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없는 사진말

22. 누구나 찍는 사진



  누구나 찍는 사진이다. 작가이기에 찍는 사진이 아니다. 전문가이기에 찍는 사진이 아니다. 사진은 누구나 찍는다.


  누구나 찍을 수 있지 않다면, 사진은 사진이 되지 못한다. 누구나 찍을 수 있다는 대목이 사진을 사진답게 북돋운다.


  누구나 찍을 수 없다면, 몇몇 작가나 전문가만 찍을 수 있다면, 사진이란 무엇인가? 누구나 못 찍는 사진이라면, 작가나 전문가가 되지 않고서야 손도 못 대는 사진이라면, 졸업장이나 자격증이 있어야 비로소 사진말(사진비평)을 펼칠 수 있다면, 사진이란 누구한테 이바지를 할까?


  사진이 재미있다면, 대학교 사진학과를 안 나와도 사진을 즐겁게 배워서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 아름답다면, 인맥이나 학맥이 없이도 얼마든지 ‘내 작품을 빚을’ 수 있고 ‘내 사진을 이웃하고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이 사랑스럽다면, 값지거나 값비싼 장비가 아닌 작은 손전화 하나로도 얼마든지 신나게 이야기꽃을 피우며 어깨동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누구나 찍는다. 누구나 찍기에 사진이다. 사진은 누구나 읽는다. 참말로 누구나 어떤 사진이든 이녁 마음이 가는 대로 찬찬히 읽고 누릴 수 있기에 사진이다. 이것을 꼭 이렇게 찍어야 하지 않는다. 저것을 꼭 저렇게 읽어야 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다 다른 눈길과 눈썰미와 눈높이로 이것을 이리저리 살피고 헤아리면서 즐겁게 찍을 수 있기에 사진은 늘 새롭게 태어난다. 사람마다 다 다른 삶과 사랑과 살림으로 저것을 요모조모 생각하고 바라보면서 기쁘게 읽을 수 있기에 사진은 언제나 새롭게 깨어난다.


  틀에 박히고 만다면 사진은 망가진다. 작가하고 전문가하고 비평가 사이에 얽매이고 만다면 사진은 무너진다. 등단이라는 자리를 거쳐야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지 않는다. 전시회를 열거나 책을 펴내야 사진가가 되지 않는다. 마음에 피어나는 이야기를 지피어 사진으로 옮기며 나눈다면 누구나 ‘사진님’이 된다. 2016.12.4.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말/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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