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에 그스르느라
연기에 그스르느라고
→ 연기로 익히느라고
→ 그으느라고 (‘그을다’를 쓰면)
→ 그을리느라고 (‘그을리다’를 쓰면)
훈제(燻製) : 소금에 절인 고기를 연기에 그슬려 말리면서 그 연기의 성분이 흡수되게 함
그슬다 : 불에 겉만 약간 타게 하다
그을다 : 햇볕이나 연기 따위를 오래 쬐어 검게 되다
‘그슬다’하고 ‘그을다’는 다릅니다. ‘그슬다’는 불에 겉을 살짝 익힐 때를 가리키고, ‘그을다’는 연기로 익힐 때를 가리켜요. 불 기운으로 익히기에 ‘그슬다·그슬리다’요, 연기 기운으로 익히기에 ‘그을다·그을리다’입니다. 이 두 가지 가운데 연기로 익히는 일을 한자말로 ‘훈제’라고도 해요. 그런데 한국말사전을 찾아보면 “연기에 그슬려 말리면서”로 풀이합니다. ‘그슬다’는 불 기운으로 익히는 일을 가리키니, 이 말풀이는 틀립니다. “연기에 그스느라고”는 겹말은 아니지요. ‘그슬다·그을다’ 두 낱말을 헷갈려서 잘못 쓴 셈입니다. “연기에 그을어 먹는다”처럼 쓸 적에 겹말이에요.
더 헤아려 본다면, 한국말사전 뜻풀이를 새롭게 손질해야지 싶습니다. 다음처럼 뜻풀이를 두 가지로 갈라야지 싶습니다.
그슬다
1. 불에 겉이 살짝 타다
- 춥다고 모닥불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머리카락이 그슬었다
2. 불을 써서 먹음직스럽게 만들다
- 숯불에 고기를 그슬어 먹는 맛은 남다르다
- 그슬린 돼지고기
그을다
1. 햇볕이나 연기를 쬐어 검게 되다
- 여름내 자전거로 다녔더니 팔뚝과 허벅지가 잔뜩 그을었다
2. 연기를 써서 먹음직스럽게 만들다
- 불에 그스는 고기와 연기에 그은 고기는 맛이 다르다
- 그을린 연어
작은 사냥감을 연기에 그스르느라고 바빠서, 정확한 날짜를 확인해 보지 못했다
→ 작은 사냥감을 연기에 익히느라고 바빠서, 제 날짜를 살펴보지 못했다
→ 작은 사냥감을 그으느라고 바빠서, 제 날짜를 알아보지 못했다
《진 C.조지/김원구 옮김-나의 산에서》(비룡소,1995) 20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