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탑이 가르쳐 주는
우리 집에 아직 아이들이 없던 무렵, 게다가 나 혼자 살던 무렵, 내가 아는 책탑이란 책방에 있는 책탑입니다. 집에 아이가 둘이 있고 이 아이들하고 함께 도서관학교를 꾸리는 오늘날, 내가 아는 책탑은 ‘책방에 있는 책탑’보다 ‘아이 곁에 있는 책탑’입니다. 아이들이 그림책으로 쌓기놀이를 하면서 보여주는 책탑이에요.
작은 그림책은 책탑놀이를 하기에 아주 걸맞습니다. 아이들은 책탑놀이를 하다가 책이 다칠까 하고 걱정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그저 홀가분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책탑놀이를 해요. 어쩌면 책이 다치는 까닭은 어른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이들은 책탑놀이를 마치고 나서 책을 고이 건사할 만한 손길과 마음이 있는데, 어른이 섣불리 끼어들면서 아이가 스스로 책을 고이 다스리는 길을 막지는 않을까요.
작은 그림책으로 이루어진 책탑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이 책탑을 그대로 두면서 지켜봅니다. 2016.10.15.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책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