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며 먹는 밥



  아침에 일어나서 무화과를 한 소쿠리 땁니다. 어제도 한 소쿠리를 땄습니다. 나무에서 갓 따는 무화과는 바로 먹지 않으면 이내 물러요. 그래서 예부터 무화과를 알맞게 썰어서 말린 뒤에 오래도록 건사하며 먹었구나 싶습니다. 또는 잼으로 졸였겠지요. 오늘은 무화과잼을 졸여 보자고 생각하며 사탕수수가루에 재워 둡니다. 엊저녁을 안 먹고 곯아떨어진 작은아이한테 이른아침을 먹이려 하는데, 작은아이가 안 먹고 남긴 밥을 내가 마저 먹습니다. 작은아이는 혀가 아리다면서 밥도 무화과도 못 먹겠다 하기에 참외를 썰어서 줍니다. 어쩌면 한동안 아무것도 안 먹으면서 혀가 나아지기를 기다릴는지 모르겠습니다. 밥상을 차리고 치우고 또 밥상을 차리고 치우고 하다 보면 아침도 저녁도 꽤 빠르게 흐르는구나 싶어요. 이 빠른 삶결 사이에서 재미난 이야기가 함께 흐릅니다. 그래서 날마다 아이들을 다시 바라보고 새로 마주하며 기쁘게 노래할 수 있다고 느낍니다. 같이 살며 먹는 밥이란, 같이 살며 짓는 살림이란, 늘 웃음으로 노래하는 이야기꽃일 테지요. 2016.9.4.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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