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신



  오늘 읍내마실을 해야겠다고 문득 느껴서 두 아이를 이끌고 읍내를 다녀옵니다. 읍내에서 볼일을 보며 걷다가 신집을 봅니다. 며칠 앞서 읍내에 올 적에 신집에 못 들렀습니다. 오늘은 들러 볼까 싶어 들어갔더니 큰아이한테 꼭 알맞겠구나 싶은 가볍고 튼튼해 보이는 신이 보입니다. 그러나 큰아이 눈이나 마음에는 이 신이 내키지 않습니다. 큰아이는 반짝거리는 무늬가 박힌 신이 마음에 듭니다. 큰아이한테 보여주는 신은 외려 작은아이가 마음에 든다고 합니다. 이리하여 큰아이는 큰아이 스스로 좋다고 하는 반짝무늬 신을 장만하고, 작은아이는 큰아이한테 골라 준 가볍고 튼튼하면서 환한 귤빛 신을 장만하며, 곁님도 덩달아 가볍고 넉넉한 신을 장만합니다. 오늘 나는 세 사람 신을 새로 장만하면서 “신에 붙은 값표는 보지 말고, 그 신이 마음에 드는가를 보자.”고 얘기합니다. 마흔 해 남짓 살며 ‘값표’를 아랑곳하지 않으며 ‘발에 맞는 신’을 생각하자고 말한 적은 오늘이 처음이었다고 문득 느낍니다. 그래 봤자 세 사람 신 값으로 십일만 원 들었어요. 2016.11.28.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살림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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