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맹호 자서전 책
박맹호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읽기 삶읽기 267



‘서울대·술·족벌’ 빼고는 이야기가 없을까

― 책, 박맹호 자서전

 박맹호 글

 민음사 펴냄, 2012.12.7. 18000원



  민음사라는 출판사를 연 박맹호 님이 쓴 《책, 박맹호 자서전》(민음사,2012)을 읽었습니다. 출판사를 열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고, 곁님이 얼마나 알뜰히 살림을 도와서 출판사를 버틸 수 있었으며, 첫 책을 내고 새로운 책을 꾸준히 내는 동안 둘레에서 얼마나 따스히 돕는 손길이 있었는가를 헤아려 볼 수 있습니다.



‘비룡소’가 성장해 감에 따라 이제 비룡소라는 보은의 작은 마을은 전국 단위 혹은 글로벌 차원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 셈이다. (7쪽)


후일 출판사 이름을 ‘백성의 소리’라는 뜻의 ‘민음사’로 지은 것도 《수호지》의 영향이 컸다. (21쪽)



  《책》을 읽으면서 ‘비룡소’라고 하는 이름을 어린이책 출판사 이름으로 붙인 까닭도 헤아려 봅니다. 작은 시골마을에 있는 못이었다고 하니 ‘비룡못’이었을까요. 《책》이라고 하는 책은 ‘책’ 만드는 일을 하던 한 사람이 걸어온 발자국을 보여준다고 할 만할 텐데, 다른 분은 모르겠으나 나로서는 그리 재미나게 읽지는 못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책을 짓는 보람’이나 ‘책에 깃든 이야기’보다는 ‘책을 얼마나 많이 팔았는가’ 같은 이야기가 이 《책》을 거의 다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요가》로 얼마간 모아 놓은 돈까지 모두 날려 버렸다. 다시 신동문의 소개로 일본에서는 큰 인기를 끌었다는 5권짜리 《서유기》를 무단으로 번역해 출간했지만 그것마저 나가지 않았다. (62쪽)


좋은 책은 언젠가 독자들이 알아줄 것이고 반드시 팔리게 마련이라는 소극적 사고방식으로는 격류를 헤쳐 나갈 수 없었다. 좋은 책을 출판하는 것은 훌륭한 출판사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다. 그 책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필사적인 노력을 통해 충분조건을 채우지 않으면 출판사는 좋은 책을 출판하고도 오히려 쇠퇴하기 쉽다. (119쪽)



  박맹호 님은 ‘좋은 책 내기’보다는 ‘책을 널리 팔기’에 더 무게를 둡니다. 아무래도 이런 생각으로 그동안 ‘책 짓기’ 아닌 ‘책 만들기’를 한 터라, ‘엄청난 선인세’를 내놓는 다툼을 벌이기까지 하고 말았을 테지요. 바깥으로 알려지기는 ‘엄청난 선인세’ 몇 가지일 터이나, ‘엄청나지 않아도 대단한 선인세’를 치르고서 ‘선인세 값을 거두어들이려’고 광고를 얼마나 많이 해야 했을까요.



그때 민음사에 들어와서 나를 경영 면에서 돕고 있던 장남 근섭이 대표를 맡아서 두 해 동안 운영했는데, 전문가들의 평은 좋았으나 시장에서 독자를 설득하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고급 아동 도서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209쪽)


근섭은 민음사의 현대화를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황금가지를 맡아 몇 해 동안 계속해서 밀리언셀러를 쏟아내 민음사 출판 그룹의 재정을 탄탄하게 받쳐 주었다. (213쪽)


사이언스북스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 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를 공부한 막내 상준이 맡아서 의욕적으로 일들을 벌여 나가고 있다. 그리고 2010년부터는 민음사 총괄 사장으로 임명되어 민음사 사업도 함께 돌보고 있다. (221쪽)



  박맹호 님은 이녁 아이들한테 출판사를 ‘물려주었다’는 이야기를 《책》 곳곳에 적습니다. 그리고 박맹호 님은 ‘서울대 출신’이라는 대목을 너무 자주 되풀이해서 밝힙니다. 더욱이 ‘서울대 불문과’가 아닌 ‘서울대 문리대 불문과’라고 따로 ‘문리대’라는 이름을 더 넣어서 이녁 학력을 적어요.


  《책》이라고 하는 책은 ‘어떤 책을 만든 발자국’을 적바림했다고 할 만할까요. 이 책은 앞으로 사람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물려줄 만하다고 할 만할까요.


  책 한 권을 알뜰히 사랑하면서 독자와 만나는 이야기는 《책》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책 한 권을 가슴으로 사랑하면서 작가와 어울리는 이야기는 《책》에서 만나기 어렵습니다. 이름난 몇몇 작가나 정치인하고 어울리던 술자리 이야기는 《책》에서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를 둘러싼 인맥과 학맥 이야기는 《책》에서 퍽 자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민음사라는 출판사가 내놓은 책으로 목록을 꾸며도 낱권책 하나가 나올 만큼 되는데, 민음사라는 출판사가 걸어온 길에서 ‘책’을 말하는 일이란, ‘회장’이라는 이름과 ‘출판 재벌’이 되고팠던 마음에서는 좀처럼 쉽지 않았네 하고 새삼스레 느낍니다. 책을 둘러싼 이야기는 그야말로 아주 많고 넘칠 텐데요. 2016.8.2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