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454 : 황혼 녘
황혼 녘 배 안에서
→ 황혼에 배에서
→ 저물녘 배에서
황혼(黃昏) : 1. 해가 지고 어스름해질 때. 또는 그때의 어스름한 빛 2. 사람의 생애나 나라의 운명 따위가 한창인 고비를 지나 쇠퇴하여 종말에 이른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녘 : 1. = 쪽 2. 어떤 때의 무렵
저물녘 : 날이 저물 무렵
무렵 : 대략 어떤 시기와 일치하는 즈음
즈음 : 일이 어찌 될 무렵
시기(時期) : 어떤 일이나 현상이 진행되는 시점. ‘때’로 순화
‘녘’은 어떠한 모습이 나타나는 때나 무렵을 가리킵니다. ‘황혼’은 해가 져서 어스름해질 ‘때’를 가리키지요. 그러니 ‘황혼 녘’처럼 쓰면 겹말입니다. ‘저물녘’이라는 한국말이 있으니 ‘저물녘’으로 쓰거나, 한자말로는 ‘황혼’이라고만 써야 올바릅니다. 한국말사전에서 ‘황혼’을 찾아보면 보기글로 “황혼 녘”을 싣습니다. 한국말사전도 겹말을 손질하지 못한 채 그대로 실어요.
그리고 한국말사전을 더 살피면 ‘무렵’이라는 낱말을 ‘즈음’으로 풀이하고, ‘즈음’은 다시 ‘무렵’이라는 낱말로 풀이해요. 돌림풀이입니다. 더욱이 ‘시기’라는 한자말은 ‘때’로 고쳐쓰라고 나오면서도 ‘무렵’을 풀이할 적에 ‘시기’라는 한자말을 써요. 여러모로 안타깝습니다. 2016.9.1.나무.ㅅㄴㄹ
버스에서, 황혼 녘 배 안에서, 축제날 밤의 가장 짙은 고독 속에서
→ 버스에서, 저물 무렵 배에서, 잔치날 밤 가장 짙게 외로우면서
→ 버스에서, 저물녘 배에서, 가장 짙게 외로운 잔치날 밤에
《파블로 네루다/고혜선 옮김-모두의 노래》(문학과지성사,2016) 51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