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할아버지와 집 없는 아이들 - 1959년 뉴베리 아너 상 수상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2
나탈리 새비지 칼슨 지음, 가스 윌리엄즈 그림, 박향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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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56



집 없는 아이들이 지붕을 얻게 도와주소서

― 떠돌이 할아버지와 집 없는 아이들

 나탈리 새비지 칼슨 글

 가스 윌리엄스 그림

 박향주 옮김

 아이세움 펴냄, 2001.1.15. 9000원



  집이 없는 사람한테는 더욱 추운 겨울입니다. 집이 없이 한데에서 자야 하는 사람한테는 몹시 추운 겨울입니다. 추운 바깥에서 겨울나기를 해야 하는 사람한테 따스한 손길을 내미는 정책은 좀처럼 서지 못합니다. 작은 오두막이어도 좋을 텐데 우리가 낸 세금은 이 같은 일에 제대로 못 쓰인다고 느낍니다. 탱크 한 대를 덜 사거나 전투기 한 대를 덜 쓰면서 작은 오두막을 한뎃잠이가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은 나오지 못해요.


  《떠돌이 할아버지와 집 없는 아이들》(아이세움,2001)이라는 어린이문학은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서 집이 없이 사는 할아버지하고 여러 아이들 이야기를 다룹니다. 서울도 부산도 대전도 아닌 프랑스 파리입니다.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도, 파리 같은 도시에서도 할아버지하고 여러 아이들이 집이 없이 이 겨울을 난다고 해요.



“당신은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이가 두려운 거예요. 당신한테 마음이 있는 걸 안 그 장난꾸러기들이, 당신 마음을 훔쳐 갈까 봐 걱정이 되는 거예요.” (14쪽)


수지는 미안했다. 수지는 손수레를 저만큼 밀어 놓고는 한쪽 눈을 감고 아르망의 키를 쟀다. 그러고는 석탄으로 콘크리트 바닥에다 정성들여 기다란 사각형을 그렸다. “여기가 할아버지 방이에요. 우리랑 함께 살면 돼요.” (24쪽)



  이야기책에만 나오는 이야기일 수 없다고 느껴요. 우리 삶에 흐르는 수많은 모습 가운데 하나가 이 이야기책에 살며시 담겼다고 느껴요. 파리에서도 뉴욕에서도 도쿄에서도 서울에서도, 떠돌이 할아버지는 틀림없이 있을 테고 떠돌이 아이들은 어김없이 있을 테지요.



“그래, 너희들은 크리스마스에 뭘 받고 싶니?” “집이 있으면 좋겠어요, 페르 노엘. 집을 선물로 받고 싶어요.” 수지가 말했다. (45쪽)


군밤 장수 곁을 지날 때 아르망은 아이들에게 군밤을 사 주었다. 군밤을 손에 쥔 아이들은 아주 오랫동안 그러고 있다 먹었다. 손이 따뜻해졌기 때문이다. (59쪽)



  이야기책에 나오는 떠돌이 할아버지는 어느 곳에도 얽매이고 싶지 않아서 떠돌이로 지낸다고 합니다. 이야기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어머니 혼자 맡아서 돌보다가 너무 살림이 고되어 그만 셋집에서 쫓겨나 길거리에서 지내야 한답니다. 떠돌이 할아버지는 이제껏 아무하고도 안 얽힌 채 혼자 살았는데, 떠돌이 아이들이 갑자기 이녁 앞에 나타나서 어쭐 줄 몰랐대요. 할아버지가 늘 머물며 잠을 자는 곳에 이 아이들이 어느 날 낮에 갑자기 몰려들어 웅크린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대요. 새끼 제비처럼 올망졸망 추위에 떨며 웅크린 아이들을 보고는 ‘그동안 차가운 마음으로 곁을 안 두며 지내던 나날’이 크게 흔들렸대요.


  그런데 떠돌이 아이들을 만난 떠돌이 할아버지는 마음이 크게 흔들리지만, 둘레에 있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은 마음이 거의 안 흔들리지 싶습니다. 떠돌이 아이들은 도움 손길을 거의 하나도 못 받으면서 쫄쫄 굶거든요. 이제 막 셋집에서 쫓겨난 아이들은 밤에 어떻게 자야 하는가도 모르고요.



다음 날 아침, 밤새 눈이 조금 내려 있었다. 아르망은 일어나 앉아 눈을 비비고 둔치를 바라보았다. 파리는 하룻밤 사이에 하얗게 변해 있었다. 따뜻한 방 안에서 창으로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한테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아이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안에서 놀아야 하는데, 돌봐 줄 어른이 없으면 얼어 죽을지도 몰라. (67쪽)



  이웃을 벼랑에 내모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웃한테서 벼랑으로 내몰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벼랑에 서며 마음도 몸도 힘든 사람이 있습니다. 벼랑에 선 사람을 하나도 못 느낄 뿐 아니라 조금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청와대나 국회나 법원이나 국세청 같은 건물을 너무 크게 올리느라 작은 오두막 한 채에는 마음을 못 쓰는지 모릅니다. 청와대도 국회도 법원도 국세청도 작고 수수하게 지어서 작고 수수하게 돌본다면, 이 겨울에 한데에 내몰린 채 추위와 배고픔에 떠는 이웃이 없는 나라살림이 될 만하지 싶어요.



“집이 없대요? 페르 노엘이 아무 집도 안 준대요?” 수지의 목소리가 떨렸다. 수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은 석탄 난로 불빛에 반사되어 다이아몬드처럼 빛났다. (105쪽)


아르망은 괴로운 나머지 파리 하늘 높이 떠 있는 별을 올려다보았다. “하느님, 기도를 어떻게 하는지도 다 잊었습니다. 구걸밖에 모릅니다. 그래서 이렇게 구걸하오니, 제발 이 집 없는 아이들이 지붕을 구하게 도와주소서.” (108쪽)



  《떠돌이 할아버지와 집 없는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펼칠까요? 말도 거의 안 하면서 혼자 동냥으로만 살아온 떠돌이 할아버지는 가녀린 아이들을 등돌릴 수 없어서 언제나 이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도울 길을 생각하는데, 뾰족한 수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떠돌이 아이들하고 똑같이 맨몸에 빈손일 뿐인 떠돌이 할아버지는 아이들한테 ‘지붕’을 선물로 줄 수 있는 길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열 사람이 저마다 밥그릇에서 한 술씩 덜면 새롭게 밥 한 그릇이 나온다고 했어요. 백 사람이 저마다 밥그릇에서 반 술씩 덜면 새롭게 밥 여러 그릇이 나와요. 천 사람이나 만 사람이 저마다 밥그릇에서 아주 조금씩 덜어도 새로운 밥그릇이 꽤 많이 나와요. 우리 주머니에서 나온 돈(세금)은 바로 이렇게 푼푼이 모여서 나라를 이루고 마을을 이루는 바탕이 되어요.


  나라살림이 바라보는 곳이 작디작은 사람들 마음이 될 수 있기를 빌어요. 그리고 우리 스스로도 여리디여린 이웃들 눈망울을 바라볼 수 있기를 빌어요. 어깨동무를 하면서 즐거운 살림이 되고, 손을 맞잡으며 넉넉한 삶이 될 수 있어요. 2016.12.6.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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