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없는 흙사마귀



  아마 짝짓기를 마친 뒤이지 싶다. 흙사마귀 한 마리가 갈 곳을 잃은 채 마을 어귀 군내버스 타는 데에서 맴돈다. 머리를 잃었어도 몸은 움직인다. 머리는 없으나 팔도 다리도 움직인다. 몸에서 기운이 다할 때까지 이 흙사마귀 몸은 그대로 움직일 테지. 그냥 암사마귀한테 몸을 다 내주어 이듬해에 새로운 새끼가 알에서 깨어날 밑힘이 되도록 했어도 좋았을 텐데 싶다. 아무쪼록 흙사마귀가 흙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살그마니 집어서 풀밭으로 옮겨 준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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