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비 (도서관학교 일기 2016.12.2.)

 ―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도서관학교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찬비가 내리는 날, 우체국에 부칠 책을 쌉니다. 이웃님이 우리 도서관학교로 찾아오십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지죽에 있는 도화헌미술관으로 나들이를 다녀옵니다. 수요일마다 ‘문화가 있는 날’ 행사를 전국 곳곳에서 한다는데, 고흥에서도 북을 치고 춤을 추는 공연을 이날 한다는군요. ‘문화가 있는 날’ 행사나 ‘문화융성’은 바로 요즈음 대통령이 내세운 문화정책입니다. 그런데 이 ‘문화가 있는 날’은 거의 다 ‘보여주기 공연’으로 뚝딱하고 끝나지 싶어요. 마을에 뿌리를 내리는 문화라든지, 두고두고 건사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문화로는 잇닿지 않는구나 싶습니다. 이 시골에서조차 자동차를 타고 ‘문화시설’을 찾아가서 구경하지 않고서는 이루지 못하는 ‘문화가 있는 날’이 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면, 문화는 공연문화만 있지 않아요. 책문화도 사진문화도 만화문화도 있어요. 시골 할매랑 할배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이끄는 그림문화도 있을 테고요. 마을 어린이나 푸름이가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돌고 마을 곳곳을 다니면서 ‘그림책 함께 읽기’나 ‘동화 읽어 주기’를 할 수 있고, 이러면서 마을 할매랑 할배한테서 옛이야기나 살아온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어쩌다 한 번 스치듯이 공연을 보여주고 사라지는 문화란, 한 번 스치고 지나가면 그저 덧없지 싶습니다. 구경만 하고 끝내는 놀이는 문화가 아닐 텐데 싶어요.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도서관일기)


(‘도서관학교 지킴이’ 되기 안내글 :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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