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면 나타나는 글쓰기
스스로 하려고 하는 대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시골에서 살겠다는 꿈을 품는 사람은 앞으로 시골에서 어떻게 즐겁고 슬기롭게 살아야 하는가를 배울 일이 끝없이 찾아온다. 도시에서 어떤 뜻을 이루겠다는 마음을 품는 사람은 앞으로 도시에서 가시밭길을 어떻게 씩씩하게 헤쳐 나가야 하는가를 배울 일이 자꾸자꾸 찾아온다. 요즈음 들어 ‘겹말(중복표현)’을 잘못 쓰는 보기를 갈무리하려고 하다 보니, 책을 읽을 적마다 곳곳에서 겹말을 찾아낸다. 문득 생각해 보니 이 같은 겹말은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안 쳐다보던 대목’이기도 했다. 꼬치꼬치 따지면서 책을 손에 쥐면 한 줄조차 못 읽는다. 오늘날 한국사람이 쓰는 글이란 한국말이 아닌 엉성한 짜깁기라고 할 만하기 때문이다. 틀림없이 뭔가를 나타내려고 쓴 글이기는 하되, 말이 말답지 않은 글이 넘친다. 그렇다고 이런 말을 하는 내가 글을 훌륭히 잘 쓴다는 얘기가 아니다. 말에는 생각을 담고, 생각이란 스스로 이루고 싶은 꿈이기 마련인데, 한국에서 한국말로 제 생각을 드러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뜻밖에도 ‘말을 생각 안 하면서 쓰기 일쑤’라는 이야기이다. “차를 운전하다”가 겹말인 줄 느끼거나 깨닫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2016.8.28.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