?” “글쎄, 접객업이려나?” “접객?” “그럴 수가. 그렇게 활기찬 일을. 대, 대단하다.” “훗. 농담이야. 내가 일을 할 리가 없잖냐.” “다행이야. 나만 혼자 남겨지는 줄 알았어.” (11쪽)



  두 사람 가운데 동생은 ‘일을 안 할’ 뿐 아니라 ‘집 바깥으로 나가기’조차 몹시 싫어합니다. 머리를 깎기도 싫고, 새 옷을 얻기도 싫습니다. 아무리 맛난 밥집이 있어도 밖에 나가기 싫습니다. ‘예전에 학교를 다닐 적’에 얼굴을 알던 사람들을 보고 싶지 않다고 해요.


  만화책 《일하지 않는 두 사람》은 두 사람이 왜 ‘집에서만 맴돌고 바깥으로 나가려 않는가’ 하는 실마리를 환하게 밝혀 주지 않습니다. 다만 살몃살몃 ‘두 사람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럴 만한 까닭하고 일’이 있었구나 하고 어림하도록 이끌어요.



‘커트비 4600엔. 보여줄 상대도 없는 머리 때문에 4600엔. 중고 게임 사서 오빠랑 놀고 싶었는데.’ (18쪽)


“사람 이외의 생물로 태어나고 싶었는데. 난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 사람.” “터무니없는 소리 마라. 여동생이여. 나나 너 같은 게으름뱅이가, 사람 이외의 동물이나 벌레로 태어나 봐. 십중팔구 태어난 그날에 죽을걸? 사람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그나마 이 정도인 거야.” (39쪽)



  낯선 사람을 만나기 몹시 꺼리고, 낯익은 사람은 더더욱 만나기 꺼리는 동생을 지켜보는 오빠는 언제나 동생하고 사이좋게 놀아 줍니다. 오빠는 도서관이나 책방을 거리낌없이 ‘츄리닝 차림’으로 다녀요. 다른 사람 눈을 살피지 않습니다.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고, 집에서 혼자 여러모로 공부도 하고, 그림(만화)도 그립니다. 그러나 구태여 집 바깥에서 ‘돈을 버는 일거리’를 찾아나서려 하지 않아요.


  아무래도 동생 때문이지 싶어요. 동생은 오빠가 집 바깥으로 일거리를 찾아서 나가면 ‘혼자 버려진다’고 느끼는구나 싶어요. 그래서 동생이 가장 마음을 놓고 가장 느긋한 생각으로 가장 아늑하게 놀거나 지낼 수 있는 길을 이모저모 생각해 내지 싶습니다. 이러면서 오빠도 그저 동생한테만 맞추는 ‘집에서 놀기’가 아니라 스스로 ‘머리를 쓰고 생각을 키우는 놀이’가 되도록 나아가지 싶어요.



“공부라도 좀 하지?” “응? 공부?” “그래, 공부. 예를 들면. 그래, 영어 공부를 해서 토익 시험을 쳐 본다든가.” “여, 영어? 우리나라 사람이랑도 얘기를 잘 못하는데, 외국인이랑 얘기하기 위해 공부를 하라고?” (49쪽)


“다들 대단하다. 매일 시간 맞춰 학교에 가고, 직장에 가고. 우리들은 이제 잘 건데. 뭔가 엄청나게 미안한 기분이 들어. 아침부터 밖을 보다니, 할 일이 못 되는 것 같아.” (121쪽)



  돈을 버는 일을 해서 이 돈으로 집을 장만하거나 자동차를 굴리거나 맛난 밥을 사먹거나 멋진 옷을 갖춰 입어도 기쁠 만해요. 그리고 딱히 돈을 벌지 않더라도 어머니 아버지랑 한집에서 조용히 지내면서 살림도 같이 하고, 돈을 쓰는 일이 거의 없이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어도 기쁨이 될 만하지 싶습니다.


  다만 ‘알차게’라는 대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꼭 돈을 버는 데에 품을 팔고 시간을 써야 알차다고 여길 사람이 있을 테지만, 마음이 느긋하면서 아늑하도록 하루를 지낼 적에 ‘알찼구나’ 하고 여길 사람이 있어요.


  아이들을 생각해 보면 그래요. 아이들은 돈을 벌지 않아요. 아이들은 늘 즐겁게 뛰어놀아야 비로소 즐거워요. 아이들은 신나게 뛰놀거나 구르면서 삶을 하나둘 배울 적에 기뻐요. 사랑받으면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아이들은 늘 기뻐요.


  어쩌면 《일하지 않는 두 사람》에 나오는 두 사람은 스무 살이 넘는 나이에도 ‘아직 그대로 아이’가 되어 지낸다고 할 만해요. 어떤 생채기가 마음에 남아서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삶일 수 있겠지요. 스무 살에서 서른 살에도, 또 마흔 살에도 쉰 살에도 아이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습니다.


  ‘돈을 벌어다 주는 사람’이 있으니 두 사람이 ‘백수’로 놀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말이에요, 다른 눈길로 보면, 아이들이 맑고 밝게 뛰놀 수 있는 보금자리를 바라면서 ‘기쁘게 돈을 버는 일’을 하는 어버이가 있는 만큼, ‘돈을 버는 일을 하지 않는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아주 많이 느리게 자라고 더디게 배우면서 앞으로는 홀로서기나 새로서기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똑같은 나이에 시집장가를 가거나 일자리를 얻어야 하지 않아요. 사랑으로 지켜보고, 사랑으로 어루만질 수 있으면 우리 모두 기쁜 보금자리를 누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하지 않는 두 사람’이 보여주는 어린이 같은 마음결을 북돋아 주고 싶습니다. 2016.12.14.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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